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다
더도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씨뿌리고 잎피어 꽃노래 부르더니 열매맺은 가을이다
곡식은 여물고 온갖 과실은 영글어 익었다
이런 절기에는 멍하니 하늘 저켠 바라본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형제들 생각에
부모형제 은덕에 잘 살아 왔다
살아계실때는내 삶의 고달픔만 노래를 부르고 살다가
이제 그 아쉬움 갚아 보려 하지만 먼길 떠난 뒤 였더라
부모님 영전에 차례상 올리는 일 말고는 할수 있는 일이 없구나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시부모님 !
시집가서 처음으로 영정사진 앞에서 첫 인사를 드리고
사십년 하고도 몇년이 지났네
집집마다 다른 제사풍습
쩔쩔 매던 내 모습이
그래도 해야하는 일인줄 알고
세월은 흘러 갔구나

한국에서 15년 세월이 어떨결에 지나가고
이민 보따리 한켠에 시부모님 영정사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낼수는 있을까?
걱정하는 맘 함께 비행기에 실었다

어머이 아부지
죽이되든 밥이 되든 같이 가입시더 예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고 우리는 떠나야만 한답니다
그 날 이후 지금까지
내 몸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는
부모님 영전에 메 지어 올리라 마음 먹는다

그때 제사는 가져가야 한다고
말해준 형제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살아있는 자손들이 모여서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누며 얼굴보는 일일텐데
우리의 이민으로 그럴 수 없게 되었으니 미안 할 수 밖에

언제부터인가 집안 청소 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힘든 일 보다는
얼굴도 보지 못했던 시어른들의 마음이
나의 어떤 깊은 곳을 훅 치고 들어온다
아리고 슬프다
특히 내 나이 40이 넘어 늦둥이 아들이 태어난 이후로….
조롱조롱 5남매를 두고 떠나신 시어머니와
몇년뒤로 따라가신 시아버지의 그 길은 어떠하셨을까?
부모 없이 자라온 동기들의 삶은 또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는가?
나의 생각으로는 가늠이 되질 않는다
그 어려운 고비고비를 겪어 내면서
자신들의 몫을 다하고 있는 형제들이 훌륭하고 존경 스럽다

올해는 두 딸이 예년보다 더 많이 엄마를 도와 주었다
명절전에 청소하는 사람을 불러주어 대청소를 해주고
일찍 와서 전 부치고 뒷설거지 다해주어 한결 편안했다
아들은 타지에 나가 올 수가 없는 처지라 가족화상통화에
Happy 추석 ! 이라고 아쉬운 인사를 보내 왔다

딸들은 하하호호 하면서 음식을 장만 하고는
할아버지 할머니 차례상 앞에 머리를 조아린다
그들의 기도가 뭐가 되었든 구름을 뚫고 올라 가리라는 믿음과 함께
가슴이 뭉클하게 저려 온다
얼굴도 보지못한 할머니 할아버지
서로의 애틋함을 확인 이라도 하려는듯

일찌기 먼길 떠나신 어머니 아버님 ! 고맙습니다
이젠 걱정 그만 하시고 편히 쉬십시오
저희들 서로 맘 알아 주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

제사는 우리민족의 슬기롭고 지혜로운 풍습이다. 조상을 기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자손들이 한데 모여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여러가지 어려운 사정이 있겠지만 ‘부모에게 효도하라,바르게 살아라’ 할 것도 없이 스스로 느낄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이다.또한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알게도 되고 자신감과 자존감은 소리 없이 삶에서 묻어나온다. Happy 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