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2일 토요일,
친한 언니네 내외분과 모처럼 만나서 소맥을 겻들인 맛있는 저녁을 먹고(형부가 또 쏘셨다. 남편이 내려고 했는데, 진짜 못내게 하셨다. 다음에는 남편에게 중간에 잊지말고 화장실 다녀오면서 계산하라고 눈치를 줘야지) 노래방에 가서 한시간동안 놀았는데, 남편과 언니는 노래를 너무 재미있게 감정이입을 해서 맛깔나게 부르고 춤도 잘추니까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웠다.
문득 예전 일이 생각났다. 나는 음치 더하기 몸치라 노래방 가는걸 이민오기전 한국에 살때부터 무척 싫어했는데, 남편이 처음 데이트 신청을 하면서 저녁에 같이 술한잔 하고 노래방이나 가자고 해서 내가 단칼에 싫다고 했다. 남편은 놀란 눈빛으로 왜냐고 자기는 여태까지 데이트 신청해서 거절당한적이 없었다고 했다. 나는 음치에 몸치라서 안친한 사람이랑 절대 노래방 안간다고 했더니(사실 나는 탬버린도 잘 못흔든다) 나한테 노래 안시킨다고 약속을 하고 첫 데이트를 했다. 노래방에서 본 남편은 노래를 잘하고 춤도 잘추고 너무 재미있어서 호감이 생기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본인의 장점에 대해서 잘알고 나를 꼬시려고 노래방에 같이 가자고 했던 것 같다.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집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 11시가 넘었다. 15살짜리 아들과 13살짜리 딸은 각자 저녁 챙겨먹고 뒷정리 해놓고, 강아지 산책도 데리고 나갔다 온 후에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17년 8월 13일 일요일,
지난 일요일인 8월6일, 9년된 낡은 바베큐그릴을 Coquitlam Transfer Station에 버리고나서 월마트에 바베큐그릴을 사러갔다. 마침 운좋게도 정상가는 $498인데, clearance sale로 $348에 파는 모델이 데모를 제외하고 하나 남았길래 얼른 사왔다. 8월7일날은 밴쿠버아일랜드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고 그 다음날부터 어제까지 남편이 출근하는 바람에 커다란 상자가 마루 한복판에 일주일동안이나 놓여있어서 내 눈에 가시였다. 남편이 오후 3시쯤 아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다. 남편은 세차, 잔디깎기, 보트청소, 차고 pressure wash 할때, 무거운 짐 나를때등 집안일할때 본인보다 키도 크고(지난 달에 쟀을때183cm) 힘이 세져가는 아들을 큰 소리로 불러서 함께 하는데, 아들의 몫이 점점 늘어가는걸 볼때면 남편이 조금씩 늙어가는것 같아 서글퍼지기도 한다. 남편과 아들은 132파운드나 나가는 상자를 패티오로 옮겨서 불과 40분만에 조립과 개스연결까지 끝냈고 뒷정리는 아들이 혼자했다. 오늘은 남편이 아들에게 drill gun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직접 나사를 박도록 했다. 나는 구경 조금 하다 깜빡 낮잠이 들었는데, 남편의 전화를 받고 잠이 깼다. 1층에 내려갔더니 바베큐한 스테이크, LA 갈비, 소세지, 구운 호박, 양념한 후 호일에 싸서 바베큐한 동태, 방금 끓인 짬뽕(오늘 아침에 내가 먹고싶다고 한말을 기억했나보다)을 아들과 남편이 테이블에 놓고 있었다. 딸은 테이블 세팅을 하고 있었다. 행복했고 나를 배려해주는 가족들에게 무척 고마웠다. 이 자리를 빌어 남편에게 내 고마움을 전해본다.
내 비즈니스 공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지난 6월29일부터 8월말까지 두달동안 백수가 된 와이프 구박하기는 커녕 만4년만에 처음 가져보는 긴 휴가라고 생각하고 즐기라고 말해줘서 고맙고, 직장다니면서 사업하느라 바쁘고 힘들텐데 시간날때 맛있는 요리도 해주니까 더 고마워. 나도 내 비즈니스 확장오픈 하면 열심히 일해서 우리 이다음에 은퇴하면 자기 좋아하는 바닷가에서 살자.사랑해. 나의 온달장군.
**현재 New Westminster에서 『그레이스레이저 스킨케어』를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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