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뿐 만이 아니라 꽃받을 만들 때 울 넘어로 “할일도 오살나게 없구먼” 이라며 빈정거리던 아낙들도 보이지 않았다. 권씨 할매는 아들이 모셔 갔고 그 연배의 할매들도 보이지 않는다.
마을에 들어올 때 제법 많아보이던 마을 사람들이 절반도 안되게 꺽인 셈 이다.
도치는 후들후들 떨리는 것을 어쩔수 없었다.
모든 장례행사가 자기 손으로 이루어 졌으면서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몸부림이 모든 것을 져 버리고 무관심하게 살았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오한까지 느낀다.
그날밤 도치는 악몽과 같은 밤을 지냈다. 아침이되자 안사람이 물었다
“어때유? 견딜만해유?” 도치가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없어졌시유……굶어 죽었데유……불쌍해서 어쩐데유? 미서워유……미서워…다 어디로 갔데유 ?”
흐느껴 우는것이다 이번엔 안사람이 놀라 도치의 몸을 흔들며 외친다.
“연택이 아부지……정신 차려유”
잠시 울음을 멈추고 아내를 바라보던 도치가 피곤한 눈을 갈무리하며
“내가 뒷동산에다 숨겨 놓았는디?..우헤헤..”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수 없는 괴성을 지른다.
안되겠다고 생각한 안사람이 큰 애한테 전화를 걸었다.
초 여름으로 접어드는 계절은 참으로 찬란하다.
5월이 꽃의 여왕이라고 한다면 6월은 신녹의 계절이 맞다.
한없이 싱그럽고 눈이 부신 세상이다.
농사꾼에게는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 사과 농사는 망치나 했더니 병원에서 곰의 잠을자던 도치는 잠도 지겹다는듯 기신거리며 일어났다.
의사가 말했다 힘든일 잠시 쉬고 약 잘 먹고, 안정을 취하면 곧 회복할수 있다고 했다.
도치 안사람은 중년을 넘어 서면서 봄 보릿단 같은 허리통에 햇빛에 얼룩진 기미하며 활발한 발걸음이 제법 건강한 농사꾼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오히려 정도치가 뒷전에 처진다. 마을 회관에서 경로당 회장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오늘 점심은 과수원 집에서 준비 했으니 모두 오시라는 것과 앞으로도 계속 점심한끼는 어르신께 대접한다고 했다.
정도치가 안사람을 보며
“어쩐 일이레유?”
“마을 어른들이 굶어 죽는다고 했잔유…… ? 하루에 한끼만 잘 먹어도 죽는 일은 없을거구만유……”
도치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거 쌀말이나 축 나겠는디?..허허허”
밝은 웃을을 짓자 꽃밭을 만들 때 안사람의 미소를 보고 희망을 갖인 것 같이 안사람도 도치의 밝은 웃을을 보고 미래를 갖는다.
“가유. 그동안 마을 어른들과 적조했시유.”
정도치는 꿈을 꾼다. 이따금씩 매봉산이 무너져 온 마을을 덥치는 꿈이다. 아닌게 아니라 귀덕 어른의 장례는 올해로 두번째다. 새로 들어 오는 사람이 없다면 이 마을도 머지않아 사람이라곤 씨알머리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몸서리가 쳐진다.
무서운 일 이다.
큰애라도 들어왔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기약은 없다. 도시로 나가자고 했지만 안사람은 아이들이 나고 자란 고향을 지켜 주는것으로 만족하며 살자고했다.
“그게 어디 될 말인가? 밑져도 한참 밑지는 장사가 아닌가?”
도치는 한없이 빈둥대며 마을을 돌아 다닌다.
그는 무엇을 보는가?
무엇을 생각 하는가?
늘 쫓기는 마음으로 몸을 오그라 트리고 끝도없이 마을을 내려다 보고 산다.
집들은 여기저기 비어서 흉물스럽고 그들이 일구다만 농지는 숲을 이루고 있다. 떠날때는 다시 올 것 같이 창틀에 못질을 하고 열쇠를 체운 집도 있지만 돌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몰락…?
함몰…?
아니 추락이라고 해도 좋다.
모래판에 물을 부을때 눈녹듯이 사라지는 것과 같이 두둥마을 사람들도 묻혀 버리듯 소리 없이 소멸 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들의 고향이 사라져 가는 것이다.
실체가 없는 고향은 마음으로만 아리게 존재하는 것일까…… ?

구성진 상여소리 머문지 오래고
지게타고 가는 사람 더욱 서럽네
오늘해가 다 졌는데
골마다 연기없고
뗄 나무가 없는가
나무 뗄 사람이 없는가

당선소감

제 부족한 글을 귀하게 보아 주시고 흔들어 깨워주시며 모닥불을 지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참 제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힘들게 썻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기도 처음이고 일정을 정해 놓고 쓰는일도 없었기에 무척 조바심을 내며 주춤 거리기도 했습니다.
이제 할수 있다면 사라져가고 잊혀져 가는것들의 아쉬움을 설레임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새롭게 하시는 분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