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경난

그간 많은 고생했다. 두 딸을 낯선 땅에서 공부시키며 결혼까지 시켰으니 말이다.
이제 너도 칠십이 훌쩍 넘어 느끼는 바가 많을 게다. 사실 너나 나나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 해보고 싶은 공부를 끝까지 못해 항상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아직도 가슴속에 식지 않았지. 넌 결혼생활 중간에 이혼이란 상처를 안고 어린 두 딸과 머나먼 미국땅에서 정착하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니. 어린 딸들 역시 새벽부터 밤까지 일만 하는 엄마와 함께하지 못하고 ‘공부해야 성공한다’ 라고 말하는 엄마를 다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에 공부와 씨름하고 외로움도 견디느라 나름대로 힘들었던 딸들이 열심히 공부해 엄마가 원하는 학교에 진학했고 돈도 벌어 결혼까지 했으니 너도 딸들도 참으로 열심히 살아왔다. 너도 편하게 두 번째 배우자를 만나 잘 살았잖니.
그런데 갑자기 네 곁에 사는 ㅇ에게서 너에 관한 전화를 받게 됐다. 너의 지금 남편이 불치병으로 가망이 없게 되자 그 남편의 자식들이 아버지가 젊어 벌어놓은 재산이 나중에 얻은 부인에게 갈까 봐 병든 아버지를 모신다는 이유로 법적 이혼을 시켰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아마 미국에선 가능했나 보다.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른다더니 네가 원하지 않는 이혼을 당하니 황당한 일이지 그에 더해 믿던 딸까지 엄마를 이해 못하고 엄마를 비하시키는 태도로 대했다니 얼마나 속상했겠니. 너도 그간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해온 처지인데… 마음을 차분히 갖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봐. 무슨 일이든 지나고 보면 많은 걸 배우게 되고 후회도 따르고 성숙해지기도 한단다 .더 좋은 일로 향상되기도 하지. 그 배우자도 죽음 앞에선 어쩔 수 없이 자식에게로 갈수밖에….내 사랑하는 딸도 엄연한 인격체로 생각과 추구하는 바가 다를 것이다. 엄마와 달라도 부모는 인정하기도 하고 받아주기도 해야 한다.
나이 들고 보니 아이들이 바라는 엄마의 모습은 어떤가 생각해보게 된다. 젊은 사람이 싫어하는 노인은 되기 싫다.
하지만 자식들과의 의사소통에서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 협력해서 향상되는 삶이 됐으면 한다. 사랑하는 친구야. 딸들의 생각을 지혜롭게 알아봐. 성경 잠언에 이 말을 생각해본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은 깊은 물과 같지만 분별력 있는 사람은 그것을 길어낸다.” 그래 눈에 보이는 건 쉽게 알 수 있지만 마음과 우리 앞날은 알 수 없지. 사랑하는 친구야. 창조주의 지혜를 배우기를 권한다. 왜 그분만이 우리 길을 아시니까. 네가 내내 건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