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킬로미터의길가에 줄 지어 서 있는 노란 색 버스들~ 밤 11시쯤 일산 어느 학원가의 풍경이었다.
짧은 한국 일정에서 스치며 본 모습은 하원 시키는 부모님들의 차와 뒤엉켜 있는 학생들.
마음 속 한쪽엔,
밤 10시나 11시쯤 잠 드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자는 것도 늦다고 말하는 캐네디언 선생님들도 있지만,
어쨌든 하루 8-9시간을 취침하는 밴쿠버에서의 우리 아이들은 참 복받은 아이들이다.
그걸 아이들이 알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라주길 항상 바라지만, 사실 얘기한다고  다 아는 건 아닌 것 같다. 각자가 마음 속 깊이 느껴야 아는 것이니 말이다. 한국에서 공부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경쟁적이고 전투적인지 이번 방문에서 설명회를 가지며 또 한 번 알 수 있었다.
유학을 오면 다 잘 될거라는 부모님들의 꿈을 지지해 주기 보다는 항상 현실을 설명하게 되는 나는 별로 좋은 상담가는 아닌 것 같다. 이 곳이 기회가 될수는 있으나 도피처나 막연하게 짐작 되는 차선책이라고 확신하며 큰 성과가 있으리라는 어른들의 생각이 다 맞는 건 아니기에 신중하였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대 다수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타국에 보내며 음식은 잘 먹는지, 공부는 잘 하는지, 몸이 아프지는 아닌지는 걱정하겠지만 정작 우리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 시기의 고민은 무엇일지, 어느 시점이 되면이성 친구에 대한 관심과 행동은 어찌할지 등을 고민 해 보는 부모님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사실, 아이들과 소통 하는 방법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우리 기성세대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 중,
검정 고무신 같은 시절의 얘기를 들려주기 보다는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이성 이나 동성 친구등과의 추억 이야기를 열어 본다던지, 그러면서도 가끔은 눈물샘을 자극 할 감동적인 경험담을 들려주며 그 시절 연예인에 열광 했던 우리도 너희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하는 건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나 또한, 처음부터 쉬운 건 아니었다. 그래도 어른인데, 너무 가벼워 보이진 않을지 등을 늘 재었기 때문이다.
 
3년 전쯤 이었을까?
이 시기, 집 안에는 연애의 세포들이 우글거렸던 시기가 있었다. 첫 번째 주자가 몰래 이성 친구를 맘에 두기 시작할 무렵, 주변 몇몇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상대방 아이의 무례한 행동과 인성이 내 귀에 들렸고, 그래서 본의 아니게 빨리 알아 차리게 된 어느 날, 나와 아빠는 고민을 한 참 하였었다. 막아야 하는건지 지켜 봐야 하는건지… 더 기다리지 못 하게 된 이유는 이상하게 들리는 이야기로 우리 아이가 다칠까 봐 였다.
유학생이었던 남학생의 엄마와 자리를 갖게 되었고, 약할 수 밖에 없는 여자인 내 아이의 입장을 설명하며 당신 아이의 인격에 실망을 갖게 되신 엄마는 눈물을 보이시며 미안하다고 하셨다.
이렇게 한바탕의 소동은 일단락되었고 이것이 엄마로서 갖는 나의 첫 경험이었다.IMG_1333
 
이런 일이 있은 후 1년쯤 지났을까?
생각치도 못 했던 아이들 중 한명이 교제를 시작하여 또 한 번 엄마로서 위치를 되 돌아 보는 일이 있었다. 주말이 되어, 다 함께 둘러 앉아 영화를 보던 우리들은 노트북과 연결 된 텔레비전 화면 한쪽에 계속 올라오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볼 수 있었고, 오빠와 다정하게 나누던 대화가 공개되던 그 때엔 서로 속눈치만 보며 가슴 쿵쾅이던 기억이었다.그렇게 수줍은 비밀을 모두 알아버린 교제가 되어 어쩔 줄 몰라 하며 내 눈치만 살피던 그 아이, 우리에게는 웃음으로 가끔은 놀림으로 기억되는추억이 되었다.
그때에도 고민을 한참 했었다. 상대방 아이는 너무도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의 아들이었으니, 이 일을 어찌 해결해야 현명한지를 나름은 무게감이 큰 일로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게 내 입장이다.
막상 이 고민보다 더 뒷목을 잡았던 이유는, 우리 아이의 헤어지지 않겠다는 선언 때문이었다.
같이 울고 달래며 이 일도 어찌어찌 조용히 마무리 되었지만, 이 시절 만나는 이성 친구는 대부분 얼마 안 되어 이별하게 되며 상처만 남을게 뻔한 걸 우리 어른들은 너무도 잘 알기에 그저 스치는 바람이겠지 하며 지나칠 수 없는게 여자 아이의 엄마 입장이다.
지금도 상대방 아이의 엄마는 이 일을 전혀 알지 못 한다. 그래서 어쩜 어른의 관계도 아이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하며 소식을 전하는 사이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 때 나의 멘탈은 만감이 교차하였지만,
함께 산 세월이 몇 년, 선생님으로 인연이 맺어진 게 10년이 넘어 간 기간인만큼~~
이제 교제 기간 일주일 조금 넘었던 아이에게 내 자리가 밀렸다는 생각이 참으로 감당이 안 되었고 질투 아닌 질투를 느꼈던 것도 사실일 것 이다.
집안에서 룰은 그 때도 지금도 여전히 있다. 세컨더리 재학 동안은 이성 교제와 음주, 흡연 외박 등이 안 되는 규칙이 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참 고지식한 문화라 하겠지만, 이 곳은 어쨌든 공부하는 곳이고 여럿이 함께인 만큼 제재가 없을 순 없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시작된 우리 아이들의 연애사는 그 후에도 두 세번 더 있었지만, 크게 다치지 않고 지나쳤고 처음처럼 비밀스럽지 않게 적당히 오픈하며 우리 어른들의 생각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 자연스러움이 되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알 수 없는 그들(우리 대학생 아이들)만의 공유 될 일들은 분명히 있을 수 있지만…ㅋㅋ
오늘 함께 차를 타고 오며 첫 연애사의 주인공이었던 아이는 내게 말을 한다. 그 때 그런 경험들로 사람 사이에서의 관계나 말들에 신경이 쓰이게 되었고, 친부모님은 아니지만 부모님처럼 자기를 보살펴 주었기에 그 울타리가 얼만큼 안전하고 귀한지를알고 있다며 넉살을 부린다.
그러면서도 곧 이루어질지 모르는 소개팅에 들떠 재잘거리는 아이의 소리가 사실 참 듣기 좋다.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고, 어쩜 일탈이라 불리는 일들을 합법적으로 할 수도 있는 나이일텐데도 얘기 나누고 조심해 주니, 이런 게 가정에서의 바람직한 부모와의 소통이 아닌가 싶다.
 
기본을 지킬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하고 싶고 해야 하는 목표만 잊지 않는다면 맘껏 세상을 즐기기를 바라는게 엄마이모의 희망이다. 학기 중에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각자가 하는 일도 책임감 있게 하며, 여행도 연애도 모든 것을 예쁘게 즐길 수 있는 나이임을 기억하였음 좋겠다.
이 젊은 날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그리고 열정 또한 나이가 있음을 잊지 않는 지성인이 되기를 오늘도 너희를 위해 우리는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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