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기준은 잘 모르지만, 내 소지품중에는 천불이상의 가격을 지불한 옷, 가방, 신발, 장신구, 심지어는 보석반지 하나도 없으니까 나는 명품을 한개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나는 명품에 관심자체가 없다보니 잘 모르는데, 내 손님들중에는 명품들을 가지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비즈니스를 하면서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여러번 경험하게 되었다.
2013년 7월2일, 비즈니스를 오픈하고 난 첫날부터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 및 인도손님들은 특정 로고가 박힌 지갑과 가방들을 많이 들고 오셨다. 나는 길을 지날때에도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민망하던데, 내 손님들은 다들 아무렇지도 않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즈니스를 오픈하기 직전까지는 출근하면 개인 사물함에 옷, 신발, 장신구들을 다 벗어놓고 샤워한 다음 회사 scrub을 입고 근무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옷이나 가방들을 자세히 볼 일이 거의 없기도 했다.
그해 가을 어느날, 50대 중반의 여자손님께서 특정 로고가 박힌 가방을 들고 오셨는데, 상담중에도 어깨에서 내려놓지를 않으셨다. 자세히 보니까 가방끝에 자물쇠도 달려있었다. 내 생각에는 귀중한 물건은 은행의 safe에 맡겨놓거나 집안의 은밀한 곳에 감춰두면 될텐데 왜 가방안에 가지고 다니면서 자물쇠로 채워놓을까 궁금해졌다. 대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나: 가방안에 귀중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시나봐요.
손님: (의아한 표정으로) 아닌데요.
나: 그럼 왜 가방에 자물쇠를 채우고 다니세요?
손님: 이건 limited edition이라 자물쇠와 열쇠가 원래 살때부터 달려있어요.
나: 비싼 브랜드예요?
손님: 별로 비싼편은 아니지만… 이 브랜드 모르세요?
나: 몰라요. 제 다른 손님들도 손님과 같은 LV 로고가 수백개 양면에 박힌 가방이랑 지갑들을 많이 들고 다니시던데, LV가 무슨 뜻이예요?
손님: 요새 Louis Vuitton 모르는 한국여자도 있어요?
나; 저는 이제 알았어요.

이 손님과 상담을 마친후 가격과 시술횟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가격이 비싸다면서 300불 패키지를 250불로 가격을 50불 깎으려고 하셨다. 나는 왜 내 가격이 비싸다고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구글해서 레이저기계 검색하고 레이저클리닉별 시술 횟수 및 가격 비교해보면 제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이고 레이저시술 가격의 첫번째 결정요인은 기계가격에 달려있다고 말씀드렸지만, 당신 시술 잘해주면 데리고 올 친구들 많다고 하시면서 계속 가격을 깎으려고 하셨다.
당신이 들고다니는 수천불짜리 가방을 사는 돈은 안아깝지만, 다른 비즈니스에서 받는 서비스비용 거의 20%인 50불은 아까워서 깎으시려고 하는 양심은 내게 별로 좋게 와닿지 않았다. 결국 이 손님은 가격을 못깎아드린다는 내 말에 기분나빠 하시면서 그냥 가셨다.
그후로도 손님들중에 간혹 수천불 혹은 수만불이 넘는 명품가방 또는 명품시계를 착용하시고 내 비즈니스에 상담받으러 오셔서 몇십불 깎아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나는 비즈니스를 한지 만4년이 다되가는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상가를 비싸게 책정해놓고 사람 봐가면서 가격을 깎아줘야 돈을 많이 벌텐데, 내 양심대로 시술대비 최소한의 가격을 책정해놓고 가격 깎아달라는 손님들을 놓치는 걸로 봐서, 나는 좋은 장사꾼은 못되는 것 같다.
2017년 3월초 어느날, 우리 부부의 이민 20주년 기념일이 다가오니까 남편이 문득 내게 이렇게 말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먹는다고 명품도 들고다녀봐야 자연스럽게 어울려. 자기 내가 명품하나 사줄까?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나는 마음속으로 ‘어차피 우리부부 공동명의 신용카드로 살거면서 생색내기는… 만약 내가 명품가방을 들고다닌다면 어떨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지금 내가 들고다니는 가방은 세일할때 세금까지 합쳐서 $180 정도 주고 구입했는데, 내가 태어나서 여태까지 살면서 구입했던 가방들중에 가장 고가다. 나는 가방 한개를 평균 3년정도 들고다닌후 새 가방을 구입하고 헌 가방은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위의 LV 가방은 $2,000 이상 되니까 세금까지 합치면 $2,100을 호가하는 셈이다. 나는 $180 짜리 가방을 3년 들고다니고나면 다 헤져서가 아니라 질려서 새 가방을 사는데, 내가 만약 LV 가방을 산다면 구입가격이 12배정도 되니까 36년정도 가방한개를 들고다닐텐데, 그럼 내 나이가 80이 넘는다. 지금부터 80 넘을때까지 똑같은 가방을 들고다니라고 한다면, 나는 분명 질려서 홧병에 걸릴 것 같다. 나에게 있어 평생 바꾸지 않고 질리지도 않고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늘상 옆에 데리고 다니고싶은 대상은 남편 하나면 족하다.
나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필요없어. 난 명품남편이 있잖아. 내가 만든. 자기는 내작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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