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면서부터 나는/항상 두 번째였다/그것은 전혀 내 의지가/아니었다//환희와 영광은 첫째 차지였고/항상 그의 그늘이었다. 그러나/기쁨도 희망도 오래지 못했지만/슬픔도 좌절도 그리 길진 않았다//늘 모자람은 있었지/태양이 잘라먹은 짧은 나날/하지만 난 늘상/희망의 징검다리였다//보라, 나 없이는 어느 누구도/꽃피고 새 우는 나날을/움트고 싹트는 나날을/ 기대할 수 없나니//나는 기꺼이/속절없는 세월의/희생양으로 남아/화려한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젊은 꿈이 될 것이다

2월 중순에 들자 밴쿠버는 그예 설국(雪國)이 되었다. 초순 온도가 슬슬 영하로 내려갔지만 연일 계속되는 해맑은 날씨에 마지막 겨울을 센트랄 공원 산책으로 즐길 수 있었다. 연못가 벚나무를 보면서 3월이면 피어날 어린 싹들을 상상했다. 사람이던 꽃이던 ‘옛 것은 가고 새것이 온다’는 자연의 섭리를 예비하였다.
그러나 왠걸. 눈 내리며 추위가 기습했다. 최저온도 기준으로 캘로나에 사는 문우(文友)는 영하 24도, 캘거리 문우는 영하 40도의 한파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영하 6,7도의 밴쿠버는 그들 도시에 비하면 추위도 아니다. 게다가 한낮은 2,3도의 영상이니 바깥에 세워둔 승용차의 라디에이터가 얼어버려 차량 운행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밴쿠버에서 춥다고 법석 떠는 것은 사치이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 온화한 날씨에 적응된 밴쿠버 사람들은 영하 6,7도가 매서운 추위다. 예전 플로리다 여행 갔을 때 1월 평균기온 23도정도 되던 곳에서 어느 날 갑자기 3,4도로 떨어지니 사람들이 방한복을 입고 거리에 나오고, TV에서는 기습한파라고 보도하는 것을 보고 웃은 일이 있다. 남쪽 사람들은 더위에 적응되었기 때문에 가벼운 추위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2월을 피할 수 없다. 우리가 현재 쓰는 달력(태양력)에서 2월을 지울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로마의 시조 로물루스가 제정한 초기 로마력에는 2월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한 해의 시작인 첫 번째 달은 그 명칭이 3월(March)였다. 마지막 달은 12월(December)로 끝나 1년은 10개월이고 그 중 6개월은 30일, 4개월은 31일로 끝나 총 304일을 한 해의 날수로 계산했다. 그러나 기원전 700년 고대 로마의 2대 왕인 ‘누마 폼필리우스’가 이전의 달력을 개정, 1년을 12개월, 날수를 355일로 정하면서 열 한번째와 열두 번째 달을 각각 한 해의 앞으로 가져와 1월과 2월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2월이 열두 번째 달로 한 해의 마지막 달이었다.
2월(February)은 ‘정화 또는 깨끗함’을 뜻하는 라틴어 페부름(Februm)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즉 한 해의 마지막에는 지난 날을 돌아 보면서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정화하여 깨끗이 하는 의식과 제사를 지냈기 때문이다. 그게 밀려서 지금은 한 해의 두 번째 달이 된 것이다.
2월의 수난과 굴욕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로마 아우구스투스(Augustus)황제가 자신의 이름을 여덟 번째 달에 넣어 8월(August)이라 하면서 하루를 2월에서 빼서 8월로 넣어 날수를 31일로 만들었다. 그마저 로마교황 그레고리 13세가 실제 춘분과 달력상 춘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윤년 제를 도입하여 조정함으로써 2월은 4년에 한번 29일이 되고 나머지는 28일로 남았다. 2월 날수가 짧은 이유다. 추운 2월이 짧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상당한 위안이 된다. 봄이 그만큼 빨리 오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새로운 해에 대한 설렘과 희망은 모두 1월 차지고, 2월은 봄이 오는 3월 맞기 위한 징검다리역할이나 하지만 우리네 삶에 인내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로 친다면 그 끝자락인 2월은 현재의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어느덧 지나가면 편안하고 행복한 나날이 반드시 온다는 가르침을 준다. 시인 셀리가 일찍 노래하지 않았던가.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으리(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 독재의 압정에서 구속된 생활을 하는 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 날마다 무너지는 자. 인생의 모든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자들은 삶의 겨울이 영원히 지속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절망하고 좌절한다. 그러나 보라. 개나리, 진달래가 수줍게 미소하는 3월이 되면 생명의 기지개를 켜게 하는 훈풍이 불고, 이어 모든 꽃들이 다투어 만개하리니. 그리하여 삶의 희망도 되돌아 오리니, 어찌 기다림의 세월이 미쁘지 않으랴.
2월은 또한 영원한 2인자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2월이 1월이 될 수는 없다. 하긴 음력으로는 2월이 1월이다. 이는 태음력을 쓰는 나라들에서 통용될 뿐. 그러니 한 번 정해진 세월의 위계질서는 이제 바꿀 수 없다.
세상에는 2인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차남차녀, 부통령, 부회장, 부사장, 부국장, 차장,  교감, 부반장 등등. 세상에 2인자가 있는 곳은 1인자와 함께 화합하고 협력하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라는 섭리 때문이다. 대통령과 부통령(또는 국무총리)의 의견이 사사건건 맞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롭다. 장남장녀와 차남차녀가 다투면 가정이 거덜난다. 사장과 부사장이 파워게임을 하면 회사가 망한다. 그래도 2인자는 1인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인간의 상승욕구는 끝이 없다.
세상에 영원한 1인자는 없다. 세월이 허락하지 않는다. 1인자가 늙고 쇠약해지면 자리를 물러나야 한다. 1인자로서 잘 경영해 온 자신의 자리를 2인자에게 물려 주어야 한다. 1인자는 다만 2인자가 무사히 그의 자리를 승계 받을 수 있도록 잘 보살피고 훈육하여야 한다.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물려 주고 실수함이 없도록 다듬어야 한다. 그래야 2인자는 1인자를 믿고 따르며 존경할 수 있다. 그런 전통은 또한 3인자, 4인자에게도 내려가 그들도 화려한 날에 대한 꿈을 가지게 할 것이다.
한이라도 맺힌 듯 연일 내리는 눈 속에서 봄을 본다. 눈에 파묻힌 대지에서 움트는 새 생명의 약동을 듣는다. 2월. 우리 마음을 정화하고 다가오는 계절을 기쁘게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문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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