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첫 번째)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우리들이 지켜야 할 자세, 사랑한다고 자주 말하기, 믿는다고 말하기, 자녀의 거울이 되어 주기 등등의 말들처럼 우리 어른들이 자녀에게 가져야 하는 마음의 자세는 많은 것 같다.
얼마 전,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게 너무도 바보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00야,엄마가 좋아?아빠가 좋아?”
아이의 대답은, “아빠요.”
이유를 물었더니,아버지께서 더 좋은 대학을 나오셨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거기에 덧붙여 밖에서 높은 지위에서 일하시며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위해 많은 돈을 버시기에 더 좋은 이유라고 하였다.
살짝 당황은 되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하며 지나친 기억이 있다.
요즘 아이들의 세상은 우리 기성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 세상을 찬찬히 살피면 아이들의 생각만큼 단순한 것도 없는 듯하다. 표현도 현실적이고 직설적이다.그들은 편한 게 좋고, 나에게 잘 해주는 이에게 정을 주고, 공부 잘 하는 사람을 또는 재능이 많은 사람을 더 좋아한다.
이런 아이들이기에 부모님도 더 능력있는 분이 좋다고 하는게 아닐까 싶다.
첫 만남에 나에게 자신의 아이큐를 들려주며 자신의 꿈을 위해 SKY정도는 들어가 주어야 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아이, 어느 일 보다도 공부가 우선이라고 말 하는 이 아이의 마음에 자리잡은 세상의 경쟁과 어른들의 학벌과 같은 서열이 동심을 몰아내고 있는듯한 아쉬움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꿈이 검사인 이 소녀에게 세상을 편안히 바라보는 평정을 심어 주려 한다.
내가 아들에게 배움을 기쁘게 익혀야 하는 이유는 필요할 때 약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가르친 것처럼, 이 아이의 스마트한 브레인에 이것 하나를 더하여 준다면 지금보다 예쁜 세상을 만드는 인재가 되지 않을까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얼마 전,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속에는 명문대학 의대를 꿈꾸며 교육을 시키고 만들어 가는 가정들의 모습이 그려졌다.모든 가정이 몸살을 앓은 후, 다행이 삶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는 되었지만, 현 대한민국의 상위 1% 사람들의 모습이 이러하다고 생각하니 따뜻함으로 마무리되기 보다는 씁쓸함이 남는 기억이 되었다.
드라마 속 끝무렵 한 아이의 어머니가 하는 대사가 여운이 남는다.
아들의 근황을 ‘잘 먹고,잘 자며 잘 싼다’ 참 듣기 좋은 말인 것 같다.
내 아이가 잘 먹고 잘 자는 것처럼 건강한 삶이 어디 있겠는가?
이 기본적인 생활을 잘 하여야 세상을 주도하는 자리에 설 수도 있고, 때로는 뒤받침 하는 조력자의 역할도 할 수 있는 것 처럼 조화로운 세상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의사나 판,검사가 되어야 하지만… 또, 누군가는 블루칼라의 노동력을 발휘도 할 수 있어야 하기에 어느 위치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이제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예쁜 시선을 아이에게 선물하려고 한다.
책상 앞 펜으로 세상을 배우는 것도 가르치겠지만 아이들과 어우러져 나눔도 익히고, 바깥 공기와 함께 호흡하는 법도 익히며 그 아이가 가진 능력을 뽐냄이 아닌 자랑스러움이 될 수 있게 다듬어 보려고 한다.
이것이 이 세상이 진정 바라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며 아이와 함께 반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초콜릿을 포장하는 소박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에피소드 두 번째)
평일 오전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자녀의 사정을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어느새 울음이 섞여 들려왔고 세컨더리아이의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느껴진 이유는, 아이들 유학생활의 목적이 도대체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부가 떨어져 아이들의 교육을 이어가고 ,때로는 아이들 혼자서 타국에 와서 견뎌야 하는 이 생활들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슬프기까지 하였다.
대부분의 이 생활을 선택하는 이유는, 한국에서의 현실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학업에 치이고, 사람에게 차가움을 느껴 학교 생활이 두려워져 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 상해를 입히게 되는 지경이 되면,학교를 변경하거나 머물 수 있는 안식처를 바꾼다하여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
이런 상담을 받을때에는 나는 유학원의 지사장도 아이들의 코디네이터도 아니다.
그저 이런 상황에 나는 아이를 이해하고 부모를 위로하며 한 템포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쉼터가 되어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며칠이 지난 지금, 이 아이의 부모가 어떤 방법을 선택하였을지는 알수 없지만, 부디 바라는 마음은 배움과 남의 시선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로지 내 아이가 편해질 수 있는 상황과 조금 느려도 괜찮기에 아이에게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를 응원하여 본다. 그리고, 진심으로 아이가 더 이상 다치지 않기를 바라여 본다.

아이들과 연결된 고리처럼 직업을 갖게 된 지 벌써 18년이 되었다.
‘그만해야지…’라는 마음도 18년째 갖는 중이다.
하지만, 늘 생각한다.
내가 가장 기쁘게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작게라도 도움이 되는 조력자로서의 삶인 이 일을 멈추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성인이 된 아이들과 이제 시작하는 아이들이 어우러져 배우고 익히는 이 생활의 연속은 귀찮음도 있지만,끝은 보람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도 자녀 때문에 아픈 분이 있다면, 우리 가정의 문은 열려 있음을 귀띔해 주고 싶다.
함께 자녀를 키우는 입장과 다양한 캐릭터의 아이들을 경험한 자로서 답답함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여 보며 이런저런 이유로 이 밤에도 눈물지을 많은 어머니들의 마음에 따뜻함이 깃들기를 하나님께 기도하여 본다.

“외로움과 열등감에 너덜너덜해진 마음은 이제 다 아물고 예쁘게 성장할 일만 남아 있다.
매일 밤 기도해도 나아지는게 없겠지만, 오늘은 흘러 다시 어제가 되고, 또 당신의 발밑에 움을 틔울 것이다”
이 예쁜 글귀를 기억하기를 바라여 보며……,

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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