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평선은 말이 없다 대답이 없다

글 조슈아 리 (써리 교민, 밴쿠버 필그림교회)

드넓은 설평원에 남겨진 우리 가족
얼마나 멀고 먼지 가고픈 남쪽 나라
가슴이 터지도록 불러 보아도
설평선은 말이 없다  대답이 없다.

주일이 나에게는 가장 바쁜 날이다.
늦어도 아침 7시까지는 일어나야 하기에 겨울에는 언제나 일어날 때 한참 캄캄하다.
내가 먼저 일나서  준비 얼른 해놓고  레디고우가 되면  자는  식구들 깨워서 대충 Safari 벤에 싣고서 `부르릉`  캘거리로 향한다.
가다가  아이들이 꼭 한 번씩은 소변을 보고자 하기에 하이웨이에서 한번은 쉰다.
2002년 1월 어느 날   그 하루 눈설이 무릅까지 쌓여가던 날  새벽이다.
큰아들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나는 뒷자리에 비몽사몽간에 기대어 있었는데… Vulcan을 지나서  Cornerstore 쪽으로 北向하고 있던 중, 갑자기 차가 `덜컹`하더니 (바람에 의해 도로에 가로로 쌓여진  눈 둔턱을 속히 지나가면서 내는 소리) 쭐딱 미끄러져서 좌우로  막  twist 하다가
반대쪽 차선으로 넘어가서 달리고 있질 않는가 !

크게 놀라서 `주여! 주여!` 하고 소리쳤지만 차는 계속 반대 차선에서 춤을 추며 내달리고 있다.
앞에서 오는 차와 박치기 하면 가족이 전멸 할 수밖에 없는  기막힌 상황이다.
눈 덮인 도로이기에 함부로 핸들을 돌릴 수도 없고 브레이크도 밟을 수가 없다.
그냥 곱게 차가 서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앞에서 오는 차가 없기에 정면 충돌은 면했다.
한참을 진행하더니 차가  ‘쉬웅~~’ 하면서 도로 좌측의 Ditch로 빠져 들더니 그 아래에서 엉거주춤 움직이기에  “학아, 차 멈추지 마라  계속 달려라 !  눈 위에서 멈추면 못 움직인다.  알았제?” 라고 몇 번이나 소리를 쳤다.

계속 악셀레다를 밟으면서 어디 빠져나갈 곳이 있는지를 살펴보지만 흰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안 보인다.
한참을 나아가다가 또 차가 ‘휘욱~’ 하면서 좌측 평원(여름에는 밀밭)으로 기어 올라가서는 계속 달린다.
이제 알버타 눈 평원 위에 올라섰으니 360도 둘러보아도 오르지  눈 뿐이다.
차를  멈추지 않으려고 열심히 달려가지만 대책이 없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전혀 모른다.
가다가 큰 Ridge를 몇 개나 만났다.
Ridge 너머에는 뭐가 있는지 모른다.
급경사가 있는지…깊은  낭떠러지가 있는지…. 강이나 계곡이 있는지….데굴데굴 굴러서 `덜컹 꺼지직  퐁당 ! ` 하면  끝이다.    가족 전멸하고 시체 찾는데도 몇 달  몇 년 걸리겠다.
럭키하게도 Ridge를 넘으면 내리막이 연속되기에 계속 미끄러져 내려갔다.
하지만 바로 내려가면 떼굴떼굴 굴러 버리기에 옆으로 비스듬히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다.
가다가 중간 중간에 폭 파진 Frozen Pond[웅덩이]도 만났지만 용케 피해 나갔다.
한참  완경사를  달리다가는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헛바퀴가 계속 돌다가 마침내 서버렸다.
눈앞은 훤한데도 머리 속은 캄캄 무대책이다.
바깥은 영하 20도다.  눈바람  세차게 불고 주변에는 아무 차도 없고 도로도 안 보이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에 연료는 한정되어있고, 사고로는 안 죽어도 얼어서 죽을 상황이다.  생명이 눈 위에 호롱불이다.
설평선은 말이 없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

눈 평원 위를 달리는 동안에 계속 회개 기도를 했다.
“예수님, 요 근래.. 또 지난 밤에 교회 홈 페이지 먼저 안 살펴 본거 용서 해주세요…홈피 담당 집사가 몇 번이나 청년유학생 업그레이드 하라고 부탁했는데  그 말 안듣고쓰리…  인제부터는 컴퓨터 켜면 세상오락 사이트 먼저 들어가지 말고,  우리 교회 홈피부터 들어가서  여기저기 업그레이드 먼저 하겠습니다.
오늘 한번만 더 용소해 주이소…”
그래도 응답은  없다.
이제는 차가 멈추었기에 차 안에서 온 가족이 손을 잡고  “예수님, 우리 대가족 눈벌판에서 구해주세요, 살려주세요…!” 라고 합심기도를 한참 드리고서 바깥으로 나왔다.

다시 출발하려 해도 헛바퀴만 돌고 차는 눈 속으로 점점 더 빠진다.
온 가족을 Safari밴[후륜구동]의 맨 뒷자리로 몰아 부치고 큰 아들은 차 뒤에서 밀고 나는 시동 걸면서…. 바퀴 밑에 돌을 공구고, 삽도 끼우고, 베개도 집어넣고….해서  고난의 연속 끝에 겨우 차가 슬슬 움직인다.  다시 서면  안 된다.
큰아들은 움직이는 차에 잽싸게 뛰어 올라타고 다시 길을 찾아 나섰다.
한참 가니 눈벌판 위에 눈으로 푹 덮힌 농가가 하나 보인다.
`이제 최악의 상황은 끝났구나! ` 하면서 농가 쪽으로 슬슬 미끄러져 다가갔다.
그러다가  농가 옆으로  농로 같은 게 나 있기에  그 길을 따라 계속 달려가니 마침내 구세주 22번 하이웨이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할렐루야 !

죽을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서 교회에 도착하였더니… 예배시간이 다 되었기에 성가대가 연습 마치고서 본당으로 올라가는데도 나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냥  웃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것들이 이렇게 매정 할 수가 있나!
내 눈에는 모두가 새 세상인데 말이야……내가 死地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저렇게도 천연덕스럽구나………..
다행히 예배 끝나고  담임목사와   성도들이 내가 예배시간 다 되어도 오지 않기에 걱정했다는 말을 듣고 용서해주기로 했다.

그 뒤 예배 드리러 올라올 때 마다 우리 차가 어디에서 빠져서 어디에서 눈밭으로 기어 올라갔는지 아무리 살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 차가 빠진 22번 도로상 Vulcan과 Cornerstore 사이 북향 도로선상에서는 Ditch 밑에 좌우 100% 굵은 각목Fense가 쳐져 있기에 눈밭으로 절대 올라 갈 수 가 없게 되어 있었다.
Ditch도 너무 급경사이기에 빠지면 떼굴 굴러버리거나, 안 굴러도 도로 윗쪽으로는  올라올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그 뒤로 수십 번을  지나 다니면서 그 구간을 자세히 살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사건 진행과정을 도저히 규명할 수가 없었다.

‘에라!  그 순간을 생각하면 심장만 두근거리니까  너무 따지지 말자.
그냥 나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신 거 감사하자.’ 하고  말았다.
처음 이민 와서 하나님께 약속한 말씀 그 하나만 끝까지 붙잡고 끝까지 이민땅 살아보자고만 다짐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태 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