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갈매기들이 공중에서 떼를 지어
침묵으로 포물선을 그리는 춤사위는
자유를 갈망하는 몸짓인가.
오랜 세월 대대로 이어온 날개 짓은
갈매기들의 반란이 아니며 기슭에서 먹이를 찾는 연습이다.

깊은 산에 혼자 있다
그루터기가 된 나무는
줄기와 잎이 떠나도 뿌리로 먹이를 찾는다

하루 종일 햇빛을 받다가 먹구름 몰려오고
어둠에 비 몰아쳐도 동트는 아침이 오면
산새들은 나이테 위에 앉아 재잘거리고
어느 새 끼리끼리 먹이를 나누며 즐거워한다.

산과 계곡에는 적이 없다
숲과 맑은 물에는 찾아온 사람들의 웃음소리
말이 없는 사람들의 사색이 숨겨져 있다
어린이들의 보물찾기가 시작되면
그루터기 밑에는 항상 동심이 감추어져 있다.
이 모든 모습을 나이테에 담고 살아간다.

사람들에게는 신호등이 있다
파란 신호에 앞으로 가고
빨간 신호에 멈춰 서서 기다린다.

어려움이 다가오면 친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다가
파란 신호를 만날 수도 있다

빨간 신호를 만나도 그루터기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목이 마를 때 주위 나무들에서 뿌리로 물을 받으며
먼 날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숲에서 비를 만난 그루터기는 혼자 남아
오래도록 아름다운 나이를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