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캐나다한인총연합회가 캐나다 전역 한인회장의 힘을 모아 개최한 ‘입양인 권익신장 활동 및 입양단체 활동지원’ 1박2일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밴쿠버에서 토론토로 가는 길, 5시간여 비행기에 몸을 싣는 동안 입양인 가족과 함께한 십여 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기어 다니던 아이들이 내 어깨 위만큼 자랐고, 성인입양인은 부모가 되었다. 토론토 공항에서 내려 한인회관으로 향하는 길은 촉촉한 비가 내렸다.

회관 안은 입양 가족과 컨퍼런스를 위해 멀리서 찾아온 분들의 활기와 설레임으로 어수선했지만 온기가 감돌았다. 나는 왠지 처음이 아니라 반가운 가족을 만난 느낌이었다. 아이들도 회관 안을 제 집처럼 마음껏 뛰어다니거나 부모의 품에 안겨 낯설지만 설익지 않은 풍경을 익히고 있었다. ‘그동안 외면당했던 한인 입양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가 되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 라고 하지만 오랜 동안 보이지 않는 곳곳, 우리의 아이들을 따스하게 사랑으로 덧입히는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답답하던 내 마음이 밝아졌다.

주점식 총연합회장의 ‘입양인은 한인 사회의 일원’이라는 말로 모두의 가슴을 달궜고, 연아마틴 상원의원은 ‘입양인은 한·캐 양국 관계 발전의 주역이며 나아가 전 인종을 아우르는 다국적 시민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고 입양인을 격려했다. 이동욱 오타와 총영사는 입양인이 모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1년 어학연수 프로그램과 2년 정규 교육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고 국비로 가능할 수도 있다는 운을 띠웠다. 그 외에 마련된 카운슬링 등 촘촘히 짜인 일정동안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동질성과 자부심을 갖고 자존감을 키우고자 애쓰는 주최측의 노고가 빛을 발했다. 첫 행사라 첫 날은 진행이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어린 입양아들의 참석이 많았고 입양 가족 및 관련 기관, 단체를 캐나다 각 지에서 초대하는 일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강연 및 토론에 이어 한식으로 차려진 저녁 잔칫상은 아이들에게 당겨온 한국이었고 어머니의 어머니가 입에 넣어주던, 아이들의 DNA에 담긴 그 맛이었다. 나 역시 김치를 베어 무는 순간 콧등이 알싸한 감동이 가슴을 타고 요동쳤다. 여전히 맴도는 저녁밥 냄새가 이른 새벽의 공기에 묻어나는 동안 아이들과 다 자란 성인이지만 어머니처럼 여기는 입양인들의 입에 감기는 밥상을 차리고 싶어 진다.

함께 밥을 먹는 동안 가까워진 아이들은 더욱 활기가 넘쳐 곳곳을 뛰어다녔다. 바람 소리 사물놀이와 고정욱 태권도, 김은정의 가야금, 오정희, 정현윤의 바이올린 연주, 금국향 너울 무용단의 무용, 아코르 오케스트라의 색소폰 연주 등 아이들을 맞은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에 참여한 분들은 잠시라도 한국의 멋과 맛과 향기를 전하고 싶은 어미의 품으로 아이들에게 따사로움을 안겨주었다.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는 동안에도 사회자는 아이들을 강단으로 이끌어 내어 한복 뽐내기와 제기차기, 투호던지기, K-Pop, 노래 자랑으로, 회관 밖은 아이들이 날리는 종이비행기로 행사장은 말그대로 즐거움이 넘치는 아수라장이었다. 상품으로 받은 쌀과 라면으로 양부모와 아이들은 더욱 신바람이 났다. 서양 가정에서는 밥을 거의 안 먹는데 왜 상품으로 쌀과 라면을 준비했을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동안은 집에서 한국 쌀로 지은 밥을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벌써 각 아이들의 가정에 퍼지는 밥 냄새로 푸근해진다. 한국인은 밥 힘이지 않은가! ㅎㅎ

다시 강연으로 이어져 입양인 부모님은 입양이란 이름으로 받은 생애 최고의 선물인 두 자녀를 위해 당당한 한인 사회의 구성원으로 키워내겠다고 토로했고 입양인 성공 사례 발표에 나온, 10여년전 밴쿠버에서 활동하던 리아의 멋진 모습을 통해 입양인의 입지를 확인시켜주었다. 오타와 양자회(이연숙)와 밴쿠버 해오름을 통해 입양인의 어머니 역할을 해 온 나는 부끄럽지만 나누고 싶은 그간의 발자취를 발표하고 언제든 어디서든 찾아오면 우리의 가장 소중하고 귀한 가족으로 맞겠다고 말했다. 밴쿠버 정택운 한인회장은 입양된 아이들이 부모와 국가를 소중히 여기는 귀한 아이들로 자랄 수 있기를 바라며 양부모님께 감사와 존경를 표했다.
또한 노인, 장애 복지부 장관 및 정계, 지역 단체 분들의 따스한 위로와 격려의 강연, 노삼열 교수의 행복한 삶에 대한 강의는 입양인 뿐 아니라 참석한 분들께 우리의 입김을 불어넣어 준 따스한 시간이었다. 이틀 컨퍼런스 동안 내 마음을 뭉클하게 사로잡았던 것은 ‘나의 가족’ 이야기를 나눈 에드먼턴 한인회 회장(조용행)의 강연이다. 둔탁하고 짧지만 두 자녀를 입양한 이야기를 통해 타 인종간의 입양이 아닌 우리의 아이를 우리가 입양해서 키울 수 있다면… 그 이상 더 바람직하고 건강한 입양이 아닐 수 없다.

1박 2일은 짧았지만 캐나다한인총연합회의 첫 ‘한인 입양인 권익신장 및 입양단체 활동지원’ 컨퍼런스가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그 여운과 영향이 앞으로 한국 입양인의 권익신장과 한국인의 정체성 확립 및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 시간이었다.

아이야! 눈을 뜨거라. 네 날이 밝았다.

어머니 널 안으시고, 아버지 널 어르시니 세상에 부러운 것 없단다.
너는 어느 날 문득 꿈을 꾸다 날아온, 지구 저 편의 어린 천사
꾸벅꾸벅 졸다가 살짝 뜬 네 세상은, 온통 사랑으로 가득하단다.
너를 안은 순간, 환희의 눈물로 범벅이 된 네 아버지와 어머니
너는 지구상의 가장 아름다운 별에서, 향기로운 꽃으로 왔단다.
눈부신 햇살 맑은 웃음으로, 우리 너를 감싸리니
아이야! 온 누리의 빛이 되거라 사랑이 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