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의 벌레 소리들 만이
나의 동행자가 됩니다

보이지 않은 어느 곳에서
물흐름이 가냘프게
들려오고요

휘발유 냄새에 젖어 있던
내 살결은
향긋한 미풍에
산뜻한 떨림을 느낍니다


이제 보니
나도
저 풀숲에서 슬며시 운신대는
벌레와 다를 바 없는 존재였군요.

 


당선소감

12년전 새 생명의 아비가 되었습니다. 내 아들을 품에 안으신 아버지께서 30여년전 네가 다시 돌아온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 아들의 눈에 아침 햇살이 반짝일 때면, 내 어릴 적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침 햇빛 가득히 고인 앞마당에서 따뜻한 빵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아버지의 목소리,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그렇게 긴 세월을 돌아돌아 시는 저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생명을 이해하게 해 주신 창조주, 내 가슴에 감성을 심어 주신 아버지, 따뜻한 햇빛을 사랑으로 느끼게 해 주신 어머니,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아내, 내게 동심을 되찾아 준 아들, 그리고 제 시들을 시간 내어 읽으시고, 시상까지 해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김도형

2010년 캐나다로 이주. 현) NMC Resource Corporation (밴쿠버, 대표이사 사장). ㈜ 동원 (서울, 부사장 역임). Merrill Lynch (뉴욕, 세계본사 근무). 산업자원부 자문위원 역임, 정보통신부 투심위원 역임, 국정감사시국회의원 정책비서 역임, 한국컨설팅 협회 수석전문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