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 가족과 함께한 1학기 종강 수업은 해금과 민요 배우기 시간을 가졌다. 밴 남사당에서 함께 한 아리랑 고개는 해오름이 함께 걸어 갈 우리의 삶이다.

글   사진 해오름한국문화학교 /  박은숙
햇살 눈부시던 6월의 종강 날, 해오름한국문화학교는 캔남사당에서 ‘해금과 함께하는 아리랑’ 특별 문화 활동 시간을 가졌다. 십여 년 한국의 문화를 함께 공부했던 터라 해오름 가족들에게 아리랑은 가장 친밀하고 익숙한 우리의 노래이다. 하나, 둘 한국의 문화 공간에 모여 든 가족들, 한 편에 정갈하게 티와 스낵을 준비하고 쪽진 머리에 담백한 한복 차림으로 해오름 가족을 맞은 조 단장에게서 평소와는 다른 한국의 미가 느껴졌다. 공간의 여백을 타고 한국문화예술의 숨결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먼저 정간 보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리랑을 구음으로 익히고 세마치 장단에 맞춰 경기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다. 발음이 쉽지 않아 혀가 꼬여 웃음이 터져 나오고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배어 나오면서도 장구 장단에 흥을 더해 몸으로 음을 터득해 나갔다. 풍년과 희망의 의미를 묻고 고개를 끄덕이며 메기고 받는 아리랑의 묘미와 의미를 되새기며 3절까지 부르는 동안 나는 왠지 모를 뭉쿨함이 가슴을 타고 올라왔다. 봄 방학 중 해오름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입양 된 후 처음 모국 방문을 했었다. 모국방문을 통해 보고 느끼고 담아 온 한국의 이미지에 와 닿았던 감정적 여운이 아리랑을 타고 흘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풍년이 온다네 풍년이 와요 이 강산 삼천리 풍년이 와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청천하늘엔 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엔 희망도 많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가사의 뜻을 음미하며 1절 2절 3절을 나누어 부르는 동안 아이들과 부모님은 캐나다에서 만난 진정한 캐나다 속 한국인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리랑 고개 넘어 태평양을 건너 가족으로 만나 살아 온 질곡의 시간이 풍년과 희망의 노래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잠시 아리랑의 여흥을 식히는 동안 등장한 해금연주자 송다윤의 모습에 환호했다. 한복 차림만으로도 눈부신데, 처음 본 한국의 전통 악기 해금에 관한 호기심도 잠시, 해금 산조에 빠져들었다. 산조와 더불어 연주한 ‘검은 고양이 네로’ 를 통해 동서양의 신비한 어우러짐에 놀라와 했다. 한국의 전통 음악이라고는 민요 아리랑과 사물놀이에 사용하는 장구, 북, 징 괭과리만 접했던 터라 해금은 또 다른 한국 문화와의 첫 만남이었다.
“ 두 줄로 어떻게 조율을 하고 연주가 가능해요?
“ 배우기 어렵지 않나요?
“ 한 번 만져봐도 될까요? 등, 질문이 터져 나왔다. 송다윤 연주자는 차분하게 해금에 대해 설명하고 나란히 앉아 아이들에게 연주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두 줄 사이에 활대를 끼워 이를 문질러 연주하는 찰 현악기인 해금에 대해 국악인 친구를 통해 예전에 공부한 적이 있다.

“ 울다 웃기 딱 좋은 악기네?” 라고 묻던 내게 친구가 한 말이 기억난다.
“ 우린 이 두 줄을 웃음 줄과 울음 줄이라고 해.”  꼭 말아 쥔 명주실 사이를 오가며 활대를 움직이며 친구가 들려주던 그 소리를 몇 십 년 만에 의미를 되새기며 다시 접했다. 웃음과 울음 사이에 끼인 저 활대는 우리 자신의 내면이 아닐까.. 누에가 명주를 짜내듯 내 안의 소리를 만들고 조율하여 울음을 웃음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노래하고 싶은 바람을 해오름 가족과 함께 공감한 하루였다.

‘해금과 아리랑’ 특별 문화 활동은 학기 종강 수업이었지만 그 여운의 파장은 오랜 동안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기억되리라 믿으며 내년을 기약했다. 아리랑을 부르면 우리보다 더 가슴 뭉클한 감동을 갖는 서양 부모님의 가슴에 아이들은 희망의 꽃이다. 우리는 희망의 꽃에 입김을 불어 넣어 주는 아름다운 한국인이고 싶다. 해금과 아리랑으로 해오름 가족에게 새로운 한국문화의 싹을 틔워 준 조단장님과 송다윤 연주자에게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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