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을 내 어찌 살아야
저 금강에 물이 되며 수리가 되며 구름이 되리
전생에 연이 있어 내가 다시 환생할 수 있다면
한 마리 수리로 태어나 저 금강 일만 이천 봉
그늘져 후미진 골짜기를 두고 두고 돌아보리
그도 아니되면 상팔담 풀 끝에 이슬로 내려
비취색 담소를 빙빙 훑고 맴돌다가
한 세상 못다 이룬 한과 시름을 두 어깨에 걸머지고
사정없이 떨어지는 저 구룡폭포에 몸을 한 번 던져 보리
그도 저도 아니되면
한가닥 구름으로 밀려드는 바람 타고
세존봉을 훌쩍 넘어 비로봉을 감돌다가
쏘는 태양 이고 오르는 나그네 길손
흘린 땀 씻어주는 그림자를 지워주리
금강이 어떠냐고 나에게 아예 묻지를 마소
오르면 신선이고 바라보면 천하 비경이라
골물은 연주 비단 하늘 끝에 걸려 있소
붓끝 같은 봉,봉,봉 하늘을 뚫었구나
돌로 굳은 만물이 하늘을 날고 뛴다
한 번 와 보라
무아의 그 경지를 네가 예서 들리라
밤이면 달빛 받은 산봉이 칼날보다 부시다
금강에 내 살어리 금강에 내 살어리
하루를 살다 가더라도 금강에 내 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