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란(수필가, 전 밴쿠버한인회장)

여왕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비록 96세로 장수했지만 아무도 그렇게 빨리 떠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세계의 주요 인물들이 모였다. 그만큼 여왕이 위대한 인물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는 역사의 증인이었고 격동기를 넘어 영국 왕실을 지킨 버팀목이었다. 영국의 번영을 이룬 상 징적인 인물이었다.

요즘 주변에서 장수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2020년 통계에 의하면 한국에서 100세 이상 된 사람은 5천 581명이다. 일본의 경우 100세가 넘은 노년층이 8만 6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 중 88%가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그럴지라도 여왕의 96세는 대단한 나이다. 1926년 4월 21일 탄생했으니 정확하게는 96세 4개월 동안 생존했다.

여왕은 살아생전에 그 분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로 전달되었다. 누굴 만났고 어떤 행사에 참석했는지 발표되었다. 하지만 그의 건강한 생활 습관이나 건강 원칙 같은 것은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항이다. 그는 아침 8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했다. 규칙적인 아침 식사 때문에 심장병과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전문의들은 보고 있다. 그가 아침으로 켈로그의 스페셜 K를 늘 먹었다고 한다.

여왕은 특히 개를 좋아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면 반려견과 함께 정원을 산책했다. 이렇게 개를 사랑하고 함께 산보하면서 비만이나 암이나 각종 성인병을 에방할 수 있었다. 개를 키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수명에 연관이 있다는 연구 논문도 발표된 적이 있다. 즉 개를 키우는 사람은 더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어릴 때부터 승마를 좋아했던 여왕은 하루도 빠짐없이 말을 타고 운동을 했다. 13살의 어린 나이에 첫눈에 반했던 그녀의 남편이 된 필립공은 사실 승마를 하면서 만난 사이다. 학자들은 승마가 알츠하이머를 예방하기 좋은 운동이라고 보고 있다. 여왕은 말을 너무 좋아해서 맏아들 찰스가 결혼할 때 결혼 선물로 그녀가 아끼는 말을 주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오후에는 반드시 차를 마셨다. 즐겨 마시던 차는 얼 그레이 (Earl Grey) 차였다. 설탕은 넣지 않았지만 약간의 우유를 첨가했다, 차를 상복하는 사람은 건강하다는 연구는 너무나 많다. 특히 검은 색 얼 그레이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때문에 영국의 귀족들이 즐겨 마시는 차 종류다. 차와 함께 잼을 바른 작은 샌드위치를 곁들였다. 가끔은 아몬드 쿠키와 피스타치오를 먹었다. 또한 검은 색 초콜렛을 자주 먹었다. 여름에는 딸기를 먹어도 겨울에는 결코 딸기를 먹지 않았다. 제철에 난 과일과 채소를 주로 먹었다.

여왕이 공식적인 행사나 접견 때 온화하고 약간은 근엄하게 보였지만 그녀를 옆에서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유머 감각이 탁월하다고 기억하고 있다. 즉 사생활에서 늘 웃음이 넘쳐나는 생활을 살았다. 유머나 웃음은 건강을 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재능을 가졌다고 한다.

늘 파티하고 많은 사람을 접견했지만 오후 6시가 넘으면 절대로 음식을 먹지 않았다. 여왕의 전속 요리사였던 다렌 맥그레이디의 말에 의하면 저녁 메뉴로 꿩고기와 사슴고기를 먹었고 생선은 특히 연어를 좋아했다고 한다. 비록 채식가는 아니지만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했고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을 알맞게 섭취했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가 나와도 과식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구약성경 시편(90:10)에 보면 인간의 수명이 70세이며 건강하면 80살을 산다고 했다. 여왕은 96세를 넘게 살았으니 천수를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여왕으로서 위엄과 권위를 지켰을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장수했으니 대단한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