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ward에서 Anchorage까지

배가 드디어 수어드(Seward) 크루즈 터미널에 도착했다. 수어드는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구입할 때 협상에 나섰던 미 국무장관과 뉴욕 주지사를 역임한 윌리엄 H. 수어드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이 도시의 부동항에는 알래스카 내륙지방을 위한 중요한 화물부두가 있다. 관광업(사냥, 낚시)이 주된 수입원이다. 이곳에서 밴쿠버에 가기위해서는 앵커리지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고 가야한다.

앵커리지까지는 크루즈여행객을 위해 앵커리지공항과 다운타운 호텔을 연결해주는 “ACT BIG BUS”를 타야한다. 우리는 앵커리지 호텔에 가는 시간이 오후 4시라 2시 버스를 예약했다. 그런데 8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도 있어서 혹시나 해서 일찍 배에서 내렸다. 터미널 밖으로 나가니 엄청 많은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승객들이 이용 하는 것 같았다. 우리 이름이 있나 해서 가이드에게 확인해 보았더니 지금 시간에는 없으니 예매한대로 2시 것을 타라고 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다 타고 터미널에는 덩그러니 몇 명만 남았다.

짐을 맡기려고 물어보니 무슨 푯말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 맡기란다. 터미널 안에 어떤 장소도 아니고, 또 짐도 많지 않아 그냥 들고 다니기로 했다. 그곳에서 시내까지 무료 셔틀 버스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린 곳에서 타면 터미널로 다시 온다고 해서, 미리 받아놓은 시내 지도에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 내리기로 했다. 내려서 보니 시니어 커뮤니티 센터였다. 시간이 너무 일찍 이어서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지도를 보고 물어서 가보니 커피와 빵을 먹을 수 있는, 그래도 거기에서는 유명한 카페 같았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밀린 카톡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멀리에서 봐 두었던 멋진 중국집으로 갔다. 가까이 가보니 영업을 아예 안하는 것 같았다. ‘그럼 어떡하지?’ 그래서 버스 정류장 근처를 돌아다녀보니 멀리 다른 중국집 간판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상한 것이 음식점 문 앞에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 서 있었다.  ‘혹시 한국 분이 하는 건가?’ 역시나 한국 분이었다. 주문한 계란탕을 한 수저 뜨는 순간 퍼지는 참기름향이 그동안의 피곤함을 녹여주었다. 서양음식에는 없는 참기름! 나도 모르게 그 맛이 그리웠나보다.

걱정이 되어 미리 1시간 전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30분이 흘러갔는데 아무도 없다. ‘15분 전인데….’ 이제 불안하기까지 하다. ‘아까 남들 갈 때 미리 갈 걸 그랬나?’ ‘아침에는 가이드가 이름도 확인하던데… 어찌 된 일일까?’ 그곳에서 책을 빌려주는 분에게 물어 보니 자기는 잘 모른단다. 아마 하루에 1번, 그것도 크루즈가 도착하는 날에만 버스를 본 것 같단다. ‘만약 버스가 안 오면 여기에서 있을 수도 없고.’ 짧은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2시가 되어 밖에 나가 보니 버스는 없지만 타려는 사람 몇 몇이 줄을 서 있었다. ‘일단은 다행이다.’ 2시가 조금 넘어 큰 버스가 도착했다. ‘살았다!’

앵커리지까지는 2시간 30분에서 3시간정도가 걸린다. 시간을 보니 아마 밴쿠버에서 시애틀 아울렛 가는 정도의 거리인 것 같다. 버스를 타면 운전기사가 관광 가이드가 되어 설명을 해 준다. 가는 길도 로키를 구경 하듯 경치가 멋지다. 버스는 내가 타 본 것 중에 최고로 안락하다. 충격 흡수가 되는 의자인지 울퉁불퉁 한 곳도 부드럽게 흔들리지 않고 지나간다. 처음으로 내리는 곳은 앵커리지 공항이고 그 다음에는 다운타운의 호텔로 데려다 준다.

호텔에 도착해서 오랜만에 저녁은 한식으로 하기로 하고 지도를 보았다. 찾다보니 걸어서 갈만한 만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아까 버스를 타고 오다 보니 “김치” 라고 쓴 간판을 보았던 것이 생각나서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음식점 입구를 들어서는데 낯익은 드라마 소리가 귀에 울린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한국 분이 하시는 일식집이었다. 가격이 생각 보다 비쌌다. 주인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식재료를 전부 수입해 와서 앵커리지는 식료품값이 비싸다고 하셨다.

앵커리지(Anchorage)는 상공업, 금융, 문화, 관광의 중심도시로써 알래스카 주 인구의 40% 이상이 이곳에 거주하는 가장 큰 도시이다. 도시가 바둑판 눈금 모양으로 잘 정비가 되어있는 아름다운 거리로 전국 도시상을 두 번이나 받았단다. 그래서인지 길을 찾기가 참 쉬웠다. 남북으로 된 도로는 A, B, C…M까지 되어있고 동서로 된 도로는 1,2,3…으로 되어있다. 또 도시가 전부 꽃으로 뒤덮여있었다. 잠시 꾸미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시내가 온통 꽃 화분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걸어가면서 계속 꽃향기가 났다.
내일이면 드디어 밴쿠버 도착이다. 공항까지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호텔 바로 앞이 버스 종점이었다. 버스 시간표도 자세히 되어있었고  공항까지 정거장도 몇 개 안 되어 내일은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또 오늘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오면서 공항까지의 길도 대충 익혀놓아서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여행이 끝나가면서 나의 글 쓰는 긴 숙제도 끝나간다. 처음에는 이렇게 길게 쓰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으나 마음먹고 하루를 한 편으로 만들어 쓰다 보니 연재가 되었다. 자 이제 밴쿠버 도착하면 나도 만세 !

 

박혜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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