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24일 월요일 오후, 남편이 퇴근길에 횡단보도에서 녹색불에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햇다. 남편과 눈이 마주쳤는데도 상대편 운전자는 차를 멈추지 않고 달리다 남편의 배가 사이드미러에 받쳤고 오른발이 그차의 뒷바뀌에 깔렸는데도 멈추지 않고 뺑소니를 쳤다. 마침 바로 뒤에 있던 택시운전기사가 경적을 울리면서 따라갔지만, 메트로타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그 운전자는 사고현장으로 되돌아와서 남편에게 사고낸 차량번호판과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자신이 증인이 되어주겠다고 말하고 경찰에 신고해주었다. 마침 그날이 Pro-D day라 학교에 안간 아들이 남편 공사현장에서 일을 도운후 같이 퇴근하던 중이었는데, 남편보다 몇초 빨리 길을 건너서 아들은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신고를 받고 사고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피해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사고차량에 오른쪽 발이 깔렸다고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남편이 두발로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타이어자국이 크게 난 신발을 보여주면서 내가 피해자인데, heavy duty steel-toed boots를 신고 있어서 많이 안 다쳤다고 말했더니, 경찰이 운이 너무 좋다면서 엠뷸런스를 불러줄까 하고 물었다. 남편이 괜찮다고 했더니 패밀리닥터한테 꼭 가서 진찰을 받으라고 말하고 사건번호를 적어주었다. 
 
나는 그날 퇴근후 밴쿠버이스트에서 워크샵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길치에 동네운전만 겨우하는 나를 데려다주러 온 남편은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많이 놀란 것 같았다. 워크샵 취소하고 같이 집에 가려고 했지만, 남편이 굳이 괜찮다고 해서 그럼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용돈을 넉넉하게 준 후 나는 워크샵에 참석했다. 워크샵을 마친 나를 데리러 온 남편에게 저녁 뭐 먹었냐고 물었더니 애들이랑 한국식당에 가서 설렁탕을 먹었는데, 내 생각이 나서 다운타운에 새로 생긴 순대국집에 가서 순대국과 곱창볶음을 싸왔다고 집에 가서 같이 먹자고 했다. 
 
4월25일 아침, 남편의 오른발이 붓기 시작했고, 배도 살짝 아프고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회사에 알리고 일을 쉬고 ICBC에 신고를 한 다음 패밀리닥터를 만났다. 패밀리닥터 또한 남편이 운이 너무 좋다면서 복권을 사는 건 어떻겠냐는 농담까지 했다. 일주일 동안 일을 쉬라는 노트를 적어주고 몸이 이상하면 다시 연락달라고 했다. 
 
4월26일, 남편의 오른발이 더 부어오르고 멍이 보이기 시작해서 일을 하루 더 쉬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는 오전에 출근해서 일하다 점심때 집에 들러 남편 병간호를 조금 해주고나서 다시 내 비즈니스에 가서 오후 일을 마쳤다. 
 
4월27일, 회사일이 너무 바쁘다면서 남편이 다리를 살짝 절면서 출근을 했고, 일을 마치고 나서 오후 4시45분에 패밀리닥터를 다시 만났다. 남편이 멍이 든 오른발을 보여주면서 X-ray 찍으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몇가지 테스트를 해본후 뼈와 인대는 멀쩡하다면서 며칠 쉬면 괜찮아질거라고 하고 X-ray 찍을 필요없다고 했다. 
 
4월30일, 우리는 Crescent Beach Marina에 위치한 보트 정비소에서 2009년에 처음 보트를 산 이후부터 계속 보트정비를 받았었는데, 이 날은 de-winterization과 다른 정비를 마친 보트를 그 곳으로부터 우리가 배를 보관하는  장소인 Milltown Marina로 옮기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아침부터 신이 난 남편은 청소도구들과 cup-polishing tool과 약품들을 챙겨 보트를 얹은 트레일러를 끌 트럭에 실은후 애들을 깨워서 마리나로 향했다. 아들은 남편 심부름을 했고, 나와 딸은 보트 내부 청소를 했다. 마리나에서 보트에 왁스를 먹이는 남편을 보니까 다리를 하나도 안절고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세시간 가량을 펄펄 날라다니면서 오후 두시가 넘을때까지 아무것도 안 먹고 왁스 먹이는 일을 마무리한 다음, 보트를 트레일러에 연결해서 Milltown marina의 dry storage에 내려놓고 집에 왔다. 집에 도착한 남편은 다시 다리를 살짝 절면서 나에게 폭풍 심부름을 시켰다. 
이번일을 통해서 나는 깨달은 점이 참 많았다. 
첫번째는 건강의 소중함이다. 나 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건강도 참 소중하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부터 지금까지 가사일을 거의 돕지않고 나에게 각종 심부름을 시키는 바람에 내 일이 늘었지만, 나는 남편이 많이 안 다친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하나도 얄밉거나 귀찮지 않았다. 생전처음으로 남편이 몸이 불편해지면 내가 가장이 되야하는데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너무 무서웠다. 
 
두번째는 직감(Gut feeling)을 따르라는 것이다. 남편은 평소에는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하고 가방에 남편의 steel-toed boots와 헬멧을 챙겨서 공사현장에 도착한 다음 갈아신는데, 그날은 왠지 느낌에 차에서 갈아신어야 할 것 같아서 헬멧과 steel-toed boots를 차에서 갈아신고 출근했다 퇴근하면서 차를 대놓은 주차장에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세번째는 남편은 나이들수록 와이프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부분은 남편은 반대할지도 모른다). 몇달 전에 남편의 steel-toed boots가 낡아서 새로 사야한다고 해서 Mark’s Warehouse에 같이 갔었다. 그때 세일을 하는 품목들 중 남편이 마음에 들어하는 제품들 중 하나는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스토어브랜드 제품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상가는 훨씬 비쌌지만, 세일가격은 사십불 정도 비싼 유명브랜드에서 만든 복숭아뼈 한참 위까지 올라오는 Extra heavy duty steel-toed boots 였다. 남편은 본인은 건물내부에서 일하니까 아무거나 사도 상관없는데 굳이 비싼거 살 필요없다고 했지만, 나는 (사람의 안전과 관련된 제품은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은 제품을 써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애들이 어렸을때 샀던 카시트, 유모차, 자전거헬멧부터 집에서 쓰는 반창고, 가정상비약들은 좋은 제품을 쓴다) 이 차액은 우리 외식비 한번만 아껴도 충분하다고 우기다시피해서 좋은 제품으로 샀고, 내 카드로 결제를 했다. 이 신발이 남편 발을 구해줄 줄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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