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중 시인 ‘방편/양의적(兩意, 兩儀的) 진술’ 시집 출간

 

오석중 시인이 ‘방편/양의적(兩意, 兩儀的) 진술’ 시집을 출간했다. 오 시인은 4편의 시집, 1편의 단상집, 1편의 영역본, 1편의 산문을 내고 꾸준히 활동하는 밴쿠버 거장 시인이다. 오 시인의 출간집을 살펴보면 시집 나는 내 눈으로 본다(1982), 44편의 시(1991), 나는 해가 참 좋다(2007), 산중별곡(2016), 단상집 구두수선공의 짧은 글 긴 생각(2007), 단상집 영역본(2016), 산문 어제 꾼 꿈과 오늘 꿀 꿈의 사이(2012)로 시와 산문 등 다양함을 독자에게 선사하고 있다. 오 시인을 만나 신작 ‘방편/양의적 진술’ 시집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오시인이 생각하는 방편/양의적(兩意, 兩儀的) 진술의 의미
방편(方便)은 사전적 의미로 그 때 그 때의 형편에 따라 일을 쉽고 편하게 치를 수 있는 수단과 방법으로 되어있다. 이는 불교에서 나온 말로 방(方)은 방법(方法)을 말하는 것이고, 편(便)은 편리(便利)를 말하는 것으로서 십바라밀(十波羅蜜)의 하나로 보살이 중생을 근본적인 깨달음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쓰는 묘한 수단을 말한다.
즉, 부처님이나 보살(菩薩)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그러므로 방편은 근본적인 깨달음을 위한 수단이나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표현은 뜻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방편)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의 시 방편도 하나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상충하는 두 가지 즉 이분법적 사고가 있고 반어적으로 같은 뜻을 말할 때가 많다. 부정확하고 불확실한 언어가 본질을 말하기 위한 방편(方便)임에도 언어가 의미를 능가하는 점에 대한 의문과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 동양 철학에서 음(陰)과 양(陽)을 통틀어서 일컫고 때로는 천지(天地)를 가리켜 양의(兩儀)라 하기도 하였다.

Q 다름과 같음에 대해
나는 같다는 다르다는 바탕 위에 다르다는 같다는 바탕 위에 있다고 본다. 서로 상대가 없으면 존재하기 힘든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보이는 것 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있게 하는 바탕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의 운용을 방편이 한다고 본다.

Q가장 애착이 가는 시
쓴 사람 나름대로 작품으로 성공도가 높은 작품이 있다. 그런 작품이 애착이 가는 시가 될지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래되면 소소한 의미도 다 잊는 것 같다. 독자가 좋아하는 시가 있듯이 내 시의 독자로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분명히 있다.

Q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의 변화
시도 나도 우리들의 세상도 변한다.
지금까지 상재한 대부분의 시집을 쓴 순서대로 편집하였던 것도 나의 (詩的) 의식의 흐름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시를 쓰면서 느끼는 것은 젊었을 때의 나의 생각, 나의 주제가 변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단지 오래 생각하고 쓰다 보니 연령으로서, 경험으로서의 변화(순화 또는 세련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생활 속에서 시는 시작은
시는 시를 쓰는 마음이다.
성찰하는 생활이 시를 쓰는 마음이고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모든 “사람들은 지금 자기 자신이 있는 그곳이 자기가 오려고 했던 곳” 이라는 점을 주목했으면 좋겠다. 불혹(不惑)을 넘기면 자기 자신의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인 면에서 더욱 그렇지만 돈은 벌려고 했는데 돈을 벌지 못한 곳에 있다고 하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에 의해서 거기에 올 수밖에 없었던 점이 반드시 있다. 비단 정신적인 것만 그렇지 않고 모든 점이 그렇다고 본다.

Q 코비드 팬데믹이라는 상황과 삶
예를 들어서 백년전쟁 중에 태어났거나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상황’(현실)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거기 살아가는 것은 어느 시대나 다 같지 않을까 한다. 누구나 다 편하게 살고 싶지만 생명과 삶은 원래 편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Q 내가 바라보는 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나
자신을 냉정하게 보려고 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나도 중요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있는 그대로 남들이 나를 보아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때로는 싼 옷을 입었는데 비싼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대체로 나 자신을 그대로 봤으면 한다. 예를 들자면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원하는 조건이 나와 부합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 여자를 포기하는 편이다.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맞겠지? (웃음) 나의 판단력이 좋다고 할 수 없고 나의 운이 좋다고 할 수 없어도 내가 선택해서 만난 모든 대인관계에서 좋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Q 일과 취미 그리고 시
직업은 단순 노동을 원했다. 나의 정신적인 세계를 침해당하고 싶지 않았다는 점이 이유라고나 할까? 34년을 해온 구두수선은 돈이 적게 드는 일이어서 시작했지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다른 사람의 발을 담는 신발을 고친다는 일, 등 나에게는 좋은 점이 많았다.
취미는 사진찍기다. 시는 나를 대표하는 것이 되었다. 시가 돈이 되지 않아서 더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Q 하고 싶은 일 혹은 희망사항
나는 은퇴한 지 거의 일 년이 되었다. 시는 나의 생활이고 정신없이 바쁠 때도 여전히 나의 생활이었다. 이것을 빼고 또 무슨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다. 사진을 좀 잘 찍고 싶다.

Q 시를 사랑하는 한인들에게
독자가 많지 않다는 것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준다. 그것이 내 팔자이기도 하고 독자나 독자가 못된 사람의 팔자이기도 하다. 상투적이긴 하지만 나는 가난하고 유명하지도 않은 시인인데 그래도 내 시를 좋아하는 독자가 있어서 항상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