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발을 들여 놓은 인간들이 가장 조심해야할 정신 건강 상의 문제는우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사람들과의 올바른 소통을 소홀이 하는 순간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깊은 우울의 숲 안으로 빠져들 수 있다.그런데 우울은 모두 다 같은 우울이 아니다.그 증상에 따라 혹은 일어난 시기에 따라,혹은 성별에 따라여러 가지 우울로 분류되어 표현되어 진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의 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정신질환의 진단 도구 중 하나는 DSM-5(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라는 것이다.이것은 미국정신의학회가 2013년에 개정한 정신질환 분류 목록으로서 이것의 판단 기준에 따라 우울의 진단이 내려진다.이 편람에서는 우울을 크게 다음의 4가지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2주간 연속으로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 혹은 즐거움의 상실을 체험하며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적으로 슬픔,공허감,절망감 등의 주관적인 보고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청소년인 경우 과민한 기분을 나타내기도 한다.또한 불면이나 과다수면,초조,피로감,무가치감,집중력 저하,우유부단함 혹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나 자살시도,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간단하게 표현하면 아주 강한 우울로 인해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속성 우울장애(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 적어도 2년이상 우울한 기분을 나타내며 식욕부진이나 그 반대로 과식,불면 또는 과다수면,기력의 저하 혹은 피로감,자존감 저하,집중력 저하,우유부단,그리고 절망감 등의 증상을 포함한 우울장애이다.결국 지속성 우울장애는 우울한 기분이 아주 오랜 기간 지속되어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월경전기불쾌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여성에게서 월경 시작 전에 나타나게 되는 물안정성,과민성 분노,대인갈등,우울한 기분 및 무기력감과 자기비하,불안과 긴장을 동반하는 장애를 일컫는다.
파괴적 기분조절곤란장애(disruptive mood dysregulation disorder):일반적으로 심한 분노를 반복적으로 언어나행동으로나타내는 장애로서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주로 나타난다.우울이 화와 분노로 나타난 가면 우울증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위에 서술한 우울의 분류는 임상에서 사용되어지는 진단 도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우울의 종류를 위의 것들 보다 더 세분해서 표현하고 있다.그럼 여성과 관계된 혹은 여성들에게 많이 노출되어 있는 우울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증상들은 어떠할까?

통계에 의하면 전체 우울증 환자의 약 70%가 여성이며 전체 여성의 4명 중 1명이 그리고 주부의 약 45%가 우울의 아픔을 겪는다고 한다. 이렇게 여성에게 우울이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그들의 생애에 월경,폐경,출산, 임신 등의 요인으로 인해 호르몬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결국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는 사춘기를 변곡점으로 하여 여성들의 우울증 발병율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아지기 시작한다.그리고 호르몬의 변화가 사라지는 노년기를 기점으로 우울의 발병에서 성별의 차이가 없어진다.이렇게 호르몬 변화와 관계되어 나타나는 우울증으론 산후 우울증,갱년기 우울증,월경전기 우울증등을 꼽을 수 있다.

산후 우울증:산후 우울감은 출산 이후 급격한 호르몬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불안함,불행감,짜증,우울한 기분,슬픔,심한 감정의 변화,불안,초조,집중력 저하,양육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무가치감과 죄책감,자살사고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경우에 따라서 부모역할을 할 수 없다는 생각과 더불어 아기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아기를 해치는 통제할 수 없는 생각에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산후우울증은 출산 여성의 약 10~15%에게서 나타나며 이중 절반 가량은 임신 중일 때부터 우울에피소드가 시작된다.출산 후 6개월이 지나서까지 우울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산후우울증이라 부르며 이들 중 약 40%는 1년 이상 우울증이 지속되기도 한다.
갱년기 우울증:갱년기란 50대 전후 여성에게 에스트로겐 저하가 나타나는 시기를 일컫는다.이 시기의 여성들은 수면장애,질 위축,인지기능 저하,우울,불안,공허감,의욕상실,짜증,식욕의 변화,체중의 변화 등을 경험하게 된다.또한 답답하고 가슴이 뛰며, 수면 중 식은 땀을 흘리고 신체에 열감을 느끼기도 한다.
월경전기 우울증:월경전기 우울증이란 위에서 설명된 월경전기불쾌장애를 일컫는 것이다.생리주기에 에스트라디올이라는 주요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암울한 감정,긴장감,짜증이 일어나며 대략 생리 1주일 전부터 기분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전체 여성의 약 5% 정도에서 발행한다.월경전기 우울증의 증상을 간단히 요약하면 생리가 시작될 무렵 나타나는 우울하고 불안정한 감정상태로서 에너지 저하,짜증스러움,유방의 불편감,복부 팽만감,두통,골반통,그리고 배변 및 배뇨 시 통증을 동반한 증상을 나타낸다.이러한 증상들은 부인과적 질환 상태와 관련이 될 수도 있으며 식습관의 변화나 환경오염에 의한 호르몬 변화로 야기될 수도 있다.

위에 설명되어진 우울증의 종류 이외에 한국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특별한 우울증의 종류는 명절우울증이라 할 수 있다.명절이 가까워 오면서부터 시작되는 명절우울증은 명절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된 우울증으로 신체적,심리적 장애를 초래한다고 할 수 있다.
명절우울증 이외에 한국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여성우울증의 종류로는 빈집증후군을 들 수 있다.이는 자녀들이 집을 비우게 되는 시기를 전후로 하여 주로 주부들이 느끼는 허전함과 서운함, 나아가 정체성의 상실로 인해 야기되는 우울이라고 할 수 있다.또한 계절성 우울증도 여성들이 조심해야할 우울의 한 종류이다.특별히 비가 많이 내리는 겨울의 특성을 지닌 밴쿠버에서는 일조량의 저하로 인해야기되는 활동량의 저하,과식이나 과수면또한 무력감과 우울감을 일으키는 계절성 우울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과 관계된 우울의 종류를 보면 여성의 삶 자체가 항상 우울에 노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이 글을 읽고 계신 여성 독자분들의 정신건강은 어떠신지? 자신을 뒤돌아볼 시간이 없어 자신이 우울을 겪고 있다는 것도 모르면서 점점 깊어 가는 우울을 자신 안에 쌓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우울을 단순한 감정의 표현으로 간과하여 그저 지나갈 것이란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지난 번에도 설명했듯 우울은 자살로 이르게 하는 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