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국문협 주최  – 글쓴이 | 이원배(심사위원장)
 
금년도 응모작 중 산문부는 풍년, 운문부는 흉작에 가깝다. 그러나 새로운 장르인 소설부분이 응모되었고, 그만큼 해를 거듭할수록 응모작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낯선 곳의 삶을 그리는 교민문학의 발전이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특히 산문부에서는 솔직한 문장과 진솔함으로 독자를 감동 시킬 수 있는 주제가 다양하였고, 문학적 표현면에서도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내용과 전문성을 접목한 글들도 있었다. 따라서 표현이 쉽고 간결하며 정확한 내용으로 주제가 돋보이는 작품에 높은 점수가 주어졌다.
운문부 응모작들은 크게 두가지 특징으로 대변된다. 비교적 호흡이 긴 시와 호흡이 간결한 시들이 반반 응모되었다. 보편적으로 이상적인 시의 구성은 20행 내외가 적절하다고 많은 평론가들이 이야기한다. 행이 반복될수록 시의 맛이 우러날 수 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사설처럼 느껴질 수 도 있음이다. 반면 짧은 구성의 시는 압축에서 오는 강렬함이 있어야 돋보일 수 있지만, 금번 응모작들은 서술과 전개에 비해 마지막 행처리가 2% 부족하였다. 전반적으로 묘사와 진술에서 낮 설게 하려는 울림은 있었으나 신선한 메타포가 결여된 점은 흠으로 남는다.
네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받은 심사평은 ‘단’소리 보다 ‘쓴’소리가 좀 더 많다. 하지만 이제 문학의 길에 접어드려는 이들에게 진심없는 칭찬은 독이다. 애정어린 비평이 차라리 약이요 스승이다. ‘쓴 소리’를 보약으로 삼는 문학도만이 발전가능성을 증대시킬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작품별 심사평
으뜸상 정숙인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들  
글을 많이 써 본 솜씨다. 글의 진정성과 참신성, 액자 형식으로 돋보이게 하는 노련미가 엿보인다. 글의 구성과 내용을 볼 때, 부드럽게 강약을 조절하면서 화자의 입장과 생각을 명료하게 특화했다.. 글 내용상의 장치(미장센)를 제대로 설치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부각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글의 맥락을 이을 때나 맺을 때를 조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버금상 1   윤의정 / 저스트 헬로
문장력으로는 타 작품에 비해 뛰어나다. 문학작품이 아닌 논고, 칼럼, 기사 등을 많이 써 본 솜씨이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가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다. 그러나 수필이 요구하는 ‘사건’은 풍족한데 ‘사유’가 부족하다. 문장 가운데 영문을 그대로 기재한 것도 약간 거슬린디. 하지만 조금만 정진하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엿보인다.
 
버금상2  김태식 / 인생성적표
큰 무리 없이 순조롭게 쓴 글이다. 자신이 겪은 삶을 나름대로 분석하면서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자신이 생각한 어느 일정한 사안이나 사실을 작가의 심경(心境)에 적셔 여과되어 나타났다는 점도 좋았다. 하지만 내용상 지적(知的)이기보다는 좀 더 정적(情的)으로 표현하고, 직접적이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나타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수필의 문예화 기능은 이런 점을 갖춰야 충분히 수용되는 것이다. 수필은 진리보다는 ‘진실’을, 머리보다는 ‘마음’을 나타낸다. 이제 7~8부 능선을 넘었다. 문학성이라는 창과 예술성이란 방패만 보강한다면 고지가 보일 것이다. 더욱 분발하길 바란다.
 
버금상 3  김혜진 / 날마다 도전하는 삶
수필로서 갖춰야 할 요소를 거의 충족시켰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꿋꿋함이 배어있다. 눈에 거슬리는 문장이 몇 군데 있는데 퇴고 전에 좀 더 살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더욱 정진하길 바란다.
 
버금상 4  김명준 / 유명한 의사
글의 내용을 볼 때 일반적인 기준을 넘는 수준이다. 글의 진정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제한된 지면에 쓰고 싶은 것을 다 쓰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성과 형식을 좀 더 다듬어 압축하고 완급을 조절했더라면 더 좋은 글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버금상 5  유기창 / 설날
소재는 그런대로  선별한듯 하지만 내용의 참신성은 부족하다. 글 맺음을 할 때 <~습니다>체는 글의 신장성과 발전을 가로막는 저해 요소다. 그러나 이국에 살면서 자칫 잃어버릴수도 있는 부모, 또는 조상에 대한 제사풍경을 자손들에게 실현해 보이는 노력은 이민문학이 가야할 방향을 보여준다. 구성에 있어 ‘버림’의 문학을 익힌다면 더 맛갈나는 작품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버금상 6  장정원 / 대책없는 큰 누나
쓰고 싶은 욕구는 강하나 기승전결의 전개가 서툴다. 분량도 너무 짧다. 이러면 하고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못할 수 있다. 물론 요즘 5매수필이 유행이라지만 거의 시 수준에 이르는 함축성이 필요한데 동 작품은 그것이 부족하다. 내용과 구성 형식을 좀 더 갖춰야 한다. 그러나 열정을 이기는 것은 없다. 더하여 노력으로 발전가능성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것이 엿보인다.
 
버금상  이은세  / 무지개 나라
소설은 캐릭터가 살아야 제 맛이다. 스스로 캐릭터가 되어 플롯을 설정하고 쓴 소설은 무언가 다른 맛을 주게 된다. 금번 응모작 “무지개 나라”는 일훈이라는 캐릭터에 자아를 접목시켜 3대의 이민생활속에서 잊혀져 가는 배달의 역사와 민족혼을 물 흐르듯이 표현해낸 수작이었다 더욱 정진하시길 바란다.
 
으뜸상  김미선 / 이방인의 노래 – 봄
시의 멋과 명민함, 참신성이 돋보인다. 삶과 죽음의 상상력도 분방하여 조형 이미지가 제대로 걸맞아 전체적으로 밝고 신선한 분위기가 연출된 모습이다. 삶을 관조하는 감응력과 대상의 흡인력도 강한 편이고 호흡도 자연스럽게 흐르는 편이다. 다만 어색한 표현을 고민했어야 할 부분과 띄어쓰기에 유념해야 할 요소도 보인다.
 
버금상 1  유우영 / 명태
명태의 최후(?)를 3연의 시에 표현했다. 황태가 되기 위해 ‘시집살이 하는 아낙네 손에 코를 꿰어 끌려가 허공에 매달린 채 꽁꽁 얼은 몸으로 지새웠다’는 귀절은 마치  시집살이의 화풀이를 명태에게 하는 듯하여 재미있다. 착상은 좋으나 몇 가지 거슬리는 점이 있다. 예를 들자면 ‘안주거리’->안줏거리, ‘아낙네 손에 코를 꿰어 끌려가’ -> 코를 꿰다(동작의 능동)+ 끌려가다(동작의 수동)-> ‘코 꿰어 끌려가(동작의 수동)’로 바꾸는 것이 좋다. ‘얼은 몸으로 지새웠다’-> ‘언 몸으로’ 밤을 지새웠다로 해야 한다. 언 밥, 언 과일, 언 바나나는 있어도 ‘얼은 밥, 얼은 과일, 얼은 바나나’는 없다
 
버금상 2  김지현 / 플라타너스 잎
플라타너스 잎으로 삶의 마지막을 표현한 듯 하다. ‘영혼으로 건너가는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끝을 올려다 보는 것’은 마치 임종을 앞둔 사람이 과거를 회상하는 듯 하다. 착상이 좋다. 그러나 시적 은유나 함축, 운율 등이 약간 모자란다. 너무 통상적인 시어의 선택보다 참신한 언어를 고르는 훈련을 쌓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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