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햇빛은 동쪽에서 와서 서쪽으로 가고
그늘은 서쪽에서 와서 동쪽으로 간다.

사랑도 나와 같이 와서 나와 같이 간다.
내 사랑을 받은 사람은
나를 기억하고 나의 사랑을 기억하고
누군가를 더 사랑하리.
지난 한해는 길고 긴 시간이었다.

중국 우환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우리 모두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고 처음에는 그냥 그렇게 지나가겠지 했다가 그 다음에는 공포로 느껴졌고 지금 겨우 한 가닥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에게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노인들에게도 이 세상을 짊어지고 있는 그 안의 모든 젊은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극복해 나아가야할 일이다.
이 전 세계적인 엄청난 일로 인해서 사람들은 서로가 연결되어있으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동물이나 곤충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어떤 생명체하고도 같이 어울려 잘 살아야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었다. 그냥 막연히 느낌이나 이론으로만 알던 것을 몸으로 절실하게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곳이 생각보다 넓은 곳이며
우리는 또 우리가 사는 곳은 생각보다 좁은 곳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잘 아는 사람도 있고 잘 모르는 사람도 있으며 모른척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위기가 닥쳤다고 해도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장 자신의 기쁨이나 쾌락을 위해 그것을 무시하거나 방해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제까지 모든 일을 이렇게 합의에 도달해서 역사를 만들고 살았던 것처럼, 결국 역사를 만들고 살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합의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에게 닥친 일이 불행이나 위기라고는 하지만 언제나처럼 부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부를 부풀릴 수 있는 기회로 그 일을 사용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하루하루 더욱 더 못살고 피폐하게 되었다.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전에도 그랬듯이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탐욕스런 사람은 여전히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사람은 여전히 어리석다. 어리석은 사람의 어리석음을 안타까워하고 존엄성을 지키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을 안쓰러워할 뿐이다. 나는 이 일을 새삼스럽게 특별히 나쁘다고 개탄할 생각은 없다고 하더라도 섭섭하긴 하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한 공평한 세상을 꿈꾸지만 그것은 모두의 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내가 나이를 먹고 공평한 세상은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서, 이 우주가 그렇게 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모든 것은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설켰다는 것을, 누구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나 자신이 광장 의 파리(廣場之蠅)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나는 낙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는 늘 그렇게 흘러오지 않았던가.
그러면서 더 좋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설사 더 좋아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그런 암흑의 시간이 조금 길어서일 뿐이라고 나는 믿는다.
짧은 숨이 아니라 긴 숨을 쉬어야 할 뿐이라고 위안한다. 산이 조금 더 높아서라고 생각한다. 산은 낮은 곳부터 출발하여 높은 곳으로 그리고 정점에 도달하면 다시 낮은 곳으로 내려오게 마련이다. 우리는 한없이 올라가는 것을 선호하고 정점을 좋아하고 정점을 찍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영원하고 싶은 그 곳이 곧 내리막의 시작이라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일이 암흑 같은 일이기에 누구도 예외 없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우주는 넓고 세상은 좁은데도 우주도 세상도 여기 사는 생명체들도 역시 깊다고 느낀다.
우리들은 거기에 하나의 거름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 피어나는 하나의 꽃일 뿐이다. 비약 같지만 우리들의 영광, 우리라는 영광, 꽃은 결국 거름이다. 거름은 결국 꽃이다.
잘못하는 사람, 이해할 수 없거나 나쁜 사람, 어리석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나의 생각의 보자기가 작아서라고 생각한다. 나의 사랑의 보자기가 작아서라고 생각하겠다. 인간은 겨우 백년을 살 뿐이므로 백년 이상이 되는 주기를 이해하기 힘들다. 인간의 문명은 겨우 1-2만년이므로 그 이상의 주기를 이해하기 힘들다. 우주는 겨우 몇 십 억년이므로 그 이상의 주기를 이해하기 힘들다. 모두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두에게는 사랑이 필요하다. 우리는 시간을 조금 가지고 있지만 사랑은 무진장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진 것은 사랑뿐이므로 우리는 그것을 쓸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사용하자. 너무 피상적이라고 느끼더라도 우리는 이 우주를 품어야 한다. 우주가 나를 품었듯이 내가 우주를 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