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서매니저와 인사부 담당자 노조대의원과 미팅을 했다. 지난번 미팅에서는 CCTV를 보고 사건이 내가 얘기한 상황처럼 심각한게 아니라면서 오히려 내가 너무 사실하고 다른 과대 포장하듯 이야기한 것 같다고 하면서 다른 백인 직원이 수퍼바이저인 내가 그의 업무를 다 도와주고 하나하나 가르쳐 주려고 해도 듣지 않는다고 했더니 오히려 내가 마이크로 매니징을 했다고 덮어 씌웠다.
회사 주방 내에는 중국인 그룹과 필리핀 그룹이 주인인데 매니저는 백인을 선호해서 동양인은 매니저가 오기 전부터 일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홍콩계 직원들은 자기들끼리는 서로 도와주면서 내가 풀타임 수퍼바이저 자리에 있는 걸 백인을 조종해서 내가 곤란해지도록 만들고 홍콩계 직원 중 파트타임 수퍼바이저인 그가 내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필리핀 여자와 일이 터졌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수퍼바이저니까 직원들 쉬는 시간도 체크하고 기타 등 체크하는게 주요 업무인데 필리핀계 직원이 다른 필리핀 직원과 자기 자리를 떠나서 오래 말하고 있어서 “ 너 지금 쉬는 시간이냐고 조용히 물었는데 “너 지금 나를 괴롭히는거야 “ 라고 다짜고짜 소리를 질러서 사무실에 매니저한테 가서 말하니 친척이 죽어서 그냥 쉬면서 일하라고 했으니 그냥 두라고 해서 다시 그 필리핀 직원한테가서 내가 미안해 몰랐어 했더니 칼을 높이 쳐들고 내리치면서 그러게 나한테 왜 그런거야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인상을 쓰니 꼭 날 찌를 듯 했다.
이게 사건의 개요인데 비디오 방향에 내가 그녀를 보기 힘들게 서 있던 상황. 회사에선 치르지도 않고 너에게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었다고 그냥 일하다 칼을 내려놓았을 뿐이라고 필리핀 여자의 말만 믿고 내 말은 믿으려들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비디오 보고 판단한거라면서 니가 그렇게 불만할 거리도 않된다며 오히려 나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수퍼바이저가 그런 사소한 일로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 되겠냐면서 3주를 이틀 밖에 일하지 못한 것조차 내가 잘못한 것이고 엄살피워서 상해보험을 타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거라도 증거가 될까 싶어 인사부에 비디오 보존을 요청했는데 그 비디오를 보고 하는 말이 매니저는 자세히 볼 수 있었고 그 필리핀 여자와 거리도 있고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필리핀 여자가 썰던 칼을 내려 놓았을 뿐이라는 말을 믿고 내가 말하는 것은 믿으려 들지 않았다.
상황이 터지고 매니저는 허리가 아프다고 다음날 안 나왔고 난 그 필리핀 여자가 있으면 일을 못하겠다고 하니 필리핀 여자를 집에 보내서 일을 할 수 있었고 다음날부터 그 필리핀 여자는 3주 휴가를 갔다.
그때 매니저가 아파서 안 나와서 인사부 담당자와 미팅에서는 상대방이 휴가를 가서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했다. 그리고 상해보험인WCB에 신청을 했는데 WCB조차 내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전화조차하지 않았으면서 회사의 주장만 편파적으로 듣고는 해당없다는 판단을 해서 문서를 보내왔길래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재심신청을 했더니 책만큼 두터운 서류를 보내왔다.
가정의한테 말해서 가정의가 WCB신청을 하라고 해서 했고 그리고 그 필리핀 여자가 돌아온다고 함께 일하기 힘들다고하니 스케줄을 분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닥터노트를 회사에 냈는데 그것도 이젠 소용없단다.
어제 미팅에서 매니저의 말과 행동은 매니저가 없으면 매니저 대신이라던 면접 볼때 자기 말은 잊은것인지 아니면 상황마다 자기 유리한대로 해석을 하는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미팅에서는 회사에서 조건을 3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 아무일 없었던 듯이 다시 돌아와 풀타임 수퍼바이저로 일한다.
둘째, 주말 2일 수퍼바이저로 일하고 주중3일은 그냥 조리사로 일한다.(실질적강등)
셋째, 주말 2일만 수퍼바이저로만 일한다.(파트타임)
만약에 돌아오더라도 이건 꼭 말하고 싶다면서 매니저가 하는 말이 부가조건을 말하겠단다.
돌아오면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말고(신입직원을 가르치면서 하려고 해도 배우려고 하지도 않고 내가 그의 일을 다하게 생겼어서 체크를 했더니 그걸 마이크로 매니징이라고 )사람들 보는 장소에서 경고장 같은 걸 주지말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조용히 말하라고 그리고 너는 수퍼바이저지만 아침 수퍼바이저하고 겹치는 시간엔 그냥 쿡이니까 수퍼바이저를 하지말라고 한다.
나 수퍼바이저 월급받는데하니까.
너의 잡일정표를 보라고 샌드위치 만드는 시간 아니냐고.
노조대의원을 미팅 전에 만나서 이야기하고 미팅 후에 만나서 이야기했는데 자기생각엔 그냥 돌아와서 일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것 같다고 한다. 난 그때 일로 트라우마까지 생겨서 일을 못하고 있다고 했는데도 회사에선 너가 수퍼바이저를 할 능력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회사편을 든다.
오늘 스케줄을 보니 입사한지 한달도 안되서 일이 아주 서툰 백인여자가 오후 파트타임 수퍼바이저 휴가시 대체 수퍼바이저로 스케줄에 올라 있었다.
결론은 내가 피해자이지만 오히려 날 강등하려하고 넌 피해자도 뭣도 아니고 그 여자는 위협조차하지 않았다고. 너가 과민반응을 보이는거라는 좀 한심한 듯한 표정이다. 다들 백인들이고 매니저는 그 상황에서 자기가 대처를 잘못한 것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려고 우기는 거다.
어릴적 이웃집 친구 아버지가 한밤중에 자기 어머니 때리는 걸 엄마가 보고 지금 뭐하는거냐고 했다가 엄마가 잔소리한다고 담 넘어 어머니한테 달려들어 어머니를 쓰러트리고 가슴에 올라타서 엄마목을 졸라 술이 떡이 되서 집에 온 아버지가 어머니 비명소리에 나갔다가 비오는날 팬티와 런닝바람으로 얼마나 맞았던지.
그리고 문지방에 아버지 팔을 올려놓고 꺽고 아버지는 신음만하던 그때 웃방에 숨어서 창호지 구멍으로만 지켜보면서 동생의 입을 막고 있던 그때의 트라우마가 떠오른다. 그때도 친척들도 오고했지만 때린사람이 청주지방법원에 지인이 있다고 조사도 안받고 유야무야 넘어가고 어머니아버진병원에 입원하고 누나는 충격으로 트라우마가 심해서 연세대에 한달을 입원해있으면서 땅을 팔아서 병원비를 해야했던 그때 일이 떠오른다.
변호사를 알아보니 변호사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확실한 증거나 증인도(회사 눈치 보고 필리핀계 눈치 보느라 아무도 증인을 안 서려함 )없고… 억울하기만 하니 가슴만 답답하고 풀타임으로 일을 못하니 수입은 없고 진퇴양난이다.
게다가 서류를 쓰려면 딸한테 부탁해야하고 아들은 그냥 일하라고 하고. 예전에 한글도 모르는 엄마가 가끔씩 내뱉던 말. 내가 글만 알아도 라며 한숨을 쉬던 그 한숨이 내귀에 자꾸 여운으로 남는다. 결과가 이리되다보니 매니저도 왜 그 여자한테 말을 했냐고 하고 옆지기도 운세에 여자조심하라던데 그냥 못 본척하지. 다 내 탓이다.
정신과 전문의를 예약하긴 했는데 5월말이다. 이곳의 의료시스탬이 그렇지 뭐. 예약받는 여자가 왜 그러냐고 물어서 이러저러해서 여차저차하다고 하니 그럼 약 같은것 은 먹는게 없냐. 없다. 일이 없었다면 건강하다. 손이 떨려서 포미돈 작년에 먹은 적은 있다. 그럼 우울하거나 죽고 싶다거나 그러진 않느냐 등등을 묻는다. 그런적은 있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다고 했더니 비상시 전화하라고 비상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이 곳에 상담해보라고해서 전화해서 이야기하니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라 내가 해 줄게 아무것도 없다고… 다음주 화요일까지 생각하고 회사에서 내건 3가지중에 하나를 택해야하는데 다들 그냥 돌아가서 일을 하라고 한다.
이미 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것 같은데.
돈 벌어야하고 돈이 있어야 변호사도 살 수 있으니. 행복한 직장생활을 원하지만 행복은 고사하고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옥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의 미래가 보인다. 변호사를 찾다가 발견한 사실 이런 류의 형사사건을 맡을 만한 한국인 변호사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과 중국계는 많은 것 같지만 상담할 만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필리핀계가 많은 팀홀튼 같은 곳은 많은 직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많이 벌어지는것 같다. 물론 인도계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왕따.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을 수 없고 그냥 기계처럼 일만 해야하는 직장. 돈이 필요해서 일할 뿐 직장애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바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좋은 말은 모두 골라서 회사의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Giving Hope today.라는 말이 왜 이리 이 질감으로 다가올까. 오늘 회사의 노조위원 중 하나를 만나서 지난번에 그가 얘기했던 회사로 복귀를 하려고하니 그 동안 내가 잘못한 것도 인정을 하란다. 수퍼바이저로서 처신을 잘못한 점과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하겠다는 뭐 그런걸하라고 하면서 너 아직 프로베이션 기간이 끝나지 않았다고 네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난 지금 돈이 필요해서 다시 복귀할 뿐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했다.
역사 드라마에서 충신이 역적으로 둔갑 되는 것을 많이 봐왔지만 회사에서도 이렇게 피해자가 잘못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