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델리숍을 운영한 적이 있다. 델리숍에서 그로서리는 물론 햄과 각종 치즈 소세지등을 팔았다. 심지어 독일 잡지와 당뇨환자가 먹는 약과 독일샴푸까지 팔았는데 독일사람들이 운영하던 독일 델리를 동양사람이 인수해서 독일 직원이 써빙을 해도 손님들이 밀어닥쳐서 바쁠 땐 손이 모자라기도 하고 내가 음식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해서 내가 써빙을 하려고 손님에게 뭘 원하십니까?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 라고 말하면 대꾸 조차하지 않고 나가는 손님에서부터 괜찮다고 기다리다가 독일직원에게 써빙을 받겠다고 한다. 물론 우리는 숲과 샌드위치도 팔았다. 그래서 매상은 별로 올라가지도 않는데 자잘한 오다가 많아서 농담삼아 케셔틸에 종이값도 안 나온다는 우스게 소리를 한 적이 있다. 치즈나 햄은 슬라이스해서 100g당 얼마에 판다. 햄은 그렇다 고쳐도 치즈는 네델란드 구다 치즈 같은 둥그런 치즈 한 덩어리를 오다 해서 팔면 하루 몇 슬라이스를 못 파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촛농 같은 것으로 가장 자리를 포장해 놓았던 것을 오픈해 놓으면 쉽게 곰팡이가 난다. 사실 곰팡이가 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만큼 그 치즈에 방부제가 안 들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에 많은 약품처리가 안 된 좋은 음식인 것만은 확실한데 곰팡이 난 부분을 깍아내고 팔릴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결국 깍아낸 부분이 판 부분하고 비슷한 경우도 생긴다.
그러면 비지니스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하는 셈이고 팔아도 원가도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샌드위치도 싸게 스페샬을 해서 어떻게든 순환을 빨리 시키려고 하면 전쟁 같은 점심시간은 긴 줄만큼 힘들어도 결과적으로 남는게 없는 장사가 된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고 파는 스토어가 많다. 스타박스나 기타 커피숍에선 자기네가 만들기보단 납품을 받아서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이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안 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캐나다에선 그렇다. 써브웨이에 샌드위치 판매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사람들이 취향이 다른 것을 따라가기 위해 빵도 선택, 마요네즈를 바를 것인지 안 바를 것인지, 양파를 넣을 것인지 안 넣을 것인지 묻는 것이 많다. 물론 샌드위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시켜도 미두음인지 웰던인지 감자인지 밥인지 샐러드 드레싱은 뭘로 할 지 줄줄이 질문이 이어진다.
레이크 루이스에 호텔에서 일할 때 오물렛 스테이션을 맏아서 한 적이 있다. 오물렛에 들어갈 양파와 피망 버섯 등을 잘게 썰어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하는데 일본 단체 손님이 길게 줄 서서 다들 오물렛 속에 어떤 재료를 넣어줄까하고 물으면 몽땅 다 넣어 달란다. 그래서 아주 조금씩 다 넣어서 오물렛을 만들어 주는데 단체가 한 사람이 오물렛을 먹으면 전체가 다시 키려고 줄을 서니 여간 바쁜게 아니다.
그렇다 백인들이 간간이 섞여있어 뭘 넣어줄까하면 시금치만 또는 치즈만 아니면 토마토만 그런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자기 먹을 것만 시키니 경제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부 다 섞어서 오물렛을 말다가 가끔씩 그런 손님이 있으면 왠지 생소해진다.
밴쿠버 구세군에 일을 할때도 직원이든 크라이언트든 별반 다르지 않은게 원하는 것이 많다. 자기가 싫어하는 생선이 나오면 나 생선 알러지 있어 그러거나 나 채식주의자야 그러기도 하고 건강식을 주문해서 닭가슴살과 밥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야채를 달라는 크라이언트, 래스피에 양파가 들어가는 칠리에 “나 양파 못먹어” 하는 경우도 있고 종교적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무슬림이 있는가하면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인들이 있다. 한국에서 직원식사는 식판에 밥 푸고 반찬 담고 생선조림이나 고기조림담고 요구르트나 과일 담아 쭉쭉 빼면 500명도 쉽게 빠지는데 캐나다에선 그게 허용이 안 된다. 크라이언트나 손님이 다들 알러지나 베지테리안 또는 우유제품을 먹지 못하는 등 까다롭기 때문에 그것을 준비하는 것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렇다고 조리사가 여러 명이 준비하는 것도 아니 고대 부분 혼자 준비하는데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는 크라이언트때문에 쉽게 요리할 것도 쉽게 조리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집에 세면대나 샤워실에 샴프가 여러가지 있는 것과 여러 종류의 치약 그리고 세숫비누 조차도 여러가지가 즐비하게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치않다. 오래 전 세수비누도 없어 그냥 개울물에 세수하던 그 시절이 생각이 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군대 생활할 때 워커를 나누어 주는데 내 발보다 아주 큰 싸이즈를 받았다. 그것보다 작은 치수는 없고 있는 것은 너무 작고 그래서 신은 11문의 워커는 늘 뛸때마다 질질 끌렸다. 참고로 지금 신고 있는 등산화는 9.5에 발이 넓은 와일드 치수이다. 군대는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주는 대로 쓰고 시키는대로 명령에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군필자들은 알게 모르게 군생활이 몸에 배여서 다양함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지도 모른다.
사실 식당에 가서 우리 통일해서 시키자고 하는 경우가 한국인들 사이엔 많다. 메뉴를 통일하게 되면 주방에서 복잡하게 만들지 않아도 되니 빨리 나오는 경우가 많다 .
이민 초에 한국식당에서 일할때 일이다. 다운타운까지 내 차까지 동원해 서 스튜어디스를 태우러 갔다. 주방에서 요리하다 말고 손님을 태우러 다운타운에 가서 손님을 태우고와서 오다가 들어왔는데 정말 그야말로 각개전투였다. 한국식당이 메뉴가 다양한 만큼 다양하게 오다를 했다. 한식담당은 나혼자였다. 일식하던 동료가 와서 돕고 중식아저씨는 중식을 만들기에 바쁘고 짧은시간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다시 다운타운에 실어다 주었다. 그럴때 주방에서는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너가 아니기 때문에 메뉴 단순화는 꿈도 꾸지 못하고 혼자 열만 받는 상황.
취향과 선택은 존중 받아야 하지만 때론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알아야한다. 혼자만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 좁은 집에 각자의 취 향에 맞추다보면 너무도 많은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게 되고 그것이 오히려 모두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100명 햄샌드위치 모두 마요네즈만 바르고 만들면 쉽지만 누군 마요네즈 빼고 누군 화이트 브레드 안되고 이러면 100명의 샌드위치 만드는 일도 힘겨워진다. 사회도 마찬가지여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의견수렴을 거쳐서 단순화 작업을 해야일이 순조롭게 진행 될 수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다양한 의견을 쫓다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