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한카문학상 운문부문 으뜸상 수상작
 
<당선소감> 꽃을 가꾸듯 시를 …예전 몇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이웃 집 마가렛 할머니의 작은 정원을 넘어다보며 살았습니다.소박해서 정다웠던 오래된 정원에 은발의 할머니 부지런히 오가시는 동안 계절이 가고 타국에서의 지루한 제 시간도 따라 흘렀습니다. 몰랐기에 용감하게 떠나 온 이민,늘 태평양 쪽으로 고개를 틀고 투정 부리듯이 살고 있던 날들, 담장 너머 마가렛 할머니가 정성껏 가꾼 정원에 피고 진 수많은 꽃들은 그 시절 제게도 커다란 위로가 되었음을 압니다. 앞으로 걸어야 할 문학의 길에 무엇이 또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모릅니다. 다만, 마가렛 할머니 꽃을 가꾸듯 저는 시를 가꾸겠습니다.
 
마가렛 할머니
물조리개 들고
비척비척
푸른 이끼 가득한 뒷마당으로 걸어가네
적선하듯 내려쬐이는 햇빛에도
기어이 고개 내민
곱고 여린 것들 사방에 그득한
봄날
 
안녕!
올해도 다시 만날 수 있다니, 기적이구나
일흔번의 봄을 함께한 내 집 마당에
너희들을 심은 것이 언제였더라
마더스데이에 스캇이 선물해 주었던 로도덴드린
남편이 전쟁에 나가며 심어 놓았던 초크베리
어린 자식들 아빠 그리워 울던 크리스마스 아침
눈물 훔치며 바라보았던 카밀리아
튤립.하이드래인지.히아신스.로즈.라일락.블리딩 하트…
작고 보잘것없는 내 정원에서 오랜 세월
차례대로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며
환하게 웃어준 덕에
행복한 날 많았단다
 
자식들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던 봄 마당에
길고양이 울음소리
지붕보다 높이 자란 사이프러스 울타리 속 새소리만
날이 갈수록 무성해지네
장작을 패줄 영감도 가고
바다 건너로  산 너머로 자식들도 떠나고나니
낡은 굴뚝에 연기 몽글몽글 피어오를 일도 없고
눈 쌓이면 덜컥 걱정부터 앞서지만
철마다 피워내는 어여쁜 꽃망울 고대하느라
혼자라도 견딜만했구나
이 자리에 너희들은 남고 내가 먼 길 떠날
가까운 어느 봄 날
차마 발걸음 무거울테지만
너희와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들
그래도 살만했었다고
가벼이 훨훨 털고 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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