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e31b0_86b425d7a7316550e287d25368d7459b삶의 철학, 문학적인 성찰 표현으로 차별화
 
작년 11월 권천학 시인의 시집 ‘길에서 도(道)를 닦다’로 한국의 순수문학사가 선정하는 제 22회 ‘영랑 김윤식 문학상’을 수상한데 이어 12월에 ‘국제PEN문학상해외작가상’과  한국시조문학진흥회로부터 ‘한국시조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3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권 시인은 1987년 ‘현대문학’ 으로 등단해 2008년 캐나다 밴쿠버로 이주한 후 총 14권의 시집을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단편 ‘오이소박이’로 2010년 경희 해외동포 문학상, 2015년에는 국제작가 네트워크  ‘뛰어난 시인’ 수훈상을 받았다. 그리고 작년에 3관왕까지 역량 있는 시를 꾸준히 써 캐나다는 물론 한국,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주목 받는 시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 토론토에 거주 중이지만 재작년 여름 ‘사랑은 꽃 몸살’ (Love is the Pain of Feverish Flowers) 전시회를 위해 밴쿠버를 방문하는 등 밴쿠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길에서 도를 닦다’  이번 시집은 128쪽에 기행시 위주의 65편, 번역시 3편 등 총 68편으로,  1부 ‘나의 길에서’, 2부 ‘대한민국의 길에서’, 3부 ‘역사의 길에서’ 등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MINI INTERVIEW_권천학 시인
Q 길에서 도를 닦다 제목이 주는 의미는
저는 관광여행이나 휴양여행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곳에 가더라도 사흘이면 딱 질리더라구요. 더구나 캐나다, 특히 밴쿠버, 얼마나 아름다운 곳입니까.   
저에게 있어서 여행은 단순한 호기심의 표현이거나, 음풍영월이 아닙니다. 공부하는 현장입니다. 
이번 시집엔 주로 기행시를 모았는데, 주로 역사의 길을 더듬어보는 것입니다.  한 예로, 20일이 넘는 장기여행으로 중국 일원을 2차례 다녀왔습니다. 문학과 역사와 전쟁의 흔적들을 돌아보고, 관련학자들과 교수들을 만나서 토론도 하고 정보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충분하진 않지만 그 여행에서 얻은 시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행시는 대개들 그곳의 풍광이나 풍물에 대한 묘사입니다만, 제가 모색하는 건, 단순히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이나 풍광묘사가 아니라 나 자신의 존재확인과 동시에 삶의 철학의 발견해내고, 동시에 문학적인 성찰을 포함시켜서 표현함으로써 일반 기행시와는 차별화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 시의 현장은 곧 역사의 현장이며 그 현장에서 배우고 깨달아가며 하는 치열한 공부입니다.  그래서 ‘길에서 도를 닦는 것’이 되지요.
 
Q 그동안 한글 시집, 일어시집, 영한시집 등을 발표하셨다. 어떤 의미가 있나
한글시집이야 한국사람이니까 당연히 하는 일이지만 일어나 영어 등 다른 언어로 발표하는 것은 세계의 문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인과 공유하려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한국문학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번역이 중요하다고 하고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라고도 하지만 그것은 일반론일뿐, 먼저 한국어로 쓰는 원작이 치밀하게 문학적 성과를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국어로 쓰는 원작이 좋지 않고서야 아무리 번역을 잘 한다고 한들 빛이 나지 않으니까요,  
 
Q 이번 시집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시는
독자들마다 좋아하는 시편들이 다르더라구요. 어떤 독자는 ‘이름값’을 또 어떤 독자는 ‘그놈목소리’, 또 다른 독자는 ‘배신의 축배’… 이런 식으로요.
저야 다 좋기도 하고 다 싫어지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고르라면  ‘지팡이’ 와  ‘새없는 숲’입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작년 가을 밴쿠버 리치몬드시에서 열린 건국150주년페스티발에도 참여했고, 다민족, 문화행사와 한국에서 열린 ‘세계한글작가대회’에도 초대되어 주제발표도 했습니다. 이 밖에 다양한 워크샵도 하는 등 분주한 한해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올 해는 세계속으로 뻗어가는 일에 열중하려고 합니다. 
재작년에 출판한 영한 대역시집 [Love is the Pain of Feverish Flowers, 사랑은 꽃몸살] 이 아마존에서 2쇄 출판을 했고, 북미는 물론 영국이나 네델란드, 스웨덴 등 기대하지 않았던 유럽쪽에서도 요청이 왔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그것을 동력으로 해서 다른 언어권에 파고 들고 싶습니다.  저는 항상 꾸준히 몰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처음 시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무엇이든 시작하려고 하면 다 어렵지 않나요? 시를 겉멋으로 시작하지 말고 진정어린 마음으로 시작하여 집중할 것을 권장합니다.
 
Q새해 밴쿠버 교민들을 위한 덕담 한마디 
국내외가 시끌시끌합니다만 우리 모두 서로서로 어여삐 여기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일 하기에도 늘 부족하거든요. 
여러분 모두들 새롭게 변하세요!
 


지팡이
 
함께 가자
내려 갈 줄 알았으면 올라오지 않았을 걸
올라갈 줄 알았으면 내려오지 않았을 걸
황산에 와 또 다시 생각한다
올라감과 내려감은 멈출 수 없는 삶의 여정
오르막이건 내리막이건
동행할 신념이 필요할 뿐
힘들 때 힘이 되고 신념이 되어주는
지팡이, 너 함께 가자!
 

 
새 없는 숲
                                         – 황산의 대나무숲
 
올곧은 줄만 알았다
올곧아 좋은 줄만 알았다
 
욕심없는 선비의 청빈, 굴하지 않는 신하의 충성
목숨으로 언약을 지키는 절개…
온 몸이 쪼개어져서라도 지키는 그 뜻을 기렸는데
 
‘청강만리’의 바람결 일으키는 숲에 와서
대밭에 새 깃들지 못함을 알았네
 
올곧기 위하여 뿜어내는 결기 가득하여
새조차 깃들지 못하니
몰랐어라
하나 지키려면 하나를 잃어야하고
독하지 않으면 지켜내지 못함을
대쪽 같지 않으면 대나무가 될 수 없음을
온갖 잡새들 길렀더라면
대나무 숲이 될 수 없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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