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손님 L이 만들어준 음료들인데, 뚜껑위까지 올라올만큼 많이 만들어줬다.
캐나다에 산지 이제 만20년6개월이 지나간다. 나와 내 남편만 이렇게 느끼는건지는 몰라도 이 나라에 살면 살수록 내가 무엇을 아느냐 하는 것보다 내가 누구를 아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력보다 경력을 중요시하고 경력보다 reference를 중요시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인맥을 지키고 키워나가면서 우리 아이들 또한 좋은 인맥을 지키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인맥을 지키는 첫번째 원칙은 내가 현재 아는 사람들에게 내가 합법적으로 잘해줄 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해 섬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을 잘 섬기기는 방법을 배우기에는 어렸을때 service 직종에서 일한 경험 또는 캠프등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들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 레이저제모 손님들중 가장 어린 여학생들중 하나인 L이 11학년을 마치고 이번 여름방학동안 Tim Horton’s에서 summer job을 가졌다면서 나에게 자랑을 했다. 벤쿠버웨스트의 예전 수상 아들이 다닌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 여학생은 예쁜 교복을 입고 방과후에 들르거나 예쁜 옷을 입고 토요일 일본어학교 끝난 후에 들러서 레이저제모를 받고 가는데, 엄마에 이어 2대째 오는 내 손님이다. Synchronized swiming을 하기때문에 팔다리에 털 없이 매끈하게 보이기위해서 면도 대신 레이저 영구제모를 하는 부유한 집 막내딸에게 최저임금에 가까운 돈을 버는 곳에서 일하게 하는 부모들의 mindset이 참 본받을만하다고 느꼈다. 만약 우리집이 그만큼 부유하다면 고등학생 자식들을 알바시킬까? 부자가 아니라서 모르겠다.
어디에서 일하는지 안물어본게 아쉬웠는데, 며칠전 주말 무임금으로 내 비즈니스 청소 및 공사쓰레기 수거를 해주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마실 시원한 음료를 사기위해 지나가다 들른 팀호튼스에서 그 여학생을 우연히 마주쳤다. 그녀는 내가 주문할때 캐셔옆에 서서 음료를 만들고 있었는데, 나와 눈인사를 하고 수줍은 듯 웃더니 음료들을 만들어 tray에 담아 나에게 건네주었다. 받고보니 나름 넉넉히 담아주려고 한 것 같아서 기분이 무척 좋았고 이렇게 어린 여학생도 아는 사람에게 나름 잘해주려고 하다니 참 기특하기도 했다.
우리집 큰 애 브랜든은 올해초부터 여름방학 시작하기전까지는 매주 토요일 오전 5시간씩 남편이 contractor로 일하는 건설현장에서 helper로 일했고. 여름방학때는 7월에는 summer school을 다녀서 주말마다 summer camp의 자원봉사자로 일했고, 8월에는 건설현장에서 월-목 주4일 하루 8시간씩 일했다. 멋을 부리기를 좋아하고(이 부분은 꼭 남편 닮았다) 아침마다 옷과 신발, 머리스타일을 코디하느라 아침식사도 거르는 애가 이번 여름방학 끝나고 back to school shopping 할 때 사고싶은 것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하면서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가지고 있으니까 내 돈으로 사야하는데 내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은 대부분 RESP에 넣고 나머지는 용돈으로 쓸 계획이고 옷 사는데 쓰고싶지 않다고 제법 어른스럽게 얘기를 해서 놀랐다. 본인이 직접 돈을 버니까 경제관념도 생기는 것 같아 어렸을때 일한 경험은 여러모로 삶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인맥을 지키는 두번째 원칙은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일들을 관심을 갖고 기억하는 것이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과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다를 수 있는데,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이야기들을 경청하고 들었던 이야기들을 관심을 갖고 기억해준다면 그들도 내 이야기들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나와 대화나누는 것을 즐기게 되고 상대방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집이 예전 써리에 살때의 일이다. 그전에는 랭리에 살다2004년 12월에 써리의 길포드에 위치한 오래된 타운하우스를 구입하여 이사를 오게 되었다. 그때 처음 간 미용실 원장님 내외분은 첫인상이 참 좋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즐거워서 haircut 또는 내 머리염색 하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한달에 한번 정도 수년간 다니다보니 친해지게 되어 지금까지 가깝게 지낸다. 그분들은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지식이 풍부하셔서 그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는데, 2008년 어느 가을날 우리에게 둘다 캐나다 직장을 다니니까 Manulife Financial에서 돈을 빌려서 Manulife Investment를 통해 미국 S & P 500 Index 종목의 mutual fund를 사는게 어떻겠냐고 하시면서 한인담당자를 소개시켜 주셨다. 한인담당자분께서는 지금 미국 주식시장이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주식을 잘모르는 일반인들은 index fund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률이 낮다고 하셔서 우리 부부 각각 십만불씩 대출을 받아 총이십만불을 투자하고 우리는 각각 한달에 $375씩 이자만 냈는데, 우리가 mutual fund를 구입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주식시장 붕괴가 되었고 그후 주식가격이 많이 오르게 되어 S & P 500 index fund도 덩달아 오르는 바람에 1년후 되팔았을때 이자를 제외하고도 제법 큰 돈을 남기게 되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2탄에서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