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_저의 수필 ‘유명한 의사’를 제 6회 한카문학상 산문 부문 버금상으로 선정하신 심사위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계속 공부하라는 뜻으로 알고 즐겁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거듭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환자들은 유명한 의사에게 진료받기를 원한다. 대개의 질환은 자격증을 소지한 의사라면 어느 의사가 진료하던 별 차이가 없다. 의사의 성실성과 진료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 의사를 잘 만나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사를 잘 만난다는 뜻은 꼭 유명한 의사를 만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직 유명하지 않아도 실력이 있고 성실하고 사명감이 있는 의사를 만난다는 뜻이다. 안심하고 내 몸을 맡길 수 있는 의사를 만난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뜻이다.
아내가 소화가 안 되고 상복부가 늘 불편하여 위투시를 보니 십이지장에 게실이 2개가 보이는데 직경이 십이지장의 직경보다 더 크게 보였다.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자고 했으나 나보고 집도하라면서 다른 병원에는 가지 않겠다며 고집이었다. 내가 집도하여 위를 박리하고 위 뒤편에 있는 큰 게실 2개를 절제하였다. 췌장에서 십이지장을 박리할 때 췌장에서 땀을 흘리듯 나오는 췌장 액이 장에 묻으면 장 유착이 심하게 된다. 수술 후 미음을 먹으라고 했는데 간호사들이 갓김치와 밥 먹는 것을 보고 아내도 급히 먹었단다. 원래 습관대로 음식을 씹지도 않고 급히 먹었다. 수술 후 유착되어 좁아진 십이지장에 그 갓김치가 걸려 넘어가지 않아 계속 위액을 뽑아내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10일 후 다시 개복해보니 상상외로 심하게 유착되어 있었다. 위에 작은창자를 연결하여 위 내용물이 십이지장을 거치지 않고 작은창자로 바로 내려가게 했다. 수술 후 문합부위에 생길 수 있는 궤양을 예방하기 위해 위로 들어가는 미주신경을 통째로 절단했다. 그 수술로 위 운동이 정지되어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보름간 수액주사만 맞다가 대학병원에서 단백질 수액을 맞겠다고 내과를 찾았다. 당시 우리 병원 간호사가 금고에 넣어둔 마약을 훔쳐가고 다른 앰풀로 대체해 놓았다는 보고를 받고 너무 충격을 받은 아내는 급성 스트레스성 위궤양으로 위출혈을 하여 급히 수혈하였다. 주치의가 미국 출장을 가게 되어 괜찮을 거라며 퇴원시켰다. 며칠 후 외과로 입원하였다. 그 외과 의사가 진찰 후 하는 말이 “선배님이 수술하셨는데 괜찮을 것 같다”며 수술을 하지 않고 일주일 지난 후 개복하여 내가 수술한 위-소장 문합 수술이 통하지 않을까 봐 그 옆자리에 똑같은 수술을 했다고 했다. 후에 두 개의 수술이 다 정상으로 통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 수술 후 배가 너무 아프다며 고열이 계속 났다. 내가 두 번 수술했을 때는 아프다는 소리도 안 하고 열도 난 적이 없었다. 너무 아프고 열이 떨어지지 않으니까 다시 개복하여 염증이 생겨 썩은 수술 상처를 절제하고 뱃가죽이 모자라 배를 덮지 못하고 근막을 박리하여 철사로 얽어 놓았다. 2차 수술에서 위하부를 절제하여 위와 십이지장을 완전히 단절시켰다. 연속 두 번이나 시행한 수술이 다 실패하여 수술 상처가 썩고 장기끼리 연결한 문합부위가 누출되어 복막염이 합병되었다. 두 번이나 MRI 촬영을 하였으나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영상의학과에서 보고 하였다. 아내는 계속 열이 40도가 넘고 배가 아팠다. 집도한 의사에게 환자가 왜 그렇게 열이 많으냐고 물었더니 내성 병원균에 의한 패혈증이라 반코마이신(Vancomycin)을 써야겠는데 환자 상태가 너무 위중하다고 했다. 항생제도 못 쓸 정도로 상태가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러면 죽는다는 말이냐고 물으니 대답이 없어, 아내를 거기서 죽게 둘 수는 없으니 퇴원시키겠다고 통고하고 서둘러 상경하여 퇴원시켰다. 퇴원 시 주치의가 퇴원하면 100% 살 가능성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아내는 내가 운전하고 오는 중에 퇴원한다고 좋아하는 기색이었다. 김명준 외과에 도착하여 지상 4층에 있는 거실까지 슬로프를 단숨에 걸어 올라가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다음 날 아침에 회진할 때 왼쪽 배가 확연히 부어 있어 눌러보니 압통이 심했다. 복막염으로 진단하고 마지막으로 나의 집도로 개복하고 고여 썩은 내용물과 염증을 생리식염수로 씻어낸 후 고열이 떨어지고 복통도 없어졌다. 누출되던 장은 그 후로 절로 융합되었지만, 장이 좁아져 음식을 천천히 잘 씹어 먹지 않으면 배가 아파진다. 수술 후 집도 의사에게 이런 사실을 말하고 MRI 사진에 나타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사진에 이상 소견이 없었다고 하였다. 잠시 후에 집도 의사가 전화로 MRI 사진에 2개소의 농양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간과한 것 같다고 했다. 방사선과 전문의사들이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영상을 못 본 것이다. 하나님이 그들의 눈을 가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발견했으면 개복할 수밖에 없는데 아내의 복강 내 창자들은 복막과 심히 유착되어 배를 열 때 창자를 다치지 않을 수 없고 여기저기 건드리는 족족 찢어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수술대 위에서 사망할 것이 거의 확실했다. 썩은 내용물이 창자 사이로 흘러서 개복하지 않았던 옆구리 쪽에 고였기 때문에 나는 쉽게 조금 열어서 씻어내기만 하고 누출되는 상처는 봉합하지 않고 절로 융합되도록 방치한 것이 아내를 살린 것이다. 열린 뱃가죽은 그 후 8개월간 치료하여 아물었다. 다섯 번 수술 한 상처가 아문 배를 보고 아내는 자기 배는 그랜드 캐니언 같다고 한다.    <다음호에 계속>
 
글쓴이 | 김명준
현 빛한의원 & 통증 클리닉 대표 원장. BC주 침술 전문 한의사. 외과 전문의 (한국)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저서: 우선 수필 ‘훌륭한 의사 행복한 시민'(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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