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영

산은

정직하게 그 위력으로
내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흙의 냄새를 주고
발을 제대로 딛지 않으면
마무리를 하지 못하게 한다

끝이 없는 길인줄 알고 끝없이 갔으나
결국은 끝을 보여주는 정직한 산

심장이 제대로 뛰는지 심장소리에 귀를 가울이게 하고
다리의 근육이 어느정도 인가 얄궂게도

높은 곳에도 델고 간다

산은 몸을 데웠다가
산은 용광로 같이 몸을 태웠다가
산은 몸을 차갑게 식혔다가

어떤 표정으로 다가 온다

내려가는 길엔
올라올 때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해주는 마성을 준다

산에 얼마만큼 적응을 하는지
모든 걸 다보여 준다

비가 오고 우박이 내리고 해가 난다

산은

정직하게 고루고루 내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