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경 시인은 <울음 바이러스>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그녀의 본명은 천선자 , 대한민국에 여자이름 중에 가장 흔하다는 그 자자 돌림. 한국의 여자이름은 순, 희 등 많은 돌림자가 있는 흔한 이름의 소유자이다. 그리고 그녀는 보통의 경상도 아지매들과 다를게 없는 외모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외모와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큰 코 다친다.
요즘은 시인이 가진 직업이 정말 다양하다. 시인이 시만으로 밥을 먹고 살 수 없기에 먹고 살려고 하다보니 여러가지 직업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이 된다. 천지경 시인의 직업은 장례식장 주방에서 일을 하는 일을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냥 보통의 주방 그러니까 일반식당의 주방에서 일하는 것도 육체적 고통이 심하다. 병원에서 일하면 환자들을 많이 보니 우울하고, 은퇴한 노인요양원의 경우엔 대부분이 무기력해보이고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 곳에서 일을 하면 무기력과 희망이 사라진 느낌이 든다. 정신병원이나 노숙자 쉼터에서 일을 해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나 도 미쳐버릴 것만 같다 뭐 그런 느낌이랄까?
노숙자에게 밥을 주고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도 노숙자가 된 느낌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린이들과 함께 일을 하면 젊어질 것 같지만 실상은 너무나 나이 차이가 나니 내가 그들을육 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쫓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천지경 시인의 시집 제목처럼 바이러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번지는 것 같다. 요즘COVID-19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고 인류 모두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례식장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 울음 바이러스는 말없이 번져 나간다. 상가집에 상주와 가족들이 곡을 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듯이 울음 바이러스는 그렇게 번지는 것이다. 울고 싶을때 울지 못하는 것처럼 괴로운 것이 없지만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흐르면 그것도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2009년에 불교문예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단해서 2018년에 첫시집을 불교문예를 통해서 출간했다. 현재 그녀의 시집은 첫 출판은 품절되어 2쇄를 통해 다시 배포중에 있다.

장화신은 여자들 / 천지경
새벽 5시면 출근하는 종합병원 급식소
여자들은 장화를 신는다
커다란 강철솥이 쿵쾅대고, 노란 카레물이 용암처럼 끓어 순식간에 설거지 그룻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곳,
발에 물을 적게 묻히려면 장화가 필수품인 그 곳에
집에서 살림만 살던 여자한명이 입소했다
설거지 코너에서 하루를 견딘 여자는
화장실에 앞치마와 장화를 벗어놓고 사라졌다
장화를 신는 무서운 곳에서 일을 못하겠다 했단다
25년을 장화 신고 일한 큰 언니가
식판을 닦아 던지면서 하는 한마디
“씨발년, 그라모 집구석에서 가랑이나 벌리고 누웠지 머하러 와서 염장을 지르고 가노”
숫돌에 벼르던 칼날을 손가락에 대어보는 둘째 언니,
광기 두른 칼이 얌전히 칼집 소독기로 들어간다
이내 코를 고는 칼들이 쉭쉭 숨소리를 내뿜는다
노름꾼 주정뱅이 남편과 살면서 자식 일곱 키운 여자
퍼들퍼들 살아있는 엄마욕이 듣고 싶다
오전 10시, 전쟁하러 가자는 큰 언니 호령에
잠시 눕힌 땀벌 창몸 일으켜 세워
터벅터벅 몰고 가는 장화신은 여자들

남자들은 대부분 광산의 막장이나 노가다 판을 삶의 막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집에서 살림만하다 삶의 처절한 현장인 직원식당에서 그릇을 닦으면 별 생각이 다 들게되어 있다. 말 그대로 간, 쓸개 다 빼놓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일 중에 하나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10년이상 일을 한 아줌마들은 말 그대로 드세다. 드세야만 살아남는다. 착해 빠지기만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곳이다. 장화는 사실 물청소도 하고 물기가 저벅저벅한 주방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불편하다.
장수의 갑옷처럼 장화는 주방이라는 작은 전쟁터에서 살아남기위한 도구이자 상징인 것이다. 나는 어렵게 시를 쓰는 사람시에는 관심이 잘 안 간다. 쉬우면서도 생활에 가까운 시,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시. 오랜 삶의 경륜에서 뭍어나오는 진심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시가 좋다. 그래서 난 천지경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천지경(1963년~) 시인은…

본명천선자. 경남진주출생, 2006년근로자문학제수상,
2009년<불교문예>신인상등단
2018년시집<울음바이러스>불교문예
현재진주중앙병원장례식장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