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출발

저녁을 먹다가 막내딸이 “엄마, 알래스카 크루즈 가실래요?” “보내주면 땡큐지!” 그랬더니 바로 셀폰으로 갈 수 있는 날짜만 물어보더니 1분 만에 “다 되었어요. 그 때 가시면 되요.” 바로 예약을 해 주었다. 주위에 크루즈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께 여쭈어보니 “그냥 드레스 몇 벌 가지고 가면 돼.” 라고 하셔서 별로 준비 할 것도 없는 것 같아서 염두에 두지 않고 지냈다.
출발에 대비해서 혹시라도 준비할 것이 있을까봐 떠나기 전에 여행을 다녀오셨다는 김권사님을 만나 여쭈어 보았다. 처음에는 알래스카가 미국이지만 혹시 미국에 가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배에서 안 내리고 지내다 오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나의 생각은 첫 단추부터 틀리게 꿰어지고 있었다. 크루즈를 탈 때부터 이민국에서 나와 심사를 해서 배에 태운다는 것이다. 말을 듣다 보니 점점 복잡해짐을 느끼면서 뭔가 정확하게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여행사로 갔다.
여행사에서 크루즈회사 이름을 찾아보더니 “이배는 밴쿠버로 돌아오지 않는데요? 보통 일요일에 떠나 일요일에 오는 배는 밴쿠버로 돌아오는데 월요일에 떠나는 배는 편도입니다.” “네? 안 돌아오는 배도 있어요?” 다들 잘 다녀오시던데… 그 때부터 멘붕(mental collapsing)이 왔다. “그럼 이제 어떡해요?” “앵커리지에 가셔서 비행기를 타고 오셔야합니다.” 일단 사태를 수습하려고 집으로 왔다.
티켓을 자세히 보니 출발은 밴쿠버인데 도착은 수어드(Seward)로 되어있었다. 난 당연히 밴쿠버로 돌아온다고 생각해서 ‘그냥 밴쿠버의 어디겠지…’ 라고 의심도 하지 않았었다. 지도에서 도시이름을 찾아보니 알라스카의 케나이 반도의 도시라고 나온다. 갈수록 태산이다. 도시이름도 앵커리지 같이 익숙한 곳도 아니고…. 어떤 분은 “편도라서 싸죠?” 라고 묻는 것도 들었는데 전에는 3박4일 편도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편도나 왕복이나 똑같이 7박8일 이기 때문에 결코 가격이 싸지 않다.  미리 사태를 수습할 시간이 없어 배를 타야했다. “딸아, 크루즈가 편도란다. 그래서 비행기 표가 필요하게 되었단다.” “그래요? 그때 자세히 보지 않아서 그랬네요. 그럼 배를 타시면 이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좋은 세상인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편리한 세상이 되어가는 것은 맞지만 좋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제 점점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니, 나중에는(그렇게 오래지않아) 사람보다는 기계와 대화할 일이 더 많아지겠네….’
크루즈를 타야겠는데 티켓 어디에도 타는 곳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사람들이 캐나다 플레이스에서 탔다고 해서 무작정 3시간 전에 여유 있게 그곳으로 갔다. 배가 서 있기에 배를 따라 걸으면서 수속할 곳을 찾았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았던, 내가 생각 했던 것 보다 엄청나게 컸다.
난 빅토리아 섬에 가는 크루즈의 3배 정도라고 생각했었다. 캐나다 플레이스 처음부터 거의 끝부분까지 정도였다. 배를 쭉 따라 걸어보아도 수속할 곳을 찾지 못해 막막한 마음으로 실내로 들어가니 거기에 안내간판이 있었다. 그것을 따라가 보니 엄청나게 큰 방에 놀이기구 줄 서듯 줄이 끝없이 서있고 뒤 순서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게 했다. 그러다 앞 순서가 조금 비면 줄을 서서 수속을 밟아야했다. 그리고 체크인은 최소 3일 전에 해야 하고 안 되면 그날 좀 더 미리 와서 다른 줄에서 체크인을 해야 한다.
난 그렇게 접수받는 곳이 많은 것은 처음 보았다. 한 줄로 몇 십 명쯤…. 그도 그럴 것이 2천명이 넘는 승객을 1시간 정도에 처리 하기위해서는 그래야 될 것 같았다.
수속 할 때 배에서 발생하는 비용처리를 위해 신용카드 번호를 주고, 나중에 신원 확인을 위해 사진도 찍고 방 카드를 받는다. 그리고는 비행기에 탈 때처럼 미국 이민국에서 나온 사람과 인터뷰를 하고(여권은 필수) 드디어 배에 올라탔다. 나중에 추억을 위해 사진도 찍히고, 내릴 때 찾고 싶으면 찾고(물론 무료는 아니다).
배에서 식사 때 마시는 물은 제공되나 따로 룸에서는 호텔처럼 병에 든 물은 사야한다.
또한 술도 비용을 지불해야하는데 아예 봉사료가 20%가 포함되어서 생각보다 비쌌다. 그래서 밖에서 혹시라도 술을 사가지고 가면 짐 검사 시에 보관했다 배에서 내릴 때 준다. 이런 것도 알고 있다가 대처하면 좋을 것 같다.
타고 가는 것이 배이다 보니 영어 단어도 낯선 것이 많다. 쉬운 예로, 룸(room)이 아니고 스테이트 룸(stateroom), 그 외에 승선(Embarkation),하선(Disembarkation)등등. 온통 영어만 들린다. 엘리베이터가 13층까지 있고 그 위에 갑판이 2층 더. 그러니까 위로는 15층 아파트 높이에 옆으로는…. 숫자로 하면 낯설고, 쉽게 이야기하면 식사하고 몇 개 프로그램 참가하고 오면, 공원을 많이 걷지 않으면 받기 힘든 문자인 “오늘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라고 칭찬하는 문자가 셀 폰에서 뜬다. 배에 있는 동안은 매일 이런 문자를 받았다.
엘리베이터도 잘 찾아 익혀놓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 긴 복도를 엄청 지루하게 걸어야한다. 방에 가 보니 작지만 알차게 꾸며져 있다. 화장대도 있고 책상도 있고.  8일 동안이나 묵게 되니 집에 온 듯 짐을 다 풀고 나니 떠난다는 뱃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밴쿠버의 다운타운을 배에서 감상하고자 실외로 나오니 배에 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밑에서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럼 힘차게 출발!

박혜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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