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미라지 호텔 화산 쇼는 시간이 맞지 않아 보지 못했지만, 영화 타이태닉의 익숙한 멜로디와 어우러진 환상적인 벨라지오 분수 쇼는 감상할 수 있었다.
20년 전 너무나도 저렴하게 맛있게 먹었던 호텔 뷔페가 생각나 들어선 유명 호텔의 저녁 식사값은 엄청 비싸게 오른 가격이었지만 온 식구가 그런대로 오붓하게 즐길 수 있었다. 트래저 아일랜드 호텔의 Mystere Cirque Du Soleil 서커스 쇼를 예약한 시간에 쫓겨 더 많은 거리 구경을 하지 못한 것이 살짝 아쉬웠지만, 정통 서커스 쇼를 감상하는 재미에 푹 빠진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흥미롭게 관람해서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가족 장거리 자동차 여행의 백미인 그랜드 캐니언을 보러 아침 뷔페를 먹고 일찍 출발했다. 가는 길에 만난 콜로라도 강 중간에 있는 인공 호수인 미드 호수(Lake Mead)와 후버댐(Hoover Dam). 20년 전에는 저녁 무렵 도착해서 자세히 잘 볼 수가 없었는데도 그 거대하고 웅장한 댐의 크기에 압도당했던 기억은 선명하게 떠올랐다. 애리조나 주와 네바다 주 경계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아치형 콘크리트의 중력 댐인 후버 댐. 대공황 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뉴딜 정책의 하나로 지어졌고 원래 이름은 볼더 댐에서 1947년 허버트 후버 31대 대통령의 이름을 따 후버 댐이라 명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상 깊었던 건 커다란 두 개의 시계로 하나는 네바다 다른 하나는 애리조나 시간이었다. 후버 댐을 가운데 두고 공존하는 각기 다른 두 주의 시계탑 (시차가 1시간)……  지금 라스베이거스의 발전의 시작점인 후버 댐을 뒤로하고 이번 여행의 절정인 그랜드 캐니언을 향해 떠났다.
그랜드 캐니언 협곡, 자연의 광대함을 느낄 수 있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곳 중 하나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와 네바다 주에 걸쳐있는 길이 445km, 깊이 1.6km, 너비 29km 에 이르는 콜로라도 강의 침식 작용으로 생겨난 대협곡.
그 웅장함과 자연의 신비로움에 경탄을 금할 수 없는 경관으로 유명한 국립 공원이다. 또한, 1979년 유네스코 자연 유산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우리 가족이 방문한 그랜드 캐니언은 서부 쪽 협곡 (West Rim)이다.
북쪽 (North Rim)은 겨울이라 눈 때문에 폐쇄되었고, 남쪽 (South Rim)은 더 멀기도 하고 20년 전 한 번 가봤던 터라 이곳, 서부 쪽 (West Rim)을 택했다.
이곳의 전망대 (View Points)는 세 곳이다. 첫 번째 코스는 카우보이 마을 (Hualapai Ranch)로 마차 체험과 카우보이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갖가지의 게임들 그리고 한쪽에 말 목장이 있는 곳을 둘러보며 협곡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두 번째 코스는 그랜드 캐니언의 백미인 스카이 워크 (Sky Walk)가 있는 독수리 전망대 (Eagle Point)이다.
2007년도 오픈한 이곳은 U자형 말발굽 모양의 스틸 프레임에 강화 유리로 바닥을 깔아 더 가까이에서 그랜드 캐니언의 협곡을 잘 조망할 수 있게 만든 곳이다. 서부 쪽은 인디언 보호 구역이 많아서인지 스카이 워크를 오픈한 이후로 자유로운 개별 관광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오직 지정된 그곳의 버스 투어 패키지를 원하는 맞춤형으로 산후, 자유롭게 타고 내리는 관광버스를 통해 세 군데에서 협곡을 관망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한 끼의 식사와 스카이 워크 입장권이 포함된 세 곳의 전망대를 두루 볼 수 있는 표를 샀다.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끝도 없이 이어진 붉고 광대한 미로 같은 협곡을 탐험하자면 수십억 년의 신비가 우리를 사로잡는다.
협곡들 사이로 흐르는 콜로라도 강과 독수리가 양 날개를 활짝 펼친 형상을 따라 붙여진 이름, 이글 포인트 (Eagle Point).
스마트 폰, 카메라 등 전자 제품 일체를 반입할 수가 없어서 락커에 보관해 두어야만 한다.
또한, 신발 위에 덧신을 신고 몸 수색대를 거쳐야 비로소 스카이 워크로 나와 그 장엄하고도 경이로운 협곡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을 조망하기 위해 지어진 유리 바닥의 조망대 아래를 내려다보면 1200m 아래로 켠켠히 속살을 드러낸 콜로라도 협곡의 태고적 신비가 아찔함을 자아낸다.
스카이 워크로 나오자 사진사들이 우리 가족을 반기며 사진 찍기를 원하는지 물어본다. 이번 우리 가족 여행의 절정인 이곳에서 사진사가 시키는 곳에서 하라는 데로 말 잘 듣는 아이들처럼 까르르 웃고 또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도록 남기는 우리의 인생 사진이자 기록이며, 체험의 발자취이므로……
마지막 세 번째 코스는 구아노 포인트(Guano Point)로 그랜드 캐니언 가장 서쪽의 전망대이다. Guano는 스페인어로 동굴에 살고 있는 박쥐나 해안가 바닷새의 배설물이 응고 퇴적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인산질 비료와 화약의 원료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그랜드 캐니언 협곡에 이 퇴적물을 채취하기 위한 곳이 있어 구아노 포인트라고 명명되었다고 한다.
그 역사적인 그랜드 캐니언의 세 군데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협곡과 콜로라도 강의 비경은 어떤 글로도 그 감동을 다 표현할 수 없다.
또한, 어떤 사진기로도 그 장관을 그 자리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데로 담아낼 수 없을 것이라 감히 생각해 보았다.
여행이란 역시 일상을 떠나 미지 세계를 향한 기대와 설렘, 호기심 그리고 매일 마주하는 각기 다른 여행지에서의 선물 같은 가슴 벅찬 하루하루의 재미난 체험, 그 감동의 날실과 추억의 씨실을 엮어 아름다운 인생의 조각보를 만드는 것은 아닐는지……
여행의 끝엔 늘 내가 사는 도시, 내 집, 나의 일터, 일상의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안락함과 푸근함……
이 맛에 여행하는 것이 아닐까?
2주간 여정의 가족 여행, 중년의 나이에 장성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우리 가족이 또다시 해냈다. 이 어려운 걸, 자동차로 7,000km를 2주간 여행하는 뚝심과 용기와 배짱이면 못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김혜진

facebook_밴쿠버 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