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_data_m1_5_1457564672-독자투고-  글·사진 Mino
요즘은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여행지” 같은 버킷리스트 류의 광고문구가 어디에서든 남용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버킷리스트”라는 표현이 꼬리표처럼 항상 따라다니는 오로라 테마 여행이 나에겐 마치 무언의 압력처럼 느껴져 왠지 모를 반감이 있었다.
그런 생각이 바뀌기 시작 한 건 얼마 전 오케이 투어를 통해 오로라 여행을 다녀온 가까운 친구로부터의 경험담을 들으면서부터였다. 두 눈으로 직접 봐야 그 황홀함을 이해할 텐데, 전할 수 없어 안타깝다며 꼭 가보라고 잊을만하면 언급하는 친구의 이야기는, 우리 가족을 옐로나이프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나는 사실 자유여행파였다. 젊은시절엔 일일이 직접 정보를 찾고 예상치 못한 난관과도 부딪히는 과정이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일까? 낯설고 정보가 많지 않은 지역으로 가족들과 함께 오로라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는 무엇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다녀오는 것이 되었다. 사실 꼼꼼하게 알아보는 성격때문에 다른 여행사와도 상담을 받고 비교해보았다. 하지만 오케이 여행사의 상담원과 통화를 하고 나니, 친구가 괜히 강력추천을 한 게 아니라고 납득이 갔다. 이번 여행을 도와준 상담직원은 주변 호텔, 항공권, 오로라 빌리지에 대한 정보를 쏙쏙 꿰고 있었다. 호텔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 우리 가족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마음에 쏙 드는 호텔로 예약해주었다. 이외에도 단순히 여행상품을 팔기 위해서라기 보단, 우리 가족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진심을 다한다는 걸 크고 작은 배려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남편과 열두살, 열살된 두 아이는 추운 1월인데 왜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지 굳이 더 북쪽으로 가냐며 투덜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그 형용할 수 없는 하늘의 춤을 광경을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한 첫날 밤 이후 그런 불평은 깨끗이 사라졌다.
친구의 말이 맞았다. 오로라는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폭죽이 터지듯 오로라가 줄기가 되어 하늘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할 때 온몸으로 느꼈던 그 전율이란! 특히 두 번째 날에는 운 좋게도 바로 머리 위에서 오로라가 30분 정도 쏟아졌는데, 그때의 감정을 나는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만 같다. 그저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에 내가 존재함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순간을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더욱 행복했다. 혼자서 온 20대 친구들도 있었는데, 젊을 때 혼자 보러 왔어도 그만의 특별한 의미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좋아보였다. 
오로라 빌리지에서 대여해주는 캐나다 구스 방한복과 부츠의 효과는 생각보다 엄청났다. 그뿐만 아니라 티피 안에는 나무 난로와 뜨거운 물이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무료로 커피, 차, 코코아 등도 이용할 수 있어서 오로라를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둘째 날 밤부터는 컵라면, 햇반도 챙겨와서 출출한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오로라 빌리지는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곳만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큰 강을 끼고 한쪽엔 티피 및 각종 편의시설이, 반대쪽에는 썰매견들의 사육장이 있었다. 개 썰매 체험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사육장 안에 들어가서 강아지들을 직접 만지고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썰매견 담당 직원은 백여 마리 가까이 되는 그 많은 강아지의 이름, 가족관계, 성격까지 모두 다 외우고 있어서 자기 일과 강아지들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다.
board_data_m1_2_1040사육장 옆에는 태어난 지 한달밖에 안 된 아기 예비썰매견들도 있었데 너무나 귀여워서 우리 가족 모두의 혼을 쏙 빼놓았다. 개 썰매 체험은 15분 정도 진행되었다. 처음엔 개들을 혹사시킨다는 마음에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지켜보니 썰매견들은 달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고, 동료 개들과 함께 달리는 걸 무척 즐기는 듯 했다. 덕분에 미안한 마음 따위 던져버리고 신나게 썰매를 탈 수 있었다. 인스트럭터가 썰매 뒤에 서서 방향을 리드하기 때문에 전복 등에 대한 위험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셋째 날은 스노슈잉 체험으로 시작되었다. 전통의상을 입은 현지 원주민이 직접 가이드로 나서서 우리들을 이끌었다. 함께 산에 오르면서 여우, 울버린 등 야생동물들의 발자국, 배설물 흔적을 추적하며 설명해주었다. 산을 한바퀴 도는데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었다. 스노슈잉을 마친 뒤,  빌리지 안에 무료로 튜빙 썰매를 타는 장소로 갔다. 마치 봅슬레이 경기장처럼 잘 다듬어져 있는데 생각보다 스릴도있고 재미있었다. 두 명씩 짝을 맞춰서 2인용 튜브로 세 번씩 탔는데, 기록을 경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단순히 오로라를 보러 이 여행을 계획했지만, 낮에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신나고 다양한 액티비티가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옐로나이프에서 보낸 매 순간순간은 우리 가족들에게 오로라의 빛깔처럼 하나같이 찬란했다.
여행을 돌아온 뒤 우리 가족들은 모두 서로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여행중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우리는 무의식중에 서로에게 자주 ‘행복하다’ ‘고맙다’ ‘ 행운이다’라는 주고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로라 여행은 소위 말하는 “죽기전에 꼭 해봐야 할” 버킷리스트가 맞았다.
두번째 날 밤, 사춘기에 막 접어든 첫째 아이에게 오로라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느라 대답도 없었냐고 묻자, 조금 망설이더니 “하늘이랑 이야기 나눴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라고 답한다. 아이들에게 내적 성장의 시간을 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최고의 가족여행이었다. 우리 가족들에게 이번 여행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선물과도 같았다. 우리는 사흘 밤 내내 한 시간에서 세 시간씩 오로라를 볼 수 있었고, 그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의미와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마지막 날 밤 우리는 서로에게, 그리고 각자 자신에게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도와준 오케이 투어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본 컬럼은 OK여행사의 오로라 투어를 다녀온 Mino씨의 후기를 전재로 합니다.
 
facebook_밴쿠버 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