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가는 아주 작은 호수가 있다.
내가 매일 가던 직장에서 은퇴한 후
내가 매일 하는 일이다.

매일 가는 곳이고 매일 하는 일이지만
어떤 날은 가깝고 어떤 날은 멀다.
같은 거리를 가고
보내는 시간이 같아도
어떤 날은 가깝고 어떤 날은 더 가깝다.

내가 만난 사람 들 같다.
내가 만난 사랑 들 같다.

나는 매일 그 호수에 가서 한 바퀴
또 한 바퀴, 또 한 바퀴
그렇게 네 바퀴를 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돈다.
부지런히 돈다.

앞에 사람이 있으면
열심히 따라가고
따라가서 지나치고
부지런히, 부지런히 앞을 보고 간다.
일 할 때처럼
일을 할 때의 마음처럼 바쁘게 간다.
어느 날은 바람이 불고
어느 날은 비가 온다.
어느 날은 오리가 있고
어느 날은 캐나다구스가 있다.

사람들이 데려 온 개들도 있다.

다람쥐와 까마귀
거북이와 비버가 있다.
개들과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모두가 같이 있는 날이 있다.
모두를 같이 보는 날도 있다.
모두 같이 만나는 날도 있다.
우리는 익숙하게 거리를 유지하고
우리는 세련되게 모르는 척하고
때로 우리는 사랑스러운 마음도 표한다.

금방 잊어버려도 상관없을 것 같은 사랑,
분명 우리들의 마음깊이 가지고 있는 본성 같은.
금방 잊어버리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사랑,
분명 우리들의 마음깊이 가지고 있는 이타심 같은.
그 사랑.
배려와 측은지심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랑.

나는 매일 집을 나선다.
빠르게 걷는 건 얼른 집에 가고 싶어서라고
하면서
좀 더 살고 싶은 마음에
은퇴는 했어도 몸을 움직인다.
어떤 날은 기꺼이
어떤 날은 마지못해

돈이 되던 돈이 되지 않던
은퇴는 일을 하지 않는 거야 하면서
오늘도 작은 호수를 향해 집을 나선다.
어떤 날은 멀고
어떤 날은 더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