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는 달리기, 그리고 오래 걷기입니다. 달리고 걷다 보면 근육의 자극을 느끼려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죠. 결국에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지치게 되는데, 그 감각이 바로 보상입니다.

제 옷차림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모자입니다. 한국의 참전용사회에서 제게 준 물건이죠. 그 모자는 한때 어두운 색깔에 흠이나 실밥 하나 없는 새것이었지만, 포트 알버니의 산속에서 폭설과 싸늘한 빗방울을 맞고 한국에서 습한 공기와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낡아졌습니다. 이제 저는 매주 길가를 따라 벨카라나 번츤 호를 향해 걸어가는 여정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그 모자를 씁니다. 홀로 조용히, 사색에 잠겨 걷는 동안 말이죠.

 

나의 오랜 동반자

빛 바래고 구겨졌으며

지금껏 견뎌온 모든 상처를 입은 채로

앞으로 올 모든 일들을 또한 견뎌낸다

가차없는 태양과 우천과 추위 속에서도

변함없이 충성스러울지니

허름하게 낡아버린 모자야

그 의무를 짐에 고귀하구나

번역 Jonghyeon Jeon