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교육신문 & 주밴쿠버총영사관 주최>

제 1회 청소년글짓기 대회 수상작_윤성민

 

한국에서 방과 후 몸과 마음이 지칠 때 가끔 학교 앞 작은 산등성에 자리 잡은 정자에 고즈넉이 앉아 한숨 돌리는 저만의 시간 속에서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부모님께서는 일로 바쁘셔서 저는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저만의 시간을 느낄 때 코끝을 스치는 바람 사이로 멀리 보이는 구름을 향해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서 저도 멀리 훌쩍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다 저를 위해서 겠지만요. 이처럼 바람을 떠올리면 많은 기억을 떠오르게 할 뿐만 아니라, 마음속 풍요로움과 행복을 선사해 주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한국의 전자공학박사인 박문호 교수의 빅히스토리 영상을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우주와 지구의 변화 즉 공진화(CO-EVOLUTION)에 대해 풀어놓은 이야기였는데, 그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이며 바람의 원리와 개념에 대해서 궁금해 찾아보았습니다. 바람은 ‘공기의 변화’ 로 생기는데, 만약 바람이 불지 않게 될 경우에는 극단적으로 춥거나 더워지고 구름은 한 곳에서 정착되고 생성되어 댐이나 호수에서는 국지적 비가 내리게 되는 반면 그 외 지역에는 사막화가 되는 등 현재의 우리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바람은 우리의 삶에서도 그리고 저의 마음에도 소중한 한 켠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 바라본 한국’은 바람과 닮았습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바라본 한국을 저는 3가지의 ‘바람’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서 있는 위치와 시선에 따라 소중한 것들이 달리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게 소중함을 주는 첫번째는 신(새로울 신:新)바람입니다.
한국은 100여년 전 파리강화회의에서 ‘정부 자격이 아니면 참여할 수 없다’라는 기준으로 회의장에 들어서지 못했었는데, 그 이후 작년에 열린 영국 G7정상회의에서 “한국 대단해요” 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G7 정상들이 K방역의 성과 등을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저는 한국에 살았을 때는 한국에 대해서 관심도가 낮았고 학교에서 배우는 한국 역사 또한 지루함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서 있는 캐나다에서 예전에 서 있던 한국을 바라보니 그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950년대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 1964년의 G77개발도상국 일원이었는데 작년에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최초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되고, 세계 경제규모 10위를 기록하는 등 이제는 세계 경제 강국의 한국으로 우뚝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듯 한국에서는 역사의 흐름을 새롭게 써 내려가는 신(새로울 신:新)바람이 일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현재 한국에서 흥(흥미로울 흥:興)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저의 한국에서의 학창 시절에는 다양한 아이돌 음악을 주로 즐겨 들었고, 멜론뮤직에서 진행하는 어워드에도 친구와 함께 콘서트를 보러 갈 정도로 관심이 많았습니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 K-pop 노래를 들으면서 이야기 주요 소재가 될 정도로 즐겁게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2년여년 전 캐나다에 왔을 때 주변 친구들이 한국에는 무엇이 유명한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캐나다 친구들이 K-pop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찾아와서 노래 추천과 드라마 추천을 해달라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을 인지합니다.
또한 단순하게 K-pop에 국한되지 않고 오징어게임 등의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하게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문화예술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화 속에서 함께 공감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새롭게 전 세계인이 하나로 모아지는 흥(흥미로울 흥:興)바람도 일렁이고 있습니다.
마지막 세번째는 한국의 모(어머니 母) 바람은 캐나다에 비해 여전히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모바람이라는 용어는 사실 한국에서도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제가 바라본 한국에서 한국의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만든 용어입니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고, 어머니들이 자녀의 학습에 대해 조금은 지나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에서는 조금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는 치맛바람을 논하기도 하는데 치맛바람은 어머니가 자녀의 관심을 넘어서서 열성적으로 학교의 교육에 여러가지 의견을 내고 참여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한국의 어머니들은 본인 보다는 아이 중심적으로 생활하면서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곰곰히 생각을 해 보면 아침 스쿨버스의 픽업, 부모님의 학교 다양한 행사참여, 학원 마치면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었던 기억이 있고,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학교와 학원의 일정을 보내면서 힘들었던 시간도 머릿속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의미로 생각해보면 한국의 교육은 모(어머니 모:母) 바람과 묘하게 이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은 아니지만, 앞서 말씀드린 신바람과 흥바람의 성장을 이룬 근간 또한 모바람이 여전히 불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캐나다는 고전적 즉 옛날부터 지켜온 전통에 대해서 많은 의미를 두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진행 되는 일에 있어 모든 면에서 천천히 흘러갑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본 한국은 늘 바쁘고 새롭게 변화하고 또한 변화를 넘어서 공진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한국은 또 다른 방향으로 일렁이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저도 트랜드에 맞춰진 사고와 좋은 것들의 터득하여 제 자신이 풍요롭고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