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에피소드: 생각의 변화가 시작의 반이다
5월의 화창한 어느 날 밴쿠버는 햇살이 따뜻하고, 나뭇잎들이 살짝 흔들리는 건강한 자연의 소리로 우리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인연의 시작은 가슴이 떨린다.
5월 3일, 새 학생이 우리 가정으로 합류하였다.
상당히 잘생긴 외모로 어린 동생들과 누나 앞에 인사를 나눈 날, 오빠를 보며 얼굴이 발그스레한 막둥이들은 천상 사춘기 소녀였고, 흐뭇한 미소로 귀여운 듯 바라보는 누나들은 엄마미소를 보였다.
한국에서 학업의 흥미가 떨어진 아이가 선택한 것은 유학이었고, 하루에도 몇 번 바뀌는 마음을 나와 만나 이루어진 대화의 시간 후에 결정하게 된 유학 생활은 이렇게 우리들의 인연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3월 한국 세미나에서 발표하였듯, 유학을 통해 얻어질 만족은 누구나 다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유학이란, 당사자의 의욕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환경이 되는 것이다. 언제나 도움이 필요한 우리들의 어린 자녀들은 자신만의 철학도 주관도 부족하기에 주어진 물리적 환경과 인적환경이 너무도 중요한 요건이 된다.
고삐가 풀린 것처럼 영혼이 자유로운 이 아이를 돌보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가정 교육과 어른들의 바쁜 생활로 인해 받지 못한 안정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맞벌이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른들과 어린 자녀들의 분리된 생활 문화로 인해 가정 교육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가정의 문화는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정도를 가르치는 일은 중요하기 때문에 식구가 되는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부모님과 형제 자매를 사랑해라].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라.]
[배려하는 마음을 갖자.]
[거짓말하지 말자.]
[가장 소중한 자산이 나 자신이다.]
등등의 우리 가정의 생각들을 아이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 항상 듣고 느끼며 익히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요즈음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배우고 익히는 과정들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모를 수 있는 것이고, 처음의 염려와는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의 인성은 잘 다듬어 지게 된다.
새롭게 합류한 아이와의 시작은 웃음과 걱정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밴쿠버에 도착한 첫 날 아이가 한 이야기는 한국에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연신 이어지는 말이 한국 한국…이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는 모두 웃음을 보이는 것 밖엔 방법이 없었다.
이런 경우는 10년만에 처음 겪어보는 뒷 목 잡는 일이 되었다.
엉뚱한 생각과 행동은 나의 선택이 잘 못 된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밤을 보내게 했다.
이틀째 된 아침,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설득을 하거나 달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하였다.
중학교 3학년 학생, 요즘 한국 아이들 세상 바라보기가 그리 철없지는 않을 것을 잘 알기에 선택의 결정은 스스로의 몫인 것을 깨닫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먼저 이 생활을 시작한 어린 동생들의 생활 모습을 보며 생각하기를 원하였고, 시차에 적응하지 못 한 아이가 푹 잘 수 있도록 주일 하루는 스스로 깨어나기를 기다려 보기도 하였다. 먹는 음식을 가리는 아이에게 원하는 취향대로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며 기다린 것이다
4일째 저녁이 되었다. 아이가 식사 후 툭 내뱉는 한 마디는 “내년 6월까지는 그냥 해 보기로 했어요”라는 말이었다. 그 말에 마음은 ‘다행이다’라고 여겨지면서도 더 깊게 생각하라고 부추기는 여유는 우리니까 할 수 있는 몫이었다. 그런 후 아이는 메시지를 부모님께 보내어 ‘잘 공부하다 내년에 갈게요’라고 하였고, 친구들에게는 ‘내년까지 연락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을 보낸 것이다.
늘 그러하듯 자녀 돌봄은 순탄하지 못한 일인 것 같다. 우리 부부처럼 아이들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잘 하는 학생들만 돌보려 한다면…지금 혼자 고민하고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진정한 어른들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 아이는 세상 밖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식사 예절을 배우고 함께 생활하며 옆 사람을 배려하는 것도 익히며 아카데믹 책을 마주하기도 한다.
오늘은 6일째이다. 아이는 내게 속삭여준다.
이 곳에서 지내다 한국에 돌아간다면 꼭 다시 캐나다를 다시 오고 싶을 것 같다며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나를 걱정하기도 한다. 센터에서 만난 유학생들의 어머니들 중 아주 세게 보이는 어머니가 계셨다며…이모는 어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상처받을까 걱정이 된다며…
어쩜, 아이들의 조금씩 변하는 예쁜 생각 때문에 이 자리에 우리 부부가 서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 해 본다.

두 번째 에피소드: 청춘을 응원한다
“붉게 물든 노을 바라보면 슬픈 그대 얼굴 생각이나…”
어느 유명한 가수의 이 노래를 이렇게 많이 듣던 날이 있었을까?
아들이 낮과 밤이 바뀐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서 이 노래를 들려주며 율동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 부부의 요즈음 일상이 되고 있다.
K대학교의 응원단으로 뽑혀 캐나다 단체 생활과는 다른 한국 젊은이들의 단체 활동에 열중인 아들.
대학교 입학식에서 응원단 선배들의 후배 맞이하는 모습에 반하여 아들에게 적극 추천했던 나는 정말 후회되지 않는 대한민국 대학생의 엄마이다.
대학 신입생이 되면 꼭 경험하는 신입생 환영회를 곁에서 지켜 본 3월 초,
우리 부부는 놀라기도 하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들 곁을 떠나 밴쿠버로 돌아왔었다.
술에 흠뻑 취해 날이 새어 돌아온 날, 사실 처음으로 한국으로 보낸 것을 후회 하였었다. 캐나다에서 자라며 너무 반듯하게 키우려고 했던 우리의 교육이 한국 대학 놀이 문화가 가진 해방감과 들뜬 분위기에 더욱 재미와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다.
학창 시절을 마냥 이렇게 음주 문화로 보낼까 봐 염려되는 마음으로 3월과 4월을 보낸 부모 마음이었다.
다행이도, 아들은 새로운 한국 문화의 생활도 일상임을 깨달으며 단체 생활의 훈련과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다.
20대를 시작하는 청춘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자아를 탐험하는 사춘기를 보낸 후, 자녀들의 청춘의 시작은 평온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또 다시 진로를 염려하고 찾고 있는 자녀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낳은 아들과 내가 기르는 자녀들에게 일상처럼 보이는 미래 찾기는 당분간 계속 진행될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캐나다 대학생활을 잠시 놓아 두고 한국 대학생활을 시작한 아이가 어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을 열어 두고 있고, 잠시 돌아가는 여정에 1,2년이 늦는 것은 그리 문제가 아닌 것도 이제는 알게 되었다. 경험해 보지 못한 생활을 동경하였고 경험 후 진짜 자신의 길을 찾는다면 부모는 감사하고 만족하는 안식처가 된다. 그저 자신들이 속해 있는 그 위치에서는 최선을 다하길 바라는 것이고 그 시간이 의미가 있는 재산이 되기만을 응원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가정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공부를 했지만 카운셀러가 되는 길을 탐색하는 자녀도 있고, 의학도가 되는 길을 걷다가 외교 공부를 위해 방향을 돌렸던 자녀가 진정 원하는 길이 처음 선택이었음을 깨닫고 갈등하는 자녀도 있다. 그리고, 다니던 대학에서 잠시 후퇴하는 듯 보였던 멈춤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대학의 입시를 합격한 자녀도 있다.
이렇게 아이들은 처음 길을 그대로 가는 법을 어기는 일이 흔한 것이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부모가 되는 우리 어른들의 자세인 것 같다. 마음은 염려가 되어 애가 타지만…겉으로 대처하는 우리들은 느긋하여야 하고 함께 고민하는 적극성도 요구되는 것 같다.
시작하는 청춘과 그 시대를 겪은 우리들의 마음 모으기가 자녀들의 삶을 좋은 길로 인도하는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을 기억하며 우리 아이들의 인생을 응원하는 바이다.
캐나다 하늘과 대한민국 하늘이 모두 희망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