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4일부터8월 20일 까지 3주동안 “ 2020 온라인 역사문화캠프”가 써리한국어학교(교장 송성분) 주최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습니다.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의 해이며, 광복 75주년이 되는 해로서 [우리나라를 지킨 위인들] 이라는 주제였습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우리 2세 아이들에게는 한글도 어려운데 역사 강의는 생각만 해봐도 어려운 것이었지만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떠나서 해외에 나와서 살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내 아이에게 한국의 역사를 알려주고 싶었고, 우리 한국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맛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 여름 온라인 캠프에 참여하였습니다. 학교를 비롯한 모든 공교육 기간들이 정지화면처럼 굳게 문을 걸어 잠근 채 끝이 언제 일지 모르게 시간은 흘러갔고, 아이들은 무료한 날들을 매일 매일 힘겹게 버텨내고 있던 중에, 5월 이후부터 써리 한국어학교가 온라인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면서 처음엔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던 모니터 앞에서의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집 아이들 네 명을 한국어 학교에 등록하면서 저 역시 한국어 교사로서 봉사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온라인 수업이라는 너무나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 준비를 하고 인터넷 너머로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것은 교육의 길이란 선구자가 따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가능할까 의구심 어린 마음으로 우리 동포, 1. 5세대와 2세대, 그리고 3세대까지, 그저 K-Pop이 좋아서 한국말을 배워보고 싶었다는 필리핀 친구, 캘거리와 토론토에서, 또 이웃나라 미국 LA에서 그리고 먼 호주에서까지 인터넷으로 접속하여 우리는 한 화면 안에 모였습니다.
캠프를 시작할 때 역사는 어렵고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였는데 역사캠프 첫 날 개회식을 하면서 하루의 강의가 지나가고 다음 날 , 그리고 그 다음 날이 되자 점점 더 재미를 느끼고 이해를 조금씩 하게 되면서 캠프의 열기는 더해만 갔습니다. 나중에는 온라인 수업을 가능하게 한 코로나가 좋은 점도 있다라고 소감을 나눈 친구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온라인 캠프의 장점은 오히려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 없이,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너머 우리의 역사를 배우는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집 막내 아들은 모니터 앞에 앉아 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였지만 수업이 끝났을 때는 무궁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자신이 나라를 위해 바칠 목숨이 하나여서 슬프다고 유언을 남긴 16살의 유관순 열사를 만났습니다. 나라 잃은 슬픔이 얼마만큼이나 뼈마디에 사무쳤기에 안중근 의사는 스스로의 손가락을 자르며 의기를 다짐했던 것일까요?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다가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불과 100년전의 우리 민족, 태극기를 손에 들고 만세를 외친 것이 죽어야 할 이유가 되는 것입니까?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의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한 수업, 한 강의의 의미는 깊었습니다. 저는 가장 나이 어린 저학년 초급반의 강사였습니다. 첫 수업은 천하무적 거북선으로 왜구를 무찌른 이순신 장군에 대해 배웠습니다. 장검이 움직이는 이순신장군 인형과 계란상자가 거북선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았고, 둥둥둥 북소리에 다함께 외쳤습니다. “적군을 무찔러라!”, “용감하게 나라를 지켜라!” “끝까지 싸워라!”, “장군님! 적들의 배가 도망치고 있습니다.” “와~와~와~!” 다 함께!!! “와~와~와~!” “우리가 이겼다!” 우리는 12척의 거북선으로 200여척의 왜적선을 물리친 명량해전을 재연해보면서 우리 친구들과 함께 나라를 위해 싸웠던 우리 조상들을 상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국에 계신 김준우 선생님은 EBS방송에서 인기있는 역사강사이시고 김택수 선생님은 마술 속에 한글교육을 접목하여 재미 가운데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만드신 분으로 두 선생님들의 특강은 단연 인기였습니다. 종이컵과 동전, 고무줄 두 개만으로도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며, 놀라고 웃고 즐거워했습니다.
김준우 역사선생님은 스코필드(Frank William Schofield) 박사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캐나다에 사는 우리 친구들에게 알려야 할 역사 이야기입니다. 그의 정신을 구글어스를 통해 한국에 있는 탑골 공원도 가보고, 국립 현충원,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 동물원에 세워진 박사의 동상도 만나는 여정속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스코필드 박사는 영국 태생의 캐나다인 선교사이자, 수의사로서 세균학과 위생학을 연세대학교 전신인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에서 강의한 교수였습니다. 일제시대 제암리 학살사건의 참상을 사진으로 찍어 세상에 알렸고, 노순경, 유관순, 어윤희, 엄영애 등 3.1만세운동으로 인해 서대문 형무소에 갇혀 있던 독립투사들을 직접 방문하고 일본 총독, 총감에게 비인도적 만행의 중지를 호소하는 등의 독립운동을 도왔기 때문에 “3·1 운동의 제34인”이라고 불리운다고 합니다.
스코필드 박사는 한국을 사랑하여 유언으로 한국땅에 뭍히기를 원해 최초의 외국인으로서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계시다고 합니다. 그의 한국식 이름 석호필(石虎弼)을 보아도 그의 삶을 알 수 있습니다. ‘石’이 그의 종교적 굳은 의지를, ‘虎’는 호랑이, ‘弼’은 돕는다는 뜻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이제 캐나다인이 되어 살고 있는 제 자신에게 한국을 도왔던 자랑스러운 캐나다인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너무나 소중하고 인상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바로 한국전 참전용사이신 캐나다인, 랄프 데코스트(Ralph Decoste) 님과 이우석, 6.25 참전유공자회장님의 특강이었습니다. “강연을 들을 학생들은 어디있나요?” 이우석 회장님이 질문하시고 이에 송성분 캠프단장님이 노트북을 가리키며 “이 안에서 모두 기다리고 있어요.” 라고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그만큼 온라인 강연회는 그 분들에게도 실로 새로운 시도였을 것입니다. 역사캠프 고학년 담당 선생님 두 분에 의해 쳇팅창 위에는 영어와 한국어로 흥미진진하게 동시통역이 학생들에게 중계되었습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전진한 끝에 우리나라를 지켜낸 그 분들의 생생한 증언을 학생들은 숨죽이며 경청했고, 한 여학생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이 이처럼 용감한 분들에 의해 지켜진 소중한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반응했습니다.
70년전, 젊은이였던 그 분들이 지금은 아흔이 넘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 한국도 아닌 캐나다 땅에서 태어 나고 자란 어린 친구들에게 “역사”의 의미를 가슴깊이 아로새기게 만드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토론토에서 역사캠프에 참가했던 구영자 선생님은 “생존하시는 역사의 증인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우리끼리만 들어서 너무 아쉽다. 목숨을 걸고 싸워 나라를 지켜낸 저 분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없었다.”고 앞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교육해야 할 소중한 시간에 동참하게 되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한 캠프 참가자의 어머님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강연을 들었는데 캐나다에서 이처럼 우리의 역사를 배울 수 있어서 특별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한국어 수업이 어려운 학생들 및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어반 수업도 있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등의 상징들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요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등 어떻게 한국의 문화컨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지를 살펴보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2020 캐나다 역사문화 캠프는 참가비 없이 111명(만 4세~ 70세, 토론토와 밴쿠버 아일랜드, LA, 호주에서도 참여)의 이민 2세 및 3세 재외동포 자녀들이 참여하였고, 3주동안, 9차시, 총 36시간이라는 실로 엄청난 수업구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메트로 밴쿠버 지역 한국어학교 연합으로 써리 한국어학교 소속의 송성분 교장, 김병호, 최승규, 심명옥, 김현진, 김진아 선생님과 열방 한국어학교 소속의 문미경 교감, 이지혜 선생님이, 그리고 광림 한국어 학교의 조영미 선생님, 써리 한국어학교 졸업생인 송유라(University of Victoria,영어교육과 재학중)선생님이, 그리고 20여명의 한국어 학교 교사들과 대학생, 유학생 자원봉자사들이 보조교사로 봉사해주었고, 한국에서 김정섭 중등체육교사, 현지에서 김상희 한국화가, LA 거주의 이정화 가야금 연주자 등이 재능기부로 참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벤쿠버 총영사관, 재외동포재단의 후원 및 뜻있는 후원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모든 순서의 마지막을 장식한 폐회식의 시간은 정말로 특별했습니다. 3주 동안 이뤄진 많은 양의 수업을 캡쳐한 내용과 과제를 영상으로 다함께 보면서 갈무리 하였고, 직접 대면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서로의 이름을 알게되고 서로의 얼굴을 익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온라인 수업에서 만난 어린 친구를 제가 사는 동네의 한인식료품점에서 만났었는데, 서로 마스크를 썼기에 처음에는 누구인지 잘 몰랐지만 이름을 떠올리고 인사를 나누면서 학생과 대면하는 행운을 만났습니다.
각 반에는 고등학생, 대학생의 보조선생님들이 그때 그때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쳇팅창위에 대답을 해주는 등 활발하고도 적극적으로 수업이 이뤄졌고, 이는 캠프 참가자들의 설문 통계 발표에서 높은 만족도로 나타났습니다. 학생들의 설문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우리 재외동포 아이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많고, 더욱 배우고자 하는 의욕으로 역사캠프가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학년 캠프참가자들에게는 “대한민국을 지킨 위인상”이 수여되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의 얼굴이 각 이순신 장군, 유관순 열사, 안중근 의사의 일러스트 안에 합성되어 있어서 참가자 모두가 위인이 되는 특별한 수료증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특별한 순서로 비씨주 시민봉사부장관상이 송성분 써리한국어학교장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이는 장민우 서울시의회 홍보대사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입법부 의원Member of the Legislative Assembly (MLA)이자, 시민봉사부Minister of Citizens’ Services 장관을 겸임하는 앤 캉( Ann Kang) 장관이 2020 온라인 역사문화캠프 소식을 전달받고, “젊은 세대에게 역사와 문화를 물려주고 교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 이라며, 이 일을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 성료한 송성분 캐나다역사문화캠프 단장이자, 써리한국어학교장에게 표창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시민봉사부장관상은 우수교사, 우수 보조교사, 우수참여 고학년 학생들에게도 수여되었습니다.
송성분 역사문화캠프 단장은 전적으로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도록 수고해주신 저학년 학부모님들께 “적극참여상”으로 그 노고를 치하하였습니다.

올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팬데믹 가운데 이를 극복하고자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번 역사문화캠프는 6.25 한국전쟁 70주년 및 광복 75주년을 되새기는 시간이면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67년 국토분단 그리고 민족상잔의 비극이라는 우리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온라인이라는 한계와 경계를 넘어 실존하는 참전용사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며 함께 눈시울을 적시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든 순서에 애국심과 열정으로 동참하시고 봉사하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낮에는 직장생활을, 밤에는 수업준비를 하신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시간과 재능과 기부금으로 후원해주신 후원자분들, 선생님들, 재외동포재단, 대한민국총영사관에도 감사드립니다. 재외동포사회속에서 한국어 학교가 코로나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선구자 역할을 해낼 수 있었음에 이 일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뿌듯합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때로는 서러운 이민자의 삶이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다 더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한독립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