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려상 A 김강민

비의 소리

 

이렇게 비 내리는 밤엔

가끔 책상에 앉은 체로

나의 거친 일상을 잠시 멈춘다.

우선 손에 들고 있던 연필을 내려놓고

연필과 같이 나를 괴롭히는 모든 고민과 두려움을 잠시 잊은 체로

듣고 있던 음악도 잠시 멈추고

빗방울 하나하나 온 세상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듣다 보면

젖은 도로에 차 다니는 소리도 선명해지고

나는 점점 더 비의 소리에 빠진다.

 

그렇게 조금 있고 나서 창문 밖의 깜깜한 세상을 본다.

가로등 빛으로 겨우 보이는 도로에

비바람 속에 평화롭게 우산 밑에 숨은 사람들과

느릿하게 지나가는 차 몇 대 바라보면서

나도 잠시 평화를 느끼면서

이 순간이 오래 갔으면 한다.

 

하지만 이쯤에 다시 떠오르는

다음 날의 걱정들로

다시 나의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음악 키고

연필 잡고

다시 시작한다.

 

세상은 계속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