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영

어렸을 때 추석은 초록색 원피스였다

어렸을 때 추석은 하얀색 레이스 달린 양말이었다

어렸을 때 추석은 빨강 구두였다

어렸을 때 추석은

어머니가

일 하시다

어떤 번득이는 생각에

주섬 주섬 앞치마에 돈 지갑을 만지고

급히 추석빔을 사러 가셨던

유일한 휴식이었다

딸 들에게

줄 옷을 여기 저기 둘러보고는

제일 강렬한 색,

초록, 빨강을

고른 어머니

어머니의 기쁨이 순간

물감처럼 옷 색깔에 번졌다

옷을 건네는 어머니는

마음 가득 담겨 흐르는

미소를 참지 못하셨다

초록색 원피스 보다 먼저 도착한

어머니의 미소

어머니의 미소가

지금까지 추석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