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사이에선 가끔 낳은 정과 기른 정 중 어느 쪽이 더 큰지를 논하기도 한다.
홈스테이 엄마로 살아가며 나 스스로에게도 던져 보던 질문이기도 하였다.
정답을 찾을 수 없는 부질없는 물음임을 잘 알지만, ‘정’이라는 문제엔 늘 잡음이 많은 듯 하다.
 
가장 예쁜 모습의 20세 소녀들이 ‘사랑’이라는 작은 설레임을 갖게 된 지 2주쯤 되어가는 요즈음이다. 대학생이니만큼 이성교제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기에 예쁜 만남을 가질 수 있게 대화를 많이 나누며 소통 하고 있다. 통금 시간이 8시인 우리 가정이 편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어기지 않으려 하는 아이들의 마음도 참 기특하다 싶으면서도 문득문득 밀려나는 서열이 느껴지면 서러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8년을 키우며, 나는 괜찮은 가방 하나 없이 지금도 레깅스나 청바지에 후드 티 차림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면서도 내 아이들에게는 몇 십 만원 짜리 가방도 액세서리도 아끼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는데…이제 만난 지 몇 주 안 된 사람에게 밀리는 느낌을 받으니 섭섭함이 가득해지는게 내 솔직한 마음이다. 무언가를 바라며 해주는 일들은 아니었는데…막상 서운한 마음이 생기니 ‘내가 어떤 마음으로 키웠는데.’가 먼저인걸 보니 참으로 몹쓸 사람인 거 같아 죄스러울 뿐이다. 늘 염두에 두던 아이들의 독립 시간이 빠를지도 모를 것 같은 허전함은 생각보다 일찍 올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남자 친구 생겼다고 소식 들려주고, 우연히 카페에서 마주 친 우리 아이의 오빠야는 얼른 와서 인사를 깍듯이 하고 예의와 성실함이 느껴지는 외모에…’우리 아이가 겉 멋만 가득한 모습으로 사람을 보진 않는구나’ 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 긴 세월의 가정 교육은 이렇게도 표가 나니, 내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찌 가볍게 여길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이 든다. ‘여자인 나 혼자서 아이들을 키웠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균형 있는 가정을 만들 수 있었을까?’ 라며, 큰 일에 항상 현명하고 대범한 남편이 곁에 있었음에 감사함이 생긴다.
 
얼마 전, 어떤 신문 기사에서 대 부분의 가정은 아버지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밝고, 웃음이 많다가도 퇴근 시간 이후부터는 조용히 각자의 생활을 한다는 것 이다. 보통의 가정도 이런 모습을 보이니 다른 사람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웃을 수 있는 가정을 만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2년 전쯤, 나와 같은 일을 하시는 아들의 친구 엄마를 만난 적이 있다. 그 분께서도 일을 하시며 가장 힘든 점이 남편 분이 아이들을 예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렇다보니, 다툼도 늘어나고 요즘 아이들은 눈치도 빠르니 학부모와 문제가 생기신다며 속상해 하시는 모습을 뵌 적이 있다.
참으로 다행인 것 같다. 우리 가정의 아이들은 이모부를 잘 따르기도 했지만 의지도 많이 하는 것 같아 이모부라고 어려워하거나 피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가끔 외부에서는 평생 경찰 공무원으로 지냈으니 많이 엄할 것이라고 생각들을 하신다. 아빠 앞에서 장난치고 매달리는 모습은 각자의 가정에서도 해 보지 않았다며 아이들 입을 통해 전해 듣기도 했었다. 이렇게 내 남편의 아빠 역할은 특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항상 편하지만은 않는다. 아이들이 거짓말로 잘 못을 저지를 때는 아주 많이 엄격 해 진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이제는 이모부를 잘 알기에 ‘거짓말’만큼은 하지 않으려 한다. 남편이 모든 것에 관대하지만 거짓말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어서 어린 시절 한 두 번씩은 호되게 야단을 맞기도 했었던 것이다.
그걸 모르고 뒤늦게 합류한 꼬맹이들은 함께 한 세월이 적은 탓인지 아직도 거짓말 때문에 종종 상담실에서 대화를 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다면 요 녀석들도 알게 될 것이고 잡히지 않을까 싶다.
 
몇 해전, 3년 반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던 아빠는 경찰 복직의 명령을 받아 한국에 잠시 돌아간 적이 있었다. 나도 아들도, 아이들 조차도 갑자기 일어 난 상황에 두려움과 허전함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이 시기에는 늘 가던 마트를 갈 때도 주일 날에 교회를 가는 것도 즐겁지 않았었던 것 같다. 이유 없이 주눅이 들고, 무엇을 해도 당당하지 않은 우리들…
바로, 아빠는 우리 곁에  함께 하신다는 이유만으로 힘이 생기는 존재인 것이다.
홈스테이를 하며 여자인 나 홀로 아이들과 동동 거리며 지냈다면, 이렇게 안정 된 가정으로는  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대화를 나눌 때도 아빠의 역할은 나와는 다르다. 내가 감정에 치우치고 식견이 좁다면, 아빠는 대화에 깊이가 있다. 처음 생활을 함께 시작하던 때에는 아이들이 이모부가 하시는 말씀에 졸음으로 대답했고, 명상을 할 때면 몸을 뒤 척였는데… 조금씩 성장 하면서 주고 받는 대화가 되었고, 농담도 서슴치않는 말의 선수가 되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느낄 때면 “명상 하자”라고 덤벼드는 당찬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날 때도 생기니 많이들 성장하였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훗날 엄마 아빠가 된다면…적어도 대화가 없어 소외 되는 구성원이 생기는 가정은 만들지 않을 것이다.
실제 가정이든 우리네와 같은 홈스테이 가정에서의 아빠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물론, 엄마의 중간 역할이 잘 유지 되었을 때 가능한 것은 당연한 일이니 엄마들도 역할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두 부부가 완전체가 되는것이 자녀들에게 또는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에 노력해야 할 것이며 아이들 앞에서 사이가 좋은 부부의 모습은 최고의 교육인 것을 확신하는 바이다.
때로는 부엌에 서 있는 엄마를 뒤에서 안아주는 모습도, 외출할 때 꼭 입 맞춤 하는 모습도 보여 줄 수 있는 게 용돈 많이 주며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보다 값진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싶다.
 
 JNJ 홈스쿨 원장(www.canbced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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