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집의 크기나 부모의 높은 지위 등으로 결정 되는 것이 아니다. 작은 집에 살아도 그리고 조금은 힘든 경제 환경의 모습이어도 사랑이 충만한 가정이라면 위대한 가정인 것이다.
사랑이 가득한 집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도 위축되지 않으며, 어려움과 아픔도 함께 이겨나갈 힘을 가지고 있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우리는 사랑이 충만하며 위대한 가정이 되기 위한 소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최근 두 아이와 인연이 된 것은 신이 나에게 선사한 선물인 것 같다.

아들이 성인으로 훌쩍 커버린 나는 쓸쓸하고 허전하여 추억을 떠올리는 일이 많은 너무 일찍 어른이 된 기분이다. 이런 나의 외로움을 알아차린 신은 두 사내 아이로부터 따뜻함을 받게 하며 나의 마음을 붙들어 주신다.

어린 나이임에도 주변을 살피고 어른을 챙길 줄 아는 아이들은 훗날 어느 자리에서도 큰 몫을 해낼 인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두 아이와의 첫 만남이 잊혀지지 않은 건 두 명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맑은 눈빛과 유쾌한 웃음 소리 때문인 것 같다. 살면서 이렇게 맑은 웃음은 아들 다음으로 두 번째 맞이한 것이다. 참으로 신선한 기억이 될 것 같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아이들에게 받는 애정…사실 포기하고 지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대부분 아이들은 유학을 와서 챙겨야 할 결과물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이고 받는 감사함보다 당연함으로 익숙하다. 두 아이처럼 이모의 식사를 챙겨 묻고 어깨를 토닥토닥 거려주며 엽서 크기의 종이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서 위로 하는 모습…아이들의 부모님께서 누려야 할 호사를 내가 대신 받고 있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이 공존하니 힘이 많이 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 두 아이의 마음으로 지금 나는 다시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나는 새벽 5시에서 6시 안에는 기상을 한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13개의 도시락을 만들고 아이들의 옷 가지부터 일일이 챙기는 평일 아침은 어느 순간부터 피곤함으로 온 몸이 지배당한 듯 우울한 모습이다. 빵과 시리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한식으로 아침을 먹고 간다. 부모 곁을 떠나 온 아이들에게 밥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축축 늘어져 움직이다가도…
우리 집 초등 막둥이들의 기상과 함께 “안녕히 주무셨어요?” 라는 인사말을 들으면…언제 그랬냐는 듯 밝고 하이톤의 목소리로 인사를 하게 되는 나는 또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들의 보호자로 지내면서 한 가지 다짐한 것이 있다.
부모가 행복해 보이면 자녀들도 행복 해 진다는 사실이다. 첫 만남에 어둡고 힘이 없어 보이는 아이는 분명히 가정에서 느꼈던 행복의 부재가 있는 경우이다.
기대를 온전히 부담으로 느끼며 자란 아이나 일상에서 자주 비교를 당했거나 부모님과 교류 시간이 적은 아이는 한 구석에는 불안감을 안고 성장하게 된다. 그 불안감이 사라지는 시간이 짧지는 않겠지만, 함께 지내는 환경이 편안하였고 조력자들의 믿음과 응원이 있었다면 아이들은 분명히 긍정의 힘으로 성장 하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아름다운 성장은 부정적인 나의 기억을 잊게 만들며 또 한번 좋은 엄마이고 싶다.

나는 조그마한 키와 얼굴은 늘상 피곤함이 가득하며 염색을 하지 않으면 흰 머리가 가득한 초라한 중년이 되었다. 거울을 보며 젊은 시절 환한 내 모습이 그리워 눈물이 날 때도 있다.
아이들을 키우며 외모를 가꾼다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여 본 적이 없다.
화장기 없고 짧은 손톱에 투박한 손은 지난 10여년 동안 함께 했던 아이들을 언제나 안아 줄 수 있는 준비 된 모습이었다. 잘 차려 입고 예쁘게 화장한 모습이 보기에는 더 좋을 수 있었겠지만…그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은 나름 뜻을 가진 컨셉이기도 하였다.

톨스토이의 동화 ‘황제와 청소부’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어느 왕국의 황제가 큰 잔치를 베풀며 참석자 중 가장 아름다운 손을 가진 사람에겐 왕과 왕후 사이에 앉게 하고 금과 보석 등 푸짐한 상품을 주는 행사를 연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손톱을 다듬고 향수를 뿌리고 손에 좋은 것들을 덕지덕지 바르며 자신이 뽑히기 만을 고대한다.
드디어 왕과 왕후는 영광의 주인공을 뽑았고 그는 다름 아닌 궁전의 청소부 할머니였다.
평생 일만 해온 할머니의 손은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거칠고 주름졌으며 그 손을 본 사람들은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을 한다. 그 때 많은 대중들에게 왕이 말하길,
“이 손은 땀과 수고 그리고 성실로 장식된 가장 아름다운 손이다.” 라고 말을 한다.

그렇다.
대부분 사람들이 타인을 바로 보고 긍정적인 표현을 할 때는 그 사람의 생김새나 몸에 걸친 것들이 보기 좋았을 경우이다. 그러하기에 보통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부분을 중요시 여기는 것을 당연시한다. 내면의 중요성을 익히고 가르치는 것은 부모된 바른 도리일 것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 보다 상대의 참된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진 우리 아이들은 현명한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보잘 것 없는 내 모습을 예쁘다고 해 주고 안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린 나이임에도 어른을 위로하고 아낄 줄 아는 지금의 아이들은 좋은 향기와 빛이 나는 어른이 될 것이다.

문득 영화 속 명대사가 생각이 난다.
“무엇이 중한디? 무엇이 중한디?”
현대인들이 잊고 사는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것 같은 이 외침의 울림을 기억하며 소중한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고 싶은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