나무는 누군가가 베어버리기 전까지

나이테를 보여주지 않는다.

누군가가 베어버려 나이테가 드러나면 나무가 몇 살인 줄 얼마나 추운겨울과 더운 여름을 지냈는지 알 수 있다.

솔잎엔 솔잎 나방이 있고 그늘지고 물기 많은 곳의 나무는 이끼와 함께 살아간다.

어릴땐 햇빛 조차 보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햇빛을 받으려 키를 키워나간다.

하루에도 몇 미터씩 자라는 대나무처럼 나무가 모두 그리 빨리 자라면 좋겠지만 추운 겨울엔 성장을 멈추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한다.

나는 병원을 아주 싫어한다.

병원의 소독약도 싫고 주사 맞는 것은 더 싫다.

무엇보다 명절에 다들 친지와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에 6인실 병실 환자들 다 외출 나가고 홀로 병원을 지키던 아주 오래전 그 날을 생각하면 그냥 싫다. 하지만 오늘도 누군가는 병원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누군가는 밤 새워 일하고 새해 아침을 맞이했으리라.

같은 물을 마시고 자란 풀도 어떤 풀은 독초가 되고 어떤 풀은 약이 된다. 같은 말을 해도 누군가에겐 꼭 비수가 되고 누군가에겐 희망의 말이 된다.

우리도 같은 수원지의 물을 마시지만 누구는 병을 얻어서 힘겹게 싸우고 누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 있다. 떠날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하루하루를 늘 마지막처럼 살아야한다.

오늘 하루도 일하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고 건강해서 감사하고 그런 날들이 모여서 한 달이 되고 일년이 되는 것이다.

날마다 새해 첫 날처럼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한다.

날마다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날이었으면한다.

살아줘서 태어나줘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족과 동료에게 늘 하면서 사는 한해이었으면한다.

전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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