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에 딸네 가족이랑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하와이를 찾았지만 이번에 간 곳은 마우이섬 (Maui)이다. 마우이는 약 137개로 구성된 하와이의 여러 섬 중에 두 번째로 크다. 면적은 1,883제곱킬로미터. 제주도 보다 약간 넓다. 제주도의 상주인구가 70만 명인 데 비해 마우이는 17만 명이다. 그러나 매년 350만명 이상 이곳을 찾고 있다. 하와이 호놀룰루와 달리 어디를 가도 한적했으며, 해안가를 제외하면 크게 붐비지 않다.

캐나다 전역이 폭설과 추위로 엄동설한인 데 비해 마우이는 겨울 평균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해변에는 수영하는 사람들과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유명한 여행잡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가 지난 20년 연속 마우이를 미국 최고의 섬으로 꼽은 이유가 있다. 마우이 주변에는 천혜의 백사장이 이어져 있고, 상록수림으로 울창한 산과 계곡은 한여름의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마우이 해안에서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은 세상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딸네 별장에서 5분 거리에 포시즌스 호텔이 있다. 1박 호텔비가 2,400불을 넘지만, 겨울에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휴양지다. 그곳에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회장,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등이 고급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미국 컨트리 뮤직의 레전드 윌리 넬슨도 오랫동안 이곳 별장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 외에도 유명한 연예인들과 기업가, 정치인들이 겨울에는 마우이에서 휴가를 보낸다.

마우이 남서쪽 해안에는 특히 멋진 해안들이 많다. 빅 비치 (Big beach)는 마케나 주립 공원에 위치했으며 해변이 길이가 2.5킬로미터나 된다. 마우이 주변에는 특히 흑등 고래 (humpback whale)가 무리를 지어 지난다. 매년 2만 2천 마리가 유영하고 있어 세계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서핑으로 유명한 후키파 해안에서 흑등 고래를 보는 것은 드물지 않다. 바닷물이 따뜻한 마우이 부근에서 겨울을 보낸 흑등 고래는 5월이 되면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흩어진다.

하와이는 미 본토에서 3,200킬로미터 떨어진 남태평양의 외딴섬이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세 번째로 부유한 주에 랭킹 되어 있다. 연기 나는 공장도 없고, 대규모 산업체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런 부를 누릴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천혜의 자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서 온 휴가객들이 쾌적하게 즐기기에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각종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세계적인 브랜드의 상품들이 상류층의 주머니를 유혹하고 있다. 관광 인프라가 너무도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섬 남쪽에 위치한 할레아칼라산(Haleakala)은 국립공원 내에 있다. 높이가 백두산보다 높은 3,055미터이다. 정상에서 보는 일출은 장관이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인원에 상관 없이 차 1대당 1달러이다. 그러나 국립공원 입장료 $30을 별도로 내야 한다. 공원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방문 인원을 제한한다. 예약은 2개월 전부터 가능하다.

 

미국의 50개 주중에 하와이 주가 유일하게 국기에는 영국의 유니온잭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바로 백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인 제임스 쿡 선장이 1778년 11월에 하와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와이는 또한 버락 오바마가 태어난 곳이다. 그래서 미국 예비선거에서 주민의 75%가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곳이다. 알래스카가 전통적으로 미 공화당을 지지하는 반면에 하와이는 늘 민주당을 지지한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는 지금도 대단하다.

한국인들은 와이키키 해안이 있는 호놀룰루를 많이 찾는다. 그곳은 오아후섬이다. 그러나 마우이섬은 매우 색다른 분위기를 가진 세계적 휴양지이다. 호놀룰루 지역이 인구도 많고 인공적으로 많이 개발되었지만 마우이는 여전히 청정하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사람마다 지상의 낙원이 어딘지는 보는 견해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카리브해의 버진아일랜드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남태평양 타히티를 꼽는다. 하와이 마우이섬도 지상의 낙원이거나 낙원에 아주 근접해 있다는 데 이견을 낼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올겨울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낸 마우이섬, 지상의 파라다이스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